[축산신문 전우중 기자]
국내 양봉산업이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쇠퇴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근 이상기후에 따른 꿀 생산량 감소, 병충해 확산, 꿀벌 개체수 감소, 농약 드론 방제, 꿀샘식물 감소 등 여파로 인해서다. 또한 벌꿀 수입 개방 확대와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양봉산물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업계를 둘러싼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올 한 해 양봉 업계에 벌어진 주요 이슈를 정리해 보았다.
최근 기후변화 영향으로 꿀벌 질병 발생 패턴과 빈도의 변화가 일고 있다. 한국양봉농협이 지난 3년간(2022~24년) 조합원을 대상으로 꿀벌 질병 유전자 검사 12종(바이러스 7종, 세균 2종, 진균 3종 등)에 대해 총 3천698건을 분석한 결과, 검은여왕벌방바이러스감염증이 2천864건(77.45%)으로 최근 들어 가장 만연되고 있는 질병으로 확인됐다. 뒤를 이어 이스라엘급성벌마비증은 1천190건(32.18%)이 발생했으며, 날개불구벌바이러스감염증은 975건(26.37%), 노제마증 816건(22.07%), 만성벌마비증 479건(12.95%) 순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꿀벌 질병 예방 및 치료에 대한 방역예산 증가는 물론 질병 패턴 변화에 따른 농가의 대처방안 등이 필요해 보인다.
수입 ‘양봉용 배합사료’ 지정검역물로 관리강화
액상형 ‘양봉용 배합사료’가 국내에서 허가를 취득한 후 초도 물량 일부가 올 초 중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와 유통됨에 따라 양봉협회는 관련 부처인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양봉용 배합사료와 벌집꿀을 지정검역물로 포함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검역 과정을 거치지 않은 양봉용 배합사료와 벌집꿀로 인해 해외 질병과 바이러스가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수입산 양봉용 배합사료와 유채화분 등은 양봉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지정검역물’로 분류해 관리 대상에 포함하고, 농식품부는 지난 8월부터 수입산 천연꿀에 대해 ‘유통이력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고삐 풀린’ 벌꿀과 벌집꿀 수입량 역대 최대
올해 양봉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코 벌집꿀 생산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천연꿀 생산량이 급감하자, 양봉(한봉 포함)농가들은 안정적인 생업을 위해 새로운 소득원 창출에 눈길을 돌렸다.
때마침 국내에서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 요거트 아이스크림 광풍이 불었고, 아이스크림과 함께 토핑 원료로 사용되는 벌집꿀 수요가 늘면서 큰 호황을 누렸다. 이때 너도나도 앞다퉈 많은 농가가 벌집꿀 생산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더해 벌집꿀 가격 상승과 공급이 달리자, 일부 유통업체는 베트남산 벌집꿀 수입에 눈을 돌렸다. 그러나 불과 일 년을 못 버티고 벌집꿀 인기가 급속히 사그라지면서, 판매량 감소는 물론 가격 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지난 15일 현재, 식약처 수입식품정보마루 통계에 따르면 벌꿀 총수입량은 2천261톤으로 역대 최초로 2천톤을 넘어섰다. 이중 천연꿀 2천101톤과 벌집꿀 160톤이 수입됐다.
‘사양꿀’ → ‘설탕꿀’ 명칭 변경 놓고 업계 혼란 가속화
내년 상반기부터 현행 사양꿀 명칭이 설탕꿀로 변경될 예정이다. 이는 양봉업계가 그동안 정부를 상대로 기존 ‘사양꿀’ 명칭을 ‘설탕꿀’로 표기 명칭을 변경해 달라는 요청을 반영한 조치의 일환이다.
그동안 양봉업계는 사양꿀 명칭 변경을 놓고 이해 당사자 간의 찬반으로 나뉘어 갈등을 겪어왔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 사양꿀이 소분 과정을 거쳐 낮은 가격으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어 천연꿀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며 명칭 변경보다는 사양꿀에 한 해 소분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효율적인 정책이라고 조언한다.
산지 내 농가등록 및 양봉시설 가능
현행 지자체별로 산지 내 양봉농가 등록이 제각각이었던 행정 처리를 일원화하여, 앞으로는 산지 내에서도 양봉농가 등록과 양봉시설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근거가 마련된다.
양봉협회는 최근 국무조정실 ‘규제신문고’에 규제 합리화를 요청했고 국무조정실이 양봉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양봉업 등록시설’이 축산시설에 포함된다는 산림청의 유권해석을 끌어냄으로써 앞으로는 산지 내 양봉농가 등록과 양봉시설이 가능해졌다.
또한 어기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당진시)이 대표 발의한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사유림에서의 선도 산림경영단지의 선정 시 꿀샘식물(밀원식물) 조성확충 잠재성이 매우 큰 단지를 ‘밀원식물 특화단지’로 조성할 수 있는 근거를 법률에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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