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기자]
2026년 양봉산업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한-베트남 FTA 체결에 따른 벌꿀 수입 관세 완전 철폐 시한이 2029년으로 불과 3년 앞으로 다가왔고, 2027년 양봉산업 종합대책 갱신을 앞두고 있어 2026년은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기다. 양봉산업은 단순히 벌꿀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화분매개를 통해 약 6조원 이상의 농업생산 가치를 창출하고, 생태계 보전이라는 중요한 공익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 불안정, 밀원수 감소, 꿀벌 질병 확산 등으로 산업 기반이 흔들 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개방 본격화…품질 경쟁력이 생존 열쇠
한-베트남 FTA는 양봉산업에 가장 큰 도전 과제다. 2029년 관세 완전 철폐를 앞두고 베트남산을 비롯한 수입 벌꿀의 국내 시장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벌꿀 수입 물량이 지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양봉농가의 생존을 위해서는 고품질 벌꿀 생산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1992년 쇠고기 수입 자유화 당시 한우산업이 등급제 시행 확대와 신토불이 마케팅으로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또한, 현재 이원화되어 있는 벌꿀 등급판정제도를 일원화하고, 투명한 품질관리 시스템 구축과 국산 벌꿀에 대한 체계적인 홍보·마케팅이 국산 벌꿀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2027년 종합대책 갱신, 철저한 준비를
2027년 양봉산업 종합대책 갱신을 앞두고 2026 년은 준비의 해가 될 전망이다. 2020년 양봉산업 육성 및 지원대책 마련 이후 약 5여년이 흐른 지금, 현장의 목소리를 보다 충분히 반영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특히, 정책의 공정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 차원의 공청회 및 토론회 개최가 시급하다.
이를 통해 협회를 비롯한 산업 주체들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하고, 농가가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을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주요 과제로는 양봉직불금제도의 본격 도입, 밀원수 식재 확대를 위한 산림직불금 연계, 꿀벌재해 보험의 보장 범위 확대 등이 떠오르고 있다. 벌꿀은 기후와 꽃의 개화 상태에 따라 수확의 편차가 심해 계획생산이 어려운 만큼, 흉작 시 수급 안정화를 위한 지원 체계 구축도 시급한 상황이다.
정확한 실태조사, 정책의 출발점
효과적인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정확한 현황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양봉산업은 공식적인 밀원별 벌꿀 생산량 및 양봉산물 생산량 등 통계자료가 미비한 실정이다. 아까시꿀, 밤꿀, 야생화꿀 등 밀원별 생산 현황, 프로폴리스·로열젤리·봉독 등 양봉산물별 정확한 생산량과 유통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체계적인 데이터가 부족하다. 양봉농가 등록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생산량통계 정보가 데이터베이스로 제대로 구축되지 못해 산업 전반의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6년에는 밀원별 생산량, 지역별 사육 현황, 지역별 질병 발생현황, 유통 구조, 농가 경영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전수조사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정확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2027년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농가가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지원이 무엇인지, 어떤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하는지 명확 해질 것이다.
드론 방제 시대, 양봉농가 보호대책 시급
최근 몇 년 사이 과수농가를 중심으로 헬기 방제에서 드론 살포로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드론 방제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면에서 장점이 크지만, 양봉농가에게는 새로운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헬기 방제시에는 사전 공지와 광역 살포 일정 조율이 이루어졌으나, 드론은 개별 농가 단위로 수시 살포가 가능해 양봉농가가 대응하기 어렵다. 농약 살포시기와 장소에 대한 사전 통보 시스템 구축, 양봉 밀집 지역에서의 드론 방제 가이드라인 마련 등 양봉농가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채밀기간 중 벌통을 이동한 양봉농가들이 예기치 못한 드론 방제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지자체와 농협, 양봉협회 간 긴밀한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의무자조금 전환으로 자생력 키워야
2020년 8월 양봉산업법 시행과 2021년 양봉농가 등록제 도입은 산업 기반 정착의 중요한 이정표였다. 어느덧 시행 5년차를 맞이하는 2026년, 이제는 양봉산업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할 시점이다.
2009년 도입된 양봉자조금은 임의자조금(자발적 납부) 형태로 운영되어 왔으나, 자조금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양봉산물의 경우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 비율이 50%를 넘는 산업 특성상 자조금 거출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2021년 양봉산업법에 의한 농가등록을 시행으로 양봉산업의 체계적 관리 기반이 마련된 만큼, 이제는 한단계 더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2026년에는 양봉산업이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의무자조금제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와 준비에 나서야 한다. 의무자조금은 국내 벌꿀 홍보, 소비촉진, 품질향상, R&D 연구 등 산업 발전을 위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재원 확보를 가능하게 한다.
연구 전문화·인력 양성 위한 컨트롤타워 필요
양봉산업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기반 구축이 필수적이다. 현재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꿀벌 관련 연구 역량을 한 곳으로 결집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국립전문연구소(가칭 국립양봉연구원) 설립이 절실하다.
이 전문 연구소는 꿀벌 육종 개량, 전염성 질병 (응애, 바이러스 등) 연구 및 방제 기술 개발, 밀원수 확보 및 기후변화에 따른 밀원 생태 변화 예측 등 전문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고도화된 기술 수요에 맞춰 스마트양봉 기술과 질병 관리 분야의 전문 연구 인력 및 현장 전문 가를 양성하는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연구기반과 전문 인력의 확보는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최근 심각해진 꿀벌폐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고품질의 양봉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산업 구조를 만드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위기와 기회 공존의 한해
2026년 양봉산업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시장 개방 압력, 기후변화, 고령화 등 도전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동시에 헬스케어 트렌드 확산으로 프로폴리스, 로열젤리, 봉독 등 기능성 양봉산물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정부와 양봉협회, 농가가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한다면, 2026년은 양봉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원년이 될 수 있다.
고품질 생산 체계 구축, 의무자조금제 도입, 드론 방제 대응책 마련, 스마트양봉 확산 등 과제는 많지만, 이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간다면 한국 양봉산업의 미래는 밝다. 화분매개를 통해 약 6조원의 가치를 창출하고, 생태계 보전에 기여하는 양봉산업의 공익적 가치를 사회가 인정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2026년에 확고히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양봉농가의 안정적 경영을 보장하고, 국민에게 안전하고 품질 좋은 국산 벌꿀을 공급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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