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재의 축산 인사이트 24> 축산업, 미래를 향해 나아가다

  • 등록 2026.09.09 11: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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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 가축 생산 넘어 미래 생명산업으로

[축산신문]

최윤재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이번 기고문 글에서는 축산업의 미래를 함께 그려보고자 한다. 축산업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해 왔고 앞으로 무엇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가치를 궁극적으로 누가 만들어 갈 것인가. 다소 추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가 어떤 미래를 그리느냐에 따라 그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 가는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축산업의 경계를 넓히다
한 산업의 ‘업(業)’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그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 경제학자 시어도어 레빗(Theodore Levitt)은 현재의 제품이나 기술만으로 산업을 규정하는 태도를 ‘마케팅 근시안’이라고 지적했다. 가령 철도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단순히 ‘철도를 운영하는 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과 물건을 이동시키는 ‘운송산업’으로 자신을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레빗은 이러한 산업의 재정의가 소비자의 필요를 중심에 두되, 실제로 실행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준을 축산업에 적용하면 축산업의 업은 단순한 ‘가축 생산’에 머무르지 않고, 동물자원에 기반한 미래 생명산업, 즉 생물자원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축산업이 새로운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이유는 사회가 이러한 가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인류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로 흔히 식량·보건·환경·에너지 네 가지를 꼽는데, 축산업은 이 네 영역 모두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드문 산업이다. 따라서 축산업을 생물자원산업으로 새롭게 정의하는 것은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고품질 동물성 단백질과 미래 식량자원 연구는 식량 문제에, 기능성 축산물과 의약용 단백질·대체장기 연구는 보건 문제에 기여할 수 있으며, 가축분뇨 자원화와 탄소 저감, 바이오가스와 부산물의 에너지화는 환경과 에너지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유전체·마이크로바이옴 연구와 ICT·AI·빅데이터 기술이 결합하면 질병 예방과 생산성 향상은 물론 동물복지와 환경부담 저감까지 가능해져 축산업의 역할과 가능성은 더욱 넓어진다.
축산업에서 축산물 생산은 그 역할의 일부일 뿐이다. 이제는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건강과 생명의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스스로를 새롭게 정의할 때다.

 

상생에서 길을 찾다
미래 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방향이 중요하다. 나는 그 방향을 ‘농심(農心)’에서 찾고자 한다. 생명과 땅, 노동과 공동체를 존중하는 마음인 농심은 과거의 정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축산 혁신이 딛고 설 윤리적 토대다. 농심을 잃지 않는 축산업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더라도 상생의 산업으로 나아갈 수 있다.
첫째는 소비자와의 상생이다. 대량생산과 양적 성장에 집중해온 축산업은 이제 소비자와 소통하는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소비자의 비판을 방어해야 할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산업을 발전시키는 자원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출발점이다.
둘째는 지역사회와의 상생이다. 경종농가와의 자원순환을 통해 가축분뇨는 폐기물이 아니라 지역의 자원이 될 수 있다. 취약계층과 나눔을 실천하는 일 역시 이미 많은 축산인들이 꾸준히 해온 일이다.
셋째는 한반도와의 상생이다. 남북한 축산자원의 균형 있는 발전과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일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인 과제다. 통일 시대의 비용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준비 가운데 하나는 축산 분야의 협력 역량을 미리 축적해두는 것이다.
넷째는 지구 생명체와의 상생이다. 토양과 식물, 동물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생태적 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때 축산업은 환경의 부담이 아니라 순환의 한 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네 방향의 상생이 자리를 잡는다면, 시장 개방을 위협으로만 받아들이고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인식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개방을 새로운 시장과 성장의 기회로 바라보고, 소비자와 지역사회, 세계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능동적인 산업으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다.
축산업의 미래, 축산인이 만든다
앞선 기고에서 나는 축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했다. 시장 개방의 확대와 사료비 부담, 질병과 환경 규제, 후계 인력 감소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현실도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의 크기만큼 새로운 기회의 공간도 넓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축종과 지역, 세대의 경계를 넘어 더 많이 만나고 경험을 나눌 필요가 있다.
학문 후속세대와 젊은 축산인들에게는 전문성을 갖추는 데 머물지 않고, 사람과 사회를 함께 바라보는 시야를 키워가길 바란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는 동물복지와 생명윤리,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변화가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정책의 뒷받침도 필요하다. 농생명산업을 식량안보와 미래성장을 이끌 핵심 산업으로 바라보고, 연구실의 원천기술이 현장과 농가로 이어지도록 민·관·학·산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청년들의 농촌 정착을 위한 자금·교육·기술을 연계하고, 생산·질병·환경·유전체 등 현장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인슈타인은 인생을 자전거 타기에 비유하며 균형을 잡으려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축산업도 다르지 않다. 멈춰 서서 지키려 하기보다 앞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균형을 잡을 수 있다. 한국의 축산업이 미래사회를 이끄는 성장동력 산업으로 발전하기를 믿으며, 그 길에 나도 작은 도움을 보태고 더 많은 이들이 축산업의 미래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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