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미생물, 축산식품의 미래를 설계하다

  • 등록 2026.06.08 09: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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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기획조정과 오미화 연구관

우리가 매일 식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축산식품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세계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흔히 좋은 축산물의 조건으로 사료의 질이나 사육 환경을 떠올리지만, 사실 그 품질의 마침표를 찍는 주인공은 바로 미생물이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미생물 군집)’ 연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미생물은 단순한 위생 관리 수준을 넘어 식품의 품질과 안전, 나아가 미래 축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축의 장내와 피부, 그리고 우리가 섭취하는 축산식품에는 무수히 많은 미생물이 공존하며 가축의 사료 소화를 돕고 면역 체계를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 만약 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이 깨진다면 가축의 성장이 더뎌질 뿐만 아니라 육질의 풍미가 저하되고 우유와 달걀의 위생 안전성까지 위협받게 된다. 다행히 최근에는 어떤 미생물이 가축 성장을 돕고 고기 풍미를 형성하는지까지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미생물은 이제 단순한 관리 대상을 넘어 항생제 사용 저감과 동물복지, 그리고 지속 가능한 축산을 실현하는 핵심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 미생물 연구는 특정 균을 하나씩 배양해 관찰하는 방식이었으나, 자연 상태의 미생물 대부분은 실험실 환경에서 배양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한 것이 바로 ‘메타게놈(Metagenome) 분석’이다. 미생물을 하나씩 분리하지 않고 환경 속 유전자 전체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이 기술은, 마치 숲속의 나무 하나하나를 조사하는 대신 비행기에서 숲 전체의 생태 지도를 그리는 것과 같다.

여기에 유전체와 단백질체, 대사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멀티오믹스(Multi-omics)' 기술이 더해지면서 연구는 더 정밀해졌다. 단순히 어떤 균이 존재하는지를 넘어, 그 미생물이 어떤 영양분을 섭취해 어떤 유익한 물질을 내놓는지와 같이 복잡한 메커니즘을 밝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례로 소의 위 속 미생물이 메탄가스를 적게 배출하면서도 사료 효율은 높이는 과정을 분자생물학적 차원에서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제 미생물 연구의 종착역은 ‘디지털 전환’이다. 방대한 미생물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학습하면 가축의 건강 상태와 질병 발생 가능성, 심지어 미래의 품질까지 예측할 수 있다. 나아가 소비자 개개인의 장내 미생물 특성에 맞춘 '맞춤형 축산식품' 개발 가능성은 축산이 단순한 먹거리 생산을 넘어 헬스케어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미생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식탁의 안전과 풍요를 설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미생물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이를 다시 농가와 소비자의 이익으로 돌려주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기술은 복잡해 보일지 모르나 목표는 단순하다. 국민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고품질의 축산식품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축산업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는 것이다. 작은 미생물의 세계에서 찾은 혁신의 열쇠가 우리 축산의 미래를 더욱 건강하고 풍요롭게 진화시킬 것이라 기대한다.

축산신문, CHUKSANNEWS

관리자 dhkswo53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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