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배워서 남주라, 벌어서 남주라’
그의 농장 사무실에는 마치 사훈과 같은 표어가 붙어있다.
‘배워서 남주라, 벌어서 남주라’.
이 정도면 집착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닌 수준이다.
“왜?” 냐는 물음에 “열심히 사는 걸 주변에서 인정해 주고,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오늘의 내가 존재함을 되새기기 위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충남 공주에서 모돈 750두, 총 사육규모 1만3천두의 금강축산을 운영하는 송일환 대표의 이야기다.
송일환 대표에게 2025년은 그 어느 때 보다 의미있는 한 해가 됐다.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국내 양돈농가 가운데 단 4명만이 이름을 올려놓았던 ‘최고 기술 농업 명인’으로 새로이 지정된 것이다.
양돈 마이스터(2013년), 농림축산식품부 선정 신지식 농업인(2022년)에 이어 송일환 대표가 국내에서 가장 돼지를 잘 키우는 한 사람이자, 앞서가는 농가임을 공인하는 3개의 ‘지위’를 모두 부여받는 순간이었다. 국내 양돈농가로서는 최초다.
더불어사는 삶…일주일이 ‘빠듯’
“영광 보다는 책임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더 잘살아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는 송일환 대표는 “저보다 돼지를 잘 키우시는 분은 많다. 아무래도 더불어 사는 양돈을 실천에 옮기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해 주신 것 같다”며 심경을 밝혔다.
휴대폰에 빼곡히 저장된 송 대표의 일정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송일환 대표는 수년간 연암대학교와 한국농수산대학교 출강 등 강의, 실습을 통한 재능기부 즉,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노하우를 후배들에 전파하기 위한 교육에 집중해 왔다.
충남도의 ‘인큐베이팅’ 교육과 경북대학교 농민사관학교 및 마이스터 교육에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하루 일정을 빼는 것 조차 쉽지 않지만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들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는 송 대표는 “다만 올해까지만 하려고 한다. 앞으론 다른 방법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길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서와 소통 ‘주도’
물론 전혀 새로운 길은 아니다.
4년 가까이 대한한돈협회 공주시지부를 이끌며 지난 2024년 부터 공주시 축산연합회장직도 겸직하고 있는 송일환 대표는 명인 지정과 함께 받은 상금 500만원을 공주시에 기부하는 등 이미 지역사회로부터 환영받는 양돈산업 실현을 위한 봉사 및 나눔 활동으로 주목 받아왔다.
송일환 대표는 “환경부서까지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 구축 요청을 공주시가 받아들였다”며 “환경쪽의 시각에서 우리에게 바라는 것을 먼저 파악하고, 실천하는 노력도 중요하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양돈에 한평생을 바쳐온 선배 농가들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양돈농가 은퇴식’을 공주시 지부에서 처음 도입, 화제가 되기도 한 그는 드론을 활용해 주변 지역 야생멧돼지 분포도를 제작, 유해 조수 포획단체를 통한 집중 포획을 뒷받침함으로써 ASF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6년 연속 MSY 25두 상회
그렇다고 양돈농가 본연의 역할을 등안시 했다면 명인이라는 지위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송일환 대표는 부친으로터 물려받은 600두 규모의 낡은 양돈장을 20배 이상 규모의 초대현대식 양돈장으로 성장시켜 왔다. 지난해에는 최신 기술의 탈취탑을 갖춘 초현대식 비육전문농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발효유 급여를 토대로 6년 연속 MSY 평균 25두를 상회하는 생산성을 기록, 경영인으로서 능력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초등학교 때 부터 농장일을 도맡아 했으니 실제 양돈 경력은 50년이 넘었다”는 그가 “인문계 진학을 원했던 부모님의 바람과 달리 농업고등학교를 선택했고, 군 생활 시절에도 오로지 축산만 생각했다”고 말할 정도로 뼈속 까지 축산인의 길을 걸어온 결과다.
아내의 헌신 · 도드람조합의 뒷받침
이 과정에서 부인 최상숙 여사의 헌신과 내조가 지금의 금강축산을 가능케 한 핵심 동력이 돼 왔음은 물론이다.
송 대표는 “41세에 대학교에 입학, 박사 학위를 받기까지 15년이 걸렸다. 분만사는 기본이고, 교반기 가동에 이르기까지 농장에서 아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일 수 밖에 없었다”며 “지금 처럼 농장 외적인 업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것도 경리업무까지 도맡아 하고 있는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와 뒷받침이 없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돈 명인’ 등 그에게 부여된 모든 지위를 아내에게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송일환 대표가 감사로 활동하고 있는 도드람양돈농협은 금강축산의 경제적 자립과 성장에 든든한 뒷배경이 됐다.
송일환 대표는 “현금이 아니면 사료를 구입하지 못했던 IMF 외환위기 시절, 도드람양돈농협과 인연을 맺은 이후 주머니에 현금이 생기더라. 그만큼 사료비 측면에서 유리했다는 의미”라며 “이후 컨설팅과 지역모임 등을 통해 기술적인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백년농장’ 기대 충만
이런 송일환 대표이지만 성공적인 농장 승계에 대한 고민은 여느 농가들과 다르지 않다.
“다행이 아들이 양돈에 관심이 많다. 군 제대 후 농장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직접 확인했다”며 ‘백년 양돈’ 실현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한 송일환 대표는 “농장 승계에 2세가 관심이 없다는 건 부모 세대가 여유를 보여주지 못했던 이유가 컸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감추지 않았다.
수익도 내고, 여가시간도 가짐으로써 2세들 스스로 양돈에 대한 관심과 승계의 마음이 생길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위해 양돈에도 규모의 경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송일환 대표.
“민원없는 양돈산업을 위해 할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정부도 주식이자,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양돈산업의 가치를 인정, 자급률을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울 제시해 줄 것”을 거듭 희망해 보는 송일환 대표의 ‘백년 양돈’을 향한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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