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에서 탄소까지…성과로 증명하고, 혁신 투자로 속도 낸다

  • 등록 2026.02.19 09: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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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발전 플랫폼 /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조단백질 저감·대체단백질 R&D로 비용 절감·냄새 해소·탄소 감축 효과

융합형 인재 양성·ESG 경영 성과로 축산 R&D 실행력·신뢰도 동시 강화

9천793억 R&D 투자 확대…디지털·바이오·저탄소로 축산업 체질개선

 

[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축산업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냄새·환경 민원, 사료비 상승, 수입 원료 의존이라는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나 단기 처방이 아닌, 기술 기반의 근본적인 해법이 요구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원장 노수현)은 2025년 한 해 동안 축산 분야 연구개발(R&D)을 통해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도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다수의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며 농식품 R&D 전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사료비 절감과 냄새·탄소 저감을 동시에

2025년 축산 R&D 성과 중 현장 파급력이 가장 큰 사례로 꼽히는 것은 '사료 내 조단백질 함량 조절'이다. 가축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단백질을 과도하게 공급하면, 잉여 단백질이 분뇨로 배출되면서 냄새가 많이 나고, 하천 부영양화나 토양 오염, 질소계 온실가스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정부가 양돈용 배합사료의 조단백질 함량을 낮추는 기준을 개정해 시행했음에도, 국내 양돈 사료의 조단백질 함량이 유럽 등 선진국 대비 2~4% 높은 수준이라는 문제의식은 여전했다.

서울대 연구팀은 축종(양돈·양계·축우)과 성장 단계별로 조단백질 및 인 함량을 조정했을 때 생산성, 영양소 소화율, 분뇨·냄새 발생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검증해 “기존 기준보다 낮춰도 성장에 큰 영향이 없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축종·사육단계별 적정 수준을 제시했고, 사료관리법상 ‘사료 등의 기준 및 규격’ 개정에도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돈사료의 경우 기존 허용 기준(14~20%)을 성장 단계별로 1~3%p 낮추는 방향이 제시됐고, 가금·축우 사료는 조단백질 제한이 없던 구조에서 성장 단계별 규격 신설로 관리 체계가 강화됐다.

성과는 숫자로 더 선명해진다. 연구팀은 조단백질 저감으로 고가 단백질 원료 사용을 줄이면 kg당 3~4원, 연간 약 42억원의 사료비 절감이 가능하다고 봤다. 환경 측면에서도 양돈사료 조단백질을 1%p 줄이면 분 배설량과 암모니아가 각각 2%, 10%까지 줄어들 수 있으며, 퇴비 부숙 과정까지 고려하면 연간 35만 톤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복잡한 시설 투자가 아니라, 사료 조정만으로 냄새·탄소 저감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메시지는 축산현장에서 설득력이 크다.

여기에 ‘질소저감사료’의 성분 등록 사항 신설(2024년 4월)로 품질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악취 저감 기술을 적용한 양돈용 경제사료 개발로 매출(2023년 약 257억원)까지 연결된 점은 R&D가 단순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화 단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동애등에 단백질 사료, 수입 90% 의존 구조 흔드는 대체 원료

두 번째 성과는 동애등에를 활용한 고단백질 사료 소재·제품 개발 플랫폼이다. 국내 사료원료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이라는 구조에서, 어분 등 고단백질 원료의 가격 변동은 곧바로 배합사료 원가와 농가 비용으로 전가된다. 이 때문에 ‘대체원료 개발’은 오래된 과제였지만, 실제로는 가격 경쟁력과 안정 공급, 제형화·사양 검증, 유통·판매까지 넘어야 할 허들이 높았다.

농기평 지원 과제는 제주대·한국식품연구원·충북대와 기업들이 3년간 협업해 동애등에 곤충분말을 기반으로 소재개발, 기능검증, 사양검증, 제형화를 추진했고, 수입 동물성 단백질 원료 대체 및 국산화를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가격경쟁력’을 차별점으로 잡고, 제주 지역의 폐기물 처리 지원비 감축 여건 등을 활용해 원가 구조를 맞춘 접근이 특징이다. 평가 결과로 제시된 수치는 상징적이다. 중어분(수입) 2천200원/kg 대비 동애등에 2천원/kg 수준에서 최소 2% 적용 시 –0.35원/kg의 절감 효과를 얻었다는 분석은, 적어도 “대체원료가 비싸다”는 기존 인식을 흔들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또한 이 사업이 기업 단독이 아닌 지역사회 기업·연구소·대학·기관·단체의 역할 분담을 통해 플랫폼형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했다는 점은, 향후 타 지역 확산 가능성과 연계 산업(사료제조–사육–가공)로의 파급효과까지 기대하게 한다. 환경정화 곤충이라는 특성상 탄소배출 감소와도 연결될 수 있어, ‘수입대체’와 ‘환경친화’를 동시에 겨냥하는 축산 R&D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인재·기술 기반 다진 ‘융합형 인력 양성’

최근 우리는 AI 시대를 서서히 맞이하고 있지만 기술이 현장에 안착하는 데에는 ‘사람’이 필요하다. 농기평이 추진 중인 농식품과학기술융합형 연구인력양성사업은 이 지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4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푸드테크·탄소중립·그린바이오 등 신산업 중심으로 교육과 연구를 연계해 석·박사급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구조다.

1단계에서는 5개 융합 교육과정을 신설·운영하고, 해외 우수기관과의 협력체계를 마련했으며, 탄소중립 분야에서는 대학원 학과 단위 신설로까지 확장됐다. 총 41명의 석·박사급 전문인력을 양성했고, 산학 프로젝트·현장실습·연수 등 실무형 프로그램으로 산업 수요와의 접점을 강화했다. 2단계(2026~2028년)는 현장 실증과 기술 고도화에 방점을 두고, 총 135명 양성을 목표로 규모와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축산 분야에서 ‘저탄소·동물복지·질병·바이오’가 복합적으로 얽히는 만큼, 이런 융합형 인력풀의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축산 R&D의 실행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기관 경영도 ‘성과’…경영실적평가 3년 연속 A등급

농기평은 2025년 연구 성과뿐 아니라 기관 경영 측면에서도 강한 성적표를 내놨다. 농식품부 소관 기타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최고등급(A)을 획득했고, 8개 기관 중 1위를 기록했다. 기재부 주관 평가 기준으로도 3년 연속 A등급이라는 점은, R&D 관리 전문기관으로서 투자 효율성과 혁신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정채용 우수기관 인증을 8년 연속 획득한 점, 소비자 참여 평가로 선정되는 ESG 혁신대상을 2년 연속 수상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축산 R&D는 현장과의 신뢰가 중요한데, 기관 운영의 투명성과 ESG 성과는 결국 연구 생태계(기업–연구자–현장)의 참여와 협력 기반을 넓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6년, 디지털·바이오·저탄소 ‘혁신투자’로 방향

농기평이 제시한 2026년의 키워드는 ‘혁신투자 가속’이다. 2026년 농림식품 R&D 예산은 총 9천793억 원으로, 2025년 대비 12.5% 증가한 규모로 편성됐다고 밝혔다. 디지털·AI 기반 생산체계 구축, 기후위기 대응, 식량안보, 바이오 신산업 육성 등 농정 핵심 과제의 기술개발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 확대라는 설명이다.

특히 2026년에는 디지털·바이오·저탄소 중심의 신규 R&D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예를 들어 AX 기반 지능형 농작업 협업 산업화 기술개발, 농업·농촌 국민체감 AX 전환 기술개발 등은 노동력 감소와 생산성 한계를 기술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첨단바이오기술 기반 그린바이오 소재 산업화, 농생명자원 기반 국가필수의약품 원료 공급망 대응, 반려동물 난치성 질환 대응 등은 농식품 분야가 ‘생명자원 산업’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반영한다.

축산 분야에서는 ‘지속가능한 저탄소 축산 확산 기술개발’이 신규로 포함돼, 탄소중립 요구가 기술 과제로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2025년에 제시된 조단백질 저감, 동애등에 단백질 대체원료 같은 성과가 2026년 저탄소 축산 기술 투자 확대와 연결될 경우, ‘사료–분뇨–악취–탄소’로 이어지는 축산 환경 부담의 구조를 기술적으로 낮추는 흐름이 더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기술이 비용을 줄이고, 민원을 줄이며, 산업을 지킨다

축산현장에서 R&D의 의미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생산비를 낮추고, 악취 민원을 줄이고, 탄소 감축 부담을 완화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실질적 도구가 돼야 한다. 2025년 농기평이 제시한 성과들은 바로 그 지점을 겨냥하고 있다. 조단백질 함량 조절로 사료비·악취·탄소를 동시에 겨냥하고, 동애등에 플랫폼으로 수입 의존 구조에 균열을 내며, 융합형 인재양성으로 현장 실행력을 뒷받침하는 방식이다.

2026년에는 투자 규모가 커지고, 디지털·바이오·저탄소 중심의 신규 사업이 본격화된다. 결국 관건은 ‘현장 적용’이다. 연구실 성과가 사료공장으로, 농장으로, 유통과 산업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R&D의 성적표는 현장에서 더 크게 체감될 것이다. 농기평이 강조하는 “현장 중심 성과 창출”이 2026년에 어떤 형태로 구체화될지, 축산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김수형 kshabsolut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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