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 키운 소 ‘애물단지’ 전락할 판

  • 등록 2008.04.28 13: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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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미산 쇠고기 수입재개 파장…요동치는 횡성송아지경매시장

[축산신문 이동일 기자]
 
- 맨위는 횡성송아지시장 전경. 아래부터 가축시장에 걸린 푯말이 지역 농가들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송아지를 바라보는 농가의 시선에 근심이 가득하다. 고명재 횡성축협장(사진왼쪽)이 시장에 나와 지역농가들을 위로하고 있다.
“팔아야 사료값 대기도 힘들어” 한목소리
을씨년스런 분위기 속 관망만…거래 ‘뚝’
“정부가 한우산업 버렸다” 절망감 팽배

지난 22일 열린 횡성송아지 경매시장. 관내 농가들을 대상으로만 경매참여와 입찰이 가능한 이 경매시장은 현재까지 100% 거래를 자랑할 정도로 자리를 잡은 곳 이다. 하지만 업계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관계자들도 이날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엄경익 횡성축협 상무는 “전날 열렸던 시장에서도 거래가 많지 않았다” 며 “오늘도 시장에 나온 농가들 중 상당수는 가격조사차 나온 농가거나,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기 위해 나온 농가들이다. 지금까지 100% 거래를 자랑해온 송아지경매시장이지만 오늘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전 8시를 조금 넘어 50여 마리의 암수, 거세 송아지가 시장에 나왔다. 본격 경매가 시작되는 9시전 시장에는 20여명의 농가들이 나와 송아지를 살펴보거나 삼삼오오모여 쇠고기 시장개방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었다.
이들 대화의 대부분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협상 결과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은 것이 주내용이었다. 한 농가는 “송아지 값이 더 떨어지면 소가 소를 먹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고 한탄했다. 송아지 한 마리를 팔아 크게 오른 사료 값을 감당하기도 어렵다는 말을 돌려 말한 것이다. 그는 또 “협상 결과도 결과지만 대통령의 발언에 더욱 기가 막힌다” 며 “값싸고 맛있는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는 말이 우리나라 대통령이 할 말인가”라고 답답한 심정을 표현했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고명재 횡성축협장은 “최근 2~3일 동안 수없이 많은 전화를 받았다. 횡성한우는 괜찮겠느냐고. 하지만 정부가 한우산업을 버린 이상 횡성한우라고 날고기는 재주가 있을 수는 없다고 밖에 답해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고 조합장은 답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짧은 시간 내에 답을 찾긴 어려울 것이며, 답이 없을 수도 있다” 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그 동안은 미약하나마 우리 축산업을 보호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어떤 의지도 노력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산업 스스로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 이라며 “실제 미국에서는 버려지거나 사료의 원료로 사용되는 것을 우리가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장내에는 눈에 띄는 푯말이 하나 걸렸다. 지역의 농가가 직접 제작해온 것으로 ‘미산 쇠고기 수입결사반대’라고 쓰여진 이 푯말에는 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수입재개 행위가 미친 짓이라 강조하며, 횡성한우농가의 울분을 담았다.
1차 경매가 끝난 시각은 9시 30분경. 예상대로 낙찰율은 저조했다. 수송아지 일부가 거래됐을 뿐 암송아지에 대해서는 입찰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거래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
엄경익 상무는 “예상은 됐지만 결과가 나오고 보니 상황이 더 안 좋은 것 같다” 며 “어떻게든 출장한 소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거래가 성사 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2차 경매를 통해서도 일부 송아지는 거래가 되지 못했다.
시장을 나서는 와중에 이날 암송아지를 시장에 가져나온 한 농가의 한 숨 섞인 말이 가슴에 남았다.
“이젠 차라리 송아지 장사를 때려치우고 강아지 장사를 하는 게 낫겠다.”
이동일 dilee@chuks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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