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축산유통부 직거래사업팀 <김 란 과장>

도시 농·축협은 규모화된 시장과 안정된 경영기반을 바탕으로 우리 농·축산물 소비지 판매, 시장가격 선도, 소비자 편익 및 지역가치 창출 효과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국민경제의 일익을 담당해 왔으며, 역량이 큰 만큼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 내부에서 조차 이들 조합이 경제사업보다 신용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총자산과 자기자본이 많고 당기순이익 규모도 큰 이들 조합이 자금조달 창구, 산지축산물 판매, 도농교류 등 산지 조합 및 축산물 판매를 위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 스스로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이 때문에 농협중앙회는 도시조합의 판매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6월부터 신용점포를 설치할 경우 축산물플라자나 하나로마트 등 판매장 설치를 의무화 했다. 또 매출총이익 중 경제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7년까지 35%로 확대해야 한다는 규정도 신설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의 제재 조치, 그리고 충족했을 경우의 각종 혜택까지 구체화했다.
이제 도시축협의 판매역량 강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 된 것이다.
도시축협의 지역 특성상 경제사업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도시축협 경제사업은 판매시설 확대를 통한 산지축협의 축산물을 잘 팔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산지축협과 농협중앙회 모두 도시축협이 판매농협의 구심점이 되길 바라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모든 것을 다할 수 없고, 산지축협의 역량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도시축협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7대 특광역시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46%가 거주하고 있으며, 특광역시 소재 조합들은 417만 명의 준조합원을 확보하고 있다. 충분히 농축산물 판매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다. 대도시에 축산물플라자나 하나로마트를 100개 늘릴 때 축산물 매출액 증가는 약 2천억 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도시축협이 판매농협으로 거듭나면 그간의 비판적 시각을 일소할 수 있다. 또한 산지축협과 도시축협·농협중앙회의 상생 분위기 확산으로 경제사업 활성화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소비지 고객들에게 고품질 안전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서민물가 안정에도 기여하고, 대도시 판매장 확충에 따라 소비자 편익 증대는 물론 지역사회 일자리까지 창출할 수 있다. 가히 문일득삼(問一得三, 적은 노력으로 많은 이익을 얻음)이라고 할 만하다.
‘판매농협 구현’은 협동조합의 초심이자 민간기업과 수입 축산물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농민을 살리고 협동조합이 사는 길이기도 하다. 사육두수 증가, 생산비 상승, 경기침체 등 우리 축산은 힘든 기로에 서 있다. 어려울 때 빛을 발하는 협동조합의 힘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