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재의 축산 인사이트 10> ‘고품질 축산업’ 전환은 축산인을 위한 선순환 구조

  • 등록 2026.02.10 10: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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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재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고품질’ 축산물을 생산해야 한다는 요구는 수년째 반복되어 왔지만, 우리 축산업계는 아직 이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부담이다. 품질 고도화에는 시설 개선, 사양 관리 강화, 사료값 인상, 인증 절차 등 추가 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많은 농가가 현실적으로 쉽게 시도하기 어렵다. 그러나 고품질 축산물 시장을 확대하는 일은 장기적으로는 우리 축산농가의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강화하는 길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수출 시장 확보, 가격 안정을 위한 현실적 해법
산업계를 오래도록 괴롭혀온 구조적 문제 중 하나는 바로 ‘가격 널뛰기’다. 국내 축산물 시장은 내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소비가 조금만 줄어도 가격이 급락하고, 반대로 명절이나 경기 회복기에는 단기간 급등하는 불안정한 사이클이 반복된다. 여기에 수입 축산물 증가에 따라 가격이 요동치면 농가의 경영 계획은 흔들리고, 미래 투자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처럼 좁은 내수 시장에 기대는 구조에서는 가격 안정도, 산업의 지속성도 보장되기 어렵다.
이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바로 안정적인 수출 시장 확보다. 일정 비율의 고정적 수출 물량이 존재한다면, 국내 소비 감소에도 가격이 급락하지 않고, 반대로 일시적 수요 증가에도 과도한 가격 급등을 피할 수 있다. 선진 축산국들이 가격 안정을 유지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자국 소비를 훨씬 웃도는 물량을 해외로 수출함으로써, 국내 가격을 수출 물량이라는 ‘안전판’으로 조절한다.
한국도 이 전략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쇠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가운데 품질 경쟁력이 높은 특정 부위나 가공품을 중심으로 수출 채널을 마련한다면, 내수 위주의 취약한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안정적인 가격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고품질과 표준화’ 축산물 생산을 통한 수출 확대는 탄탄한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전략적인 해법인 것이다.

 

자유시장 개방, 미리 준비하는 자가 기회를 잡는다
시장 개방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2026년 FTA 완전 개방이 시작되면, 수입산 축산물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까지 정부가 한우 농가 보호를 명분으로 개방 속도를 조절해 왔지만, 국제 통상 환경을 고려할 때 이러한 보호 정책을 영원히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호주·유럽·남미 등 세계 주요 축산국들은 저가·대량 생산 기반을 갖춘 만큼, 이들이 대거 국내에 진입할 경우 소비자 선택권은 넓어지지만 국내 농가는 직접적인 경쟁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선제적 준비와 구조적 전환이다.
먼저 쇠고기 자급률의 추가 하락을 막고, 돼지고기와 닭고기 시장에서는 품질 차별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미 닭고기의 경우 신선도 중심의 냉장육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자급률을 지켜낸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지속적인 고품질화가 자급률 방어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덴마크는 강력한 농가 협동조합 모델을 통해 개방 경쟁 속에서도 안정적 생산 기반을 유지했고, 일본 또한 지역별 브랜드 육우와 고품질 전략으로 시장을 차별화하며 개방 압력 속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단 하나, 고품질화와 표준화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였다는 점이다.
한국 역시 개방 이후의 거센 경쟁 속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개방은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준비된 자에게는 분명 새로운 기회가 된다. 지금이 바로 그 출발점이다.

 

고품질 축산업 시대, 강소농 중심 재편이 해답이다
수출 통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다가올 시장 개방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품질과 표준화 축산물 개발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여기에 최근 몇 년 동안 축산물 인증제 위반, 위생관리 미비, 일부 농가의 관행 문제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소비자 신뢰가 흔들린 상황까지 고려하면, ‘고품질 축산업’으로의 전환은 산업 생존을 위한 핵심 전략이자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 고품질 전략의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일본은 마쓰사카·고베와 같은 지역 브랜드 육우를 통해 세계적인 고가 시장을 만들었고, 한국산 닭 내장류가 위생적 가공과 신선도를 무기로 동남아 시장에서 꾸준히 수출되고 있는 사례는 그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를 실질적인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소농 중심 구조에서는 SOP, 할랄과 같은 해외 기준을 충족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일정 규모 이상의 전문 농가와 중견 기업이 수출형 고급육 생산을 맡고, 소농은 프리미엄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는 ‘이중 트랙 방식’이 필요하다. 이는 소농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강소농을 중심으로 품질 네트워크를 강화해 전체 산업의 기준을 끌어올리자는 전략이다.
한국 축산업의 강점은 이미 분명하다. 위생·가공 기술 수준은 세계적이며, 항생제 사용 규제는 OECD 상위권에 속한다. 이러한 기반은 고급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확실한 경쟁력이다. 고급화를 통해 얻은 수익은 다시 품질 관리, 사양 개선, 환경·동물복지 기준 충족으로 재투자되면서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이는 결국 농가 소득의 안정, 산업 지속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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