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버팀목이었던 GSM 자금

  • 등록 2026.06.17 10: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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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민 수 대표(애그스카우터·농업경제학 박사)

[축산신문]

 

달러 대비 원화의 월평균 환율이 2022년 후반 1천300원을 넘어선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비상계엄 사태가 있었던 2024년 말에는 1천400원을 넘겼다. 2025년 중반 1천400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안정을 되찾아가는 듯했으나 후반에는 다시 1천400원을 돌파했다. 환율의 상승세는 계속되어 올해 5월 평균은 1천490원까지 치솟았다. 일별로는 이미 1천500원을 상회해 2008년과 2009년 사이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높아졌으며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환율 흐름이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으나 과거 두 차례 겪었던 환란과 지금의 사정은 확연히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으며 외환보유액도 4천278억 달러로 불안한 수준은 아니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6%로 0.6%포인트 상향 조정하는 등 우리 경제 구조는 탄탄한 편이기에 현재의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과거와 같은 공포심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고환율의 장기화는 국민 경제를 위태롭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미 국내 물가에 적신호가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라 2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환율에 중동 전쟁 여파가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기준금리도 덩달아 오를 판이다.
지난해 5월 금리가 인하된 이후 계속해서 동결되어왔으나 최근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금리 인상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고환율에 고물가, 고금리가 겹쳐지면서 시장은 삼중고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우리 경제의 외형적인 성장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양극화 현상을 보여 반도체와 같은 일부 수출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제조 산업은 침체되는 모습이다. 원자재나 부품, 소재 등을 수입하는 기업들은 고환율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우리 사료 산업도 옥수수, 밀, 대두박 등 주요 원료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해 오고 있어 원료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보다 환차손 위험이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장기간 고환율에 노출되어 있어 환헤지 비용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으며 여신 한도도 축소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 사료 산업은 이미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두 차례 환란을 겪은 바 있으며 이 당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 것은 GSM 자금이었다.
GSM은 미국 농무부의 수출 신용 보증 프로그램으로 미국산 농산물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지만 해외 수입상에게도 혜택이 주어진다. 미국 농무부가 수출 대금의 지급을 보증해 주기 때문에 수출상은 개발도상국이나 신흥 시장으로 안심하고 수출할 수 있으며 수입상은 낮은 금리로 상환 기간을 길게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국 농무부는 회계연도마다 GSM 자금의 사용 가능 국가와 품목, 할당액, 공여 기간 등을 발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사용 가능 국가로 지정되어왔을 뿐만 아니라 멕시코와 더불어 사용 빈도가 가장 높은 국가이기도 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과 2009년 당시에는 고환율에 기한부 신용장( Usance L/C) 금리가 급등하자 사료 회사들은 GSM 자금을 사용하기 위해 사활을 걸 정도였다. 사용 경쟁이 치열했던 탓에 할당액 발표 즉시 소진되었으며 추가 할당액도 주어지는 등 GSM 자금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이 당시 한국사료협회에 몸담으며 GSM 자금 업무를 담당했던 필자는 사료 회사 주요 대표들과 함께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농무부를 찾아가 GSM 담당자와 추가 배정을 협의하기도 했다. 다각도의 노력이 있었던 덕분인지 미국 농무부는 타 국가의 불용액을 끌어와 한국에 추가 배정을 해줬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그 당시 이 자금의 공여 기간은 최대 3년까지였으며 사료 회사들은 이를 십분 활용해 환란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에도 미국 농무부는 GSM 자금의 대한국 할당액을 높게 배정해줬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안정화되고 환율도 큰 폭으로 내려가자 사용액은 저조해졌다.
미국과 브라질 사이의 면화 분쟁과 미국의 농업법 개정 등으로 인해 GSM 자금의 규모와 공여 기간이 크게 줄어든 점도 사용 부진의 원인이 되었다. 국가별로 할당했던 것을 대륙별 할당으로 바꿔놓았으며 공여 기간도 최대 18개월까지로 상당히 짧아졌지만 활용할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
공교롭게도 환율이 급등하는 시기마다 옥수수를 비롯한 밀 등 미국산 사료용 원료 구매 비중이 높아 GSM 자금을 사용할 만한 기회가 많이 주어졌으며 최근에도 그와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환율이 지금과 같이 1천500원대의 높은 상태를 한동안 유지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사료 회사들이 GSM 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모색해봐야 하겠다.
우리 외환 당국은 현재의 환율 움직임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밝히고 있어 환율이 더 오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과 양호한 대외건전성은 환율을 안정화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다. 국내 증시 조정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고 중동 사태도 진정 국면에 들어서게 되면 환율은 자연스럽게 내려가게 될 것이다. 사료 회사들이 GSM 자금으로 이 시기를 잘 이용한다면 환차손의 부담을 줄이고 환차익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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