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두 규모 모돈농장 6개 집적화…하루 8천두 도축 돈육가공공장 ‘활력’ 가축분뇨 파이프로 한곳에 모아 발효 액비 처리·바이오가스로 에너지화 2억평 부지 수출전용 돈육산업단지 ‘후아스코 밸리’ 프로젝트 ’15년 완공 “돼지고기는 1.1달러, 닭고기는 0.8달러 정도일 겁니다.” 칠레의 대표 농기업 아그로수퍼(Agrosuper)의 아시아지역 마케팅 담당자는 ‘이걸 말해도 되나’ 하듯 잠시 머뭇거리더니 동료와 눈짓을 주고받고는 작심한 듯 대답했다. 아그로수퍼의 대규모 모돈농장을 견학하고 1일 8천두를 도축가공하는 Faenadora Rosario를 방문한 자리에서 ㎏당 생산원가가 어느 정도냐고 물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 우리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경악했다. 돼지고기 생산원가가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아그로수퍼의 직영농장과 가공공장을 돌아보는 내내 수직 통합경영(계열화)의 경쟁력을 몸으로 실감해야 했다. 이들은 값싼 인건비나 자연환경의 잇점만에 기대어 낮은 원가로 경쟁해보려는 후진적 기업이 아니었다. 사료요구율 (2.6㎏), MSY (25.5두), WSY (3천250㎏) 등 주요 생산성 지표가 세계 최고수준이었다. 수직통합경영을 품질과 위생수준을 높이고 생산이력을 완벽하게 관리하여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홍보하는 기업이었다. 이들이 최고수준의 위생과 친환경 및 동물복지를 생산 및 가공 조건을 요구하는 EU나 일본시장에 당당히 수출할 수 있는 시스템과 관리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칠레 방문 마지막날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1시20분 정도를 달려 아그로수퍼의 양돈농장을 방문했다. 이 지역에는 마을이나 민가가 없었다. 보이는 것은 과수원과 초지, 그리고 그 안에 자리잡은 축사들 뿐이었다. 돈육 연간 30만톤 생산, 절반 이상 수출 우리가 도착한 아그로수퍼의 모돈농장도 많은 농장들중의 하나였다. 뒤쪽으로 해발 200~300미터 정도의 산이 둘러싸고 있었다. 농장 외곽에는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고 돈사와 돈사외부는 철망 울타리로 또 한번 차단되어 있었다. 철망울타리 밖으로 사료탱크가 줄지어 서있고 울타리 안에는 길이가 100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돈사가 줄지어 서 있는데 겨울철 보온을 위해서인지 차단막으로 가리워져 있었다. 멀리 운동장에 새끼돼지들이 뛰노는 모습을 잠시 볼 수 있었다. 농장은 한눈에 보기에도 잘 정돈되어 있었고 사육농장 특유의 역한 냄새도 없었다. 이곳에는 모돈 9천두가 사육되고 있다는 게 농장장의 설명이었다. 전체 면적이 4천ha 정도인 농장지대에 비슷한 규모의 모돈농장이 6개가 자리잡고 있으며 주변에는 포도와 키위농장이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6개의 모돈농장의 분뇨들이 파이프를 통해 그곳으로부터 차량으로 5분 정도 떨어진 분뇨처리장으로 이송되어 한꺼번에 처리된다는 것이었다. 악취를 맡을 수 없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1개의 모돈농장에서 연간 24만두의 새끼돼지를 생산하여 비육농장으로 보낸다. 아그로수퍼는 모돈만 13만2천두를 보유하고 있다. 이 보유규모는 세계 양돈기업중 9위라고 한다(1위는 미국 스미스필드 79만8천두). 아그로수퍼는 우리가 방문한 곳 말고도 더 큰 규모의 모돈농장 사이트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바탕으로 아그로수퍼는 연간 330만두의 돼지를 도축, 돈육 30만톤을 생산하여 ‘SUPER CERDO’ 라는 브랜드로 6억불의 매출을 올린다. 지난해에는 15만8천톤 정도를 수출했다. 1일 8천두와 4천500두를 도축가공하는 두 개의 플랜트를 갖고 있고 1천개의 비육돈 농장을 보유하고 있다. 돈육사업은 아그로수퍼가 갖고 있는 8개 사업부문중의 일부다. 아그로수퍼는 1950년 달걀판매사업으로 출발하여 닭고기, 칠면조육, 돈육, 가공육, 연어, 포도주, 과일, 올리브유 등 8개의 사업부문으로 다각화한 명실상부한 칠레 최대의 농기업이며 칠레의 농산업을 사실상 이끌어가는 리딩컴퍼니이자 세계 시장에서 내로라 하는 식품기업들과 경쟁하는 글로벌 플레이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칠레산 돼지고기의 90%가 이 회사 제품이다. 그렇다고 매출규모가 세계적인 수준은 아니다. 지난해 올린 매출은 약 18억 달러. 하지만 닭과 칠면조, 돼지를 도축가공하는 플랜트를 5개 가동하고 있으며 칠레 국내에만 29개의 물류센터를, 해외에는 5개의 판매지사(도쿄, 텐진, 제노바, 런던, 애틀랜타, 멕시코시티)를 운영한다. 종업원수는 1만6천명. 가금류와 돼지를 사육하는 농장만 대략 2천500여개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시설들을 직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닭과 칠면조, 돼지 등의 종축과 비육농장도 모두 직영이다. 그야말로 완전한 수직계열화 경영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8개 부문의 생산 가공 유통 판매의 사슬들이 수직적으로 통합체계를 갖추었고 각 부문들은 서로의 위험을 분산하고 시너지를 내면서 수평적으로 다각화되어 있다. 6개의 모돈농장에 발생하는 분뇨를 한군데로 모아 발효 처리하여 액비로 만들어 인접 과수원의 비료로 활용하는 방식은 통합경영이 아니면 도저히 실현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모돈 500~1천두 규모의 중소규모의 단일농장 마다 개별적으로 분뇨처리 시스템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할 때 그 효율성과 자원 재활용 능력은 천양지차였다. 이들은 또 분뇨를 처리하여 바이오가스를 생산, 탄소배출권을 팔 수 있는 기술마저 보유하고 있었다. 호기성 처리 방식을 활용한 활성 슬러지 공정을 추가로 개발하여 악취도 없앴다고 한다. 공정을 거쳐 정제된 액체는 농장 청소 등에 재활용하고 슬러지는 고형분 퇴비로 만들어져 인접 과수농장에 활용하거나 판매한다. 아그로수퍼는 1일 4천500두, 8천두를 도축가공할 수 있는 2개의 돈육가공시설을 갖고 있다. 이중 종업원수 2천400명, 1일 8천두의 도축능력을 가진 칠레 최대의 Faenadora Rosario(산티아고 인근 오이긴수주 로자리오시에 위치) 가공플랜트를 방문했다. 외부의 모습은 커다란 제조공장이었다. 도축가공시설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냄새를 느낄 수 없었고 주변도 깔끔했다. 사무직원들이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밑 빈공간을 활용해서 꾸민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는 이 공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는 작은 증거였다. 회사를 소개하는 홍보동영상은 한국어로 더빙되어 있었는데 우리 일행을 위해 임시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 견학통로를 통해 돌아본 가공공장은 분주했다. 도축후의 커팅, 부분육 가공 및 포장처리 공정을 볼 수 있었는데 일본어와 한국어로 표기된 포장박스가 컨베이어 밸트를 타고 오르내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료에 의하면 이 2001년 가동되기 시작한 이 가공공장은 시간당 500두 처리능력을 가진 당시 남미 최대의 최신설비 공장이었다. 1일 8시간 기준 4천두 처리능력을 2교대 8천두로 풀가동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1천700만명이 채 안되는 칠레국민들은 1인당 연간 18.7㎏의 돼지고기를 소비한다고 한다. 인구수는 우리나라의 3분1 정도이고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비슷한데 1개 기업이 연간 330만두의 돼지를 도축가공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이 아니면 공급이 넘쳐 파동이 날 상황이다. 하지만 전체 돼지고기 생산량의 40%가 수출되며 수출의 78%를 아그로수퍼가 담당하고 있다. 자국시장 점유율도 무려 62%였다. 생산규모 배가 세계최대 농업기지 가시화 아그로수퍼는 현재의 생산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후아스코 밸리 프로젝트(Huaco Valley Project)’ 또는 ‘아그로수퍼 메가프로젝트(Agrosuper Mega Project)’라고 불리운다. 이 사업은 산티아고에서 북쪽으로 700㎞ 정도 떨어진 중북부 사막 지대인 ‘후아스코 밸리’에 2억평의 부지를 확보하여 항만과 생산기지(사료공장 농장), 가공공장(도축 가공), 물류센터 등에 이르기는 식품사슬의 전 과정을 한 지역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세계 최대의 농업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칠레 방문전부터 이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이 궁금했었다. 2005년부터 시작했다는 이 사업의 진행상황을 물으니 자료사진과 전체 레이아웃 스케치를 보여주었다. 말로만 듣던 대규모 프로젝트가 이미 상당부분 가시화되어 있었다. 대형사일로를 갖춘 전용부두(3만톤급 벌크선 접안)를 이미 건설했고 1만두 규모의 모돈농장 2개 및 비육돈농장과 분뇨처리시설, 사료공장 등도 거의 완공단계였다. 내년부터 도축가공공장 건설이 시작된다고 한다. 모돈 규모 15만두, 월 10만톤 생산능력의 사료공장, 시간당 1천두(1일 8시간 기준 8천두)를 처리할 수 있는 도축가공공장 등 돈육계열화 시스템이 1차 완성되는 시점은 2015년라고 한다. 동식물 질병에서 안전한 건조지대의 강점을 활용하면서 필요한 용수는 안데스산맥에서 흘러내리는 후아스코강과 사막아래의 청정 지하수를 개발 사용한다. 멕시코나 미국으로부터 대형 벌크선으로 곡물을 들여와 항구로부터 10㎞ 정도 떨어진 페르에이리나시 (인구 5천명)에 건설된 사료공장으로 옮겨져 사료를 생산하고 사료공장 인근지역에 최적화하여 배치된 축산농장에서 돼지를 기른다. 농장들에서 발생하는 분뇨는 한꺼번에 모아져 처리과정을 거친 뒤 주변에 조성될 키위, 올리브 등 과수농장에서 바로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생산된 과일 역시 수출된다. 종합도축가공시설은 축산농장으로부터 머지않은 발레나르시 (인구 5만여명, 항구로부터 20㎞)에 건설된다. 건조한 사막지대라서 가축질병으로부터 안전하고 물류는 최소화한다. 아그로수퍼 관계자는 원가가 지금보다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서 생산되는 육류가 세계로 수출되며 그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다. 대한민국에 수출되는 칠레산 돼지고기는 2014년부터 관세가 없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