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일터가 지속가능한 축산을 만든다”

  • 등록 2026.08.14 0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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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선진 문웅기 최고안전책임자(CSO · 상무)

[축산신문 김영란 기자]

 

축산업은 생명을 다루는 산업이다. 살아있는 가축을 돌보고, 대형 설비를 운영하며, 밀폐공간과 전기·가스 설비까지 함께 관리한다. 작은 부주의 하나가 작업자의 생명은 물론 생산 차질과 가축 피해, 방역 리스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축산업에서 안전은 단순한 산업재해 예방이 아니라 안정적인 생산과 품질, 지속가능한 경영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이다.

 

하지만 국내 축산현장에서 안전은 아직도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의무나 비용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고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현장의 위험요인을 사전에 찾아 개선하는 예방 중심의 안전문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축산식품전문기업 선진은 이러한 관점에서 안전을 기업의 경쟁력을 넘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으로 바라보고 있다. 농장과 사료공장, 육가공장, 물류센터 등 사업 전반에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현장에서 축적한 안전관리 노하우를 고객 농가와 공유하며 축산업 안전문화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5월 선진 최고안전책임자(CSO)로 선임된 문웅기 상무를 만나 축산현장의 안전을 바라보는 시각과 선진의 안전경영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안전·생산·방역은 상호 유기적 관계…떼려야 뗄 수 없어
농장 특화 위험성 평가제 도입·작업 표준화·ICT 접목
사고 대응 넘어 사전 예방체계 구축…안전문화 확산 기여

 

-최근 농축산업 분야에서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축산현장의 안전 수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농축산업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 재해 위험이 높은 분야 중 하나다. 정부 통계를 보면 농업 분야의 사망만인율은 전체 산업의 약 3배, 재해율은 약 7.5배에 달한다. 특히 축산현장은 살아있는 가축을 관리하면서 각종 기계와 전기시설, 환기·분뇨처리시설 등을 동시에 다루기 때문에 여러 위험요인이 복합적으로 존재한다.
양돈현장만 보더라도 분뇨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가스로 인한 질식부터 시설 관리 중 추락, 가축 이동과 출하 과정의 충돌이나 끼임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현장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근로자나 외국인 근로자에게 작업 절차와 위험요인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런 와중에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되면서 자영농이 많은 국내 축산 산업에도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더 이상 ‘남일’이나 ‘일부 대형 법인 농장’만의 이야기가 아니게 된 것이다.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다가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농장주의 경영권 박탈은 물론 농장 존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농축산업 분야 안전재해 사망률을 25%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것도 그만큼 현장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안전은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만 관리하는 문제가 아니다. 현장에 어떤 위험요인이 있는지를 평소에 살피고 이를 하나씩 개선해 사고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이 안전하지 않은 농장에서는 지속가능한 축산도 어렵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다.”

 

 

-안전관리를 강화하면 농가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안전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안전과 생산성을 별개의 문제로 보는 시각부터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하는 일들을 보면 작업 절차를 명확하게 하고, 시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작업환경을 정리 정돈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는 결국 농장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방역도 마찬가지다. 장화 교체와 소독 등 정해진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려면 작업자에게 명확한 절차가 공유돼 있어야 하고 이를 일상적으로 준수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안전한 작업을 위한 표준화와 방역을 위한 표준화가 현장에서는 맞닿아 있는 셈이다.
결국 안전관리는 별도의 업무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농장의 기본을 제대로 세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본이 갖춰질수록 안전뿐 아니라 생산과 방역을 포함한 농장 운영 전반의 수준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그렇다면 선진은 현장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예방이다. 사고가 발생한 뒤 원인을 찾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현장에 숨어 있는 위험을 찾아 개선하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선진은 공장에서 운영해 온 위험성 평가를 2024년부터 농장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일반 제조사업장과 다른 농장의 작업환경을 고려해 실제 업무를 단계별로 분석하고,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자체적으로 정리해 농장에 특화된 위험성 평가 체계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매월 ‘안전한 일터 만들기’를 주제로 전 사업장 안전 담당자와 국내사업 대표가 직접 참여하는 안전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회의에서는 사업장별 위험요인과 개선사항을 공유하고, 질식과 추락, 끼임, 화재 등 중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요인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안전과 직결되는 시설 및 환경 개선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ICT도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5년부터 파트너 농가에 적용하고 있는 사료빈 자동계측기다. 사료 잔량과 소진 속도를 자동으로 파악하면 농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작업자가 사료빈에 직접 올라가 확인해야 하는 고소작업도 줄일 수 있다.

 

처음에는 생산성 향상과 운영 효율화를 위해 도입했던 기술도 관점을 달리하면 작업자의 위험 노출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앞으로 스마트축산은 생산성을 얼마나 높이느냐와 함께 사람이 얼마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느냐도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

 

 

-선진 내부의 안전관리를 넘어 고객 농가까지 안전문화를 확산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선진만 안전해서는 축산현장 전체가 달라지기 어렵다. 우리가 직영농장을 관리하듯 파트너이자 고객인 농장의 안전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별 농가, 특히 규모가 크지 않은 농장에서 안전관리 체계를 처음부터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선진이 먼저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축적한 기준과 경험을 농가와 나눈다면 그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자체 농장에 적용해 온 위험성 평가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농가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안전관리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농장의 주요 위험요인을 살펴볼 수 있는 현장 진단과 함께 외국인 근로자가 안전과 방역수칙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된 작업 가이드와 다국어 교육 콘텐츠 등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축산업에서 오랜 시간 사업을 해온 기업이라면 자체 사업장의 안전을 관리하는 데서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산업과 나누는 것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선진의 안전경영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계획인가.
“안전이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현장에서 당연하게 지켜지는 기본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농가에서 일하는 사람이 안전해야 농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고, 안정적인 농장에서 건강한 가축을 키우고 소비자에게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결국 안전은 사람의 문제에서 시작하지만 농장의 생산과 방역, 경영의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축산업의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선진은 지난 50여 년간 축산업에서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 있다면 먼저 고민하고 길을 만들어왔다. 안전 역시 그런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선진의 사업장에서 위험요인을 지속적으로 찾아 개선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고객 농가와 나누고자 한다. 선진과 함께하는 농가가 보다 안전해지고, 그러한 변화가 축산현장 전반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다.

 

안전한 현장이 지속가능한 농장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농장이 많아질수록 우리 축산업의 경쟁력도 높아진다. 안전이 축산현장의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선진도 그 역할을 꾸준히 해나가겠다.”

 

축산신문, CHUKSANNEWS

김영란 ysfee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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