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기자]

최근 전국 곳곳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연이어 발생하며 방역 현장에 다시 한번 비상등이 켜졌다.
발생 농장에 대한 차단, 이동제한, 긴급 살처분 등 익숙한 대응이 반복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SF는 끈질기게 재발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현재의 방역 체계, 특히 PCR 중심의 진단 전략만으로 과연 충분한가라는 질문이다.
현재 ASF 방역의 핵심 진단 수단은 PCR 검사다. PCR은 바이러스 유전자를 직접 검출하는 매우 민감하고 정확한 방법으로, 급성 감염 개체를 조기에 확인하는 데에는 탁월한 도구다.
그러나 PCR 검사 역시 분명한 한계를 지닌다. 감염 초기이거나 바이러스 혈중 농도가 낮은 경우, 혹은 이미 바이러스가 소실된 이후의 개체에 대해서는 감염 이력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ASF는 잠복기, 무증상 감염, 야생멧돼지를 통한 반복적인 환경 오염 등 복합적인 전파 양상을 보인다. 특히 최근의 다발 발생 양상은 단순히 ‘급성 발병 개체의 발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미 농장 내부 또는 지역 단위에서 과거 감염이 존재했으나, PCR 검사만으로는 포착되지 않은 감시의 사각지대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항체검사다. 항체검사는 개체가 과거에 ASF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현재의 감염 여부뿐 아니라 감염의 흔적과 전파 이력을 추적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 항체검사는 ‘지금 아픈 돼지’를 찾는 검사가 아니라, ‘ASF가 어디를 통해 지나갔는지’를 밝혀주는 도구다.
물론 ASF는 높은 치사율로 인해 항체 양성 개체의 방역적 의미가 제한적이라는 반론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모든 감염이 동일한 임상 경과를 보이지 않으며, 저병원성 노출, 불완전 감염 또는 환경 내 반복 노출 가능성 역시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야생멧돼지 서식지와 인접한 농장이나 과거 발생 지역 주변 농가에서는 항체 모니터링 자체가 중요한 방역 정보로 작용할 수 있다.
PCR 검사와 항체검사는 대체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다.
PCR이 ‘현재의 불’을 끄는 도구라면, 항체검사는 ‘불이 지나간 흔적’을 확인해 다음 화재를 예방하는 지도를 제공한다. 두 검사를 병행할 때 비로소 농장 단위와 지역 단위를 아우르는 입체적이고 장기적인 방역 전략이 가능해진다.
지금처럼 ASF가 산발적으로 반복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발생 농장 중심의 사후 대응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정기적·선별적 항체검사를 방역 체계에 포함시켜 고위험 지역과 농가를 사전에 식별하고, 방역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할 시점이다.
ASF는 단기간에 종식될 질병이 아니다. 장기전이 불가피한 만큼, 진단과 방역 전략 역시 한 단계 진화해야 한다. PCR 중심의 단선적 진단에서 벗어나 항체검사를 포함한 다층적 감시 체계로의 전환, 이것이 최근 ASF 다발 발생 상황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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