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있은 후에야 잘 할 수 있다

  • 등록 2012.08.09 09: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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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만사


홍완표 회장 <예산신암단지협의회>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가 등장한다. 
90세된 북산(北山)의 우공(愚公)이 태형(太形)과 왕옥(王屋) 두 산 때문에 돌아서 다녀야 하는 불편을 없애려고 식구들과 함께 산을 없애기로 했다. 우공은 이웃사람들의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실행하면서 자신의 대에서 끝내지 못하면 자손대대로 노력하여 이루겠다는 집념으로 끝까지 굴하지 않고 일을 계속했다. 이에 옥황상제는 그 정성에 감동해 두 산을 다른 곳으로 옮겨 주었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고사를 두고 어떤 이들은 우공(愚公)이 어리석다고 평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그 집념을 본받아야 한다고 한다. 현대적 감각으로 바라볼 때 둘 다 맞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어리석다고 본 사람들에게 우공이산의 고사는 변화무쌍(變化無雙)의 현대 사회에서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의 투자에 비하여 그 결과물을 언제 창출해 낼 수 있을지 모르는 미지수의 행위일 뿐이다. 그렇기에 손해도 이런 손해가 없으니 어리석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루지도 못할 일에 정력을 낭비할게 아니라 그 시간과 노력을 다른 생산적인 일에 유용하게 쓴다면 더욱 큰일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반면에 우공을 본받아야 한다는 이들은 아무리 현대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한다고 하더라도 그 근본은 변하지 않는 법이라고 여긴다. 바로 한우물 파기를 모토(motto)로 한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 박사는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s)이라는 책에서 기업의 규모가 작아 눈에 띄지 않지만, 틈새시장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세계 최강자 자리에 오른 1등 회사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요즘 들어 우리가 이야기하는 작지만 강한 기업인 강소기업이다. 강소기업들의 특징은 주력산업과 상관없이 때로는 손쉬운 돈벌이에만 급급하여 문어발식으로 확장해가는 대기업들과는 달리 자신들만의 특화된 전략에 의하여 미련한 듯 우직하게 밀어부쳐 품질과 기술을 인정받아 세계 속에 우뚝 선다.
이렇듯 우리는 하나의 우공을 두고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두 가지 경우 모두 하나의 의미로 귀결된다. 산이라는 장애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 인생에 있어서 학생이든, 기업가든, 정치인이든, 직장인이든, 가정에서든 그 누구도 산이라는 장애를 피해 갈 수는 없다. 다만 그 산 앞에서 이겨낼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이겨낼 의지가 있는 자의 방법이란 묵묵히 산을 옮겨내든지 아니면 터널을 파거나 등산로를 닦느냐와 같은 자신만의 노력에 달려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실패의 쓴맛을 보기도 하고, 성공의 단맛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얻는 실패의 쓴맛은 도전하려는 의지와 용기를 잃지 않는 한 언제든지 성공의 달콤한 맛으로 바뀔 수가 있다. 
해가 지고 어두운 밤을 겪어야 아침에 다시 해가 떴을 때 밝음을 아는 것이다. 과거의 실패에 매달리거나 현재의 어려움에 아예 도전 자체를 꿈꾸지 않는 나태함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연구하는 진취적인 자세를 가진 자에게 하늘은 기회를 준다. 그것이 바로 맹자가 그때의 우리나 지금의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이야기의 요지임이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신에는 필수적인 요소가 뒤따른다. 바로 인의(仁義)의 당당함이다. 맹자는 어떻게 이로움을 줄 것이냐는 양혜왕(梁惠王)의 질문에 “왕은 하필 이로움을 말씀하십니까? 역시 인의가 있을 뿐입니다”라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맹자가 왕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던 것은 인의로 무장하는 길만이 어지러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확신과 그 자신이 도덕적으로 당당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용기는 당당함에서 오는 것이다. 당당하지 못한 비겁한 이들이 산이라는 장애를 만났을 때 온갖 위법과 탈법, 편법을 동원하여 지름길만을 찾아가려 한다. 그러한 속에서는 인의가 바로 설 수 없게 된다. 
공자는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라”고 하였고, “안회는 두 번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고 하였다. 세상살이의 어려움과 고통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러할수록 산을 넘어가려는 당찬 의지와 인의의 당당함으로 우공이 걸어갔던 길을 우리도 걸어가야 할 것이다. 그 길만이 현재 우리에게 닥친 정신, 문화, 사회, 경제, 정치의 큰 산을 온전히 넘어설 수 있는 바탕이 됨을 알아야 한다.

홍완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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