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국립종축장의 무질서하고 험악한 분위기를 바로잡겠다고 뛰어들었던 그 시절, 나의 인생을 건 도박이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왜 그렇게 바보스러웠는지 모르겠다. 멍청한 사람, 아니 몹시 어리석은 사람을 뜻하는 팔불출(八不出)이 아니면 그 큰불이 난 집에 혼자 뛰어들어 불을 끄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보고 주위에서는 “너는 별수가 있는가?” “되겠는가?” “해봐라” 하는 식의 시각이 대다수의 분위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실패(失敗)하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얻은 별명이 하나가 추가 됐으니 악명 높은 이름, “이인형이는 독종(毒種)”이라는 것이다. 내가 우사에 들어서면 독종이 온다고 서로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착유우사 전체업무를 담당한 첫해에 발생했던 두 가지 사건이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는 순간부터 분위기는 반전(反轉)돼 장내의 질서는 잡혀나가기 시작했다. 첫 번째 사건은 매일 아침 3개의 착유우 우사를 살피는데 어느 날 아침에 마지막으로 제1우사(현재는 없음)를 들어가서 숙직실에서 쉬고 있는 보조원들과 우사 관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후 출입문 반대편으로 나오면서 주위를 살펴보니 사료를 내릴 때에 사용하는 마당이 너무나 깨끗하게 비로 쓴 것 같았다. 나는 이상하다는 직감을 받아 즉시 담당 연구사가 오면 배합사료 출납부와 사료창고 열쇠를 가지고 창고로 오라고 명령하고 창고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연구사가 도착하자마자 창고를 열고 배합사료 포대숫자를 점검하도록 했는데, 결과는 30여개가 착오가 있다는 것이다. 배합사료가 30여 포대이면 손으로 끄는 구루마로는 운반이 불가능한 것이고 마차로 그것도 밤중에 몰래 도둑질을 하다가 사료가 흘러서 흔적이 남으니 아침에 깨끗이 청소를 한 것이었다고 추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출근시간에 모든 보조원들을 모이게 하고 앞 뒤 사정을 이야기 하면서 누가 이러한 짓을 했는지 자백을 하도록 달래고 설득해 2일만인가 3일 만에 주동자(主動者)를 찾아서 바로 퇴직 시켰다. 그러한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2주가 됐을 무렵에 또 한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그 사건 내용도 아침을 먹고 착유우사를 순회하는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제1우사를 들어서니 어디서 소가 아파서 끙끙 거리고 숨을 힘들게 몰아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소리를 따라가 보니 한 젖소가 발뒤꿈치에서 피를 흘리며 일어서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 젖소는 젖을 짜는 젖소로서 제1우사에서 젖을 제일 많이 생산해 연평균 1일 25kg의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였다. 그래서 또 다시 보조원들을 모아 놓고 발굽에 상처를 낸 보조원을 찾았으나 모두가 모른다는 것이었다. 나는 끝을 내지 않으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제1우사의 관리를 포기하더라도 보조원 전원을 퇴직시키고 대체 인원을 충당할 수밖에 없으니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며칠까지 나오지 않으면 전원 바꿀 수밖에 없다는 마지막 말을 한 다음에는 그날이 될 때까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범인이 자백을 하러 나에게 찾아왔다. 그래서 왜 이런 일을 저질렀냐고 물으니 지난번 배합사료사건 이후 너무 혹독하게 몰아치는 것 같아서 화풀이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 보조원은 퇴직을 시키기에는 아까운 사람이었으나 자기가 관리하는 가축의 발굽을 청소용 삽으로 자르려고 했다는 것은 도저히 용서를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