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서 값진 노하우 얻고 조사료 본격 생산…새로운 미래 연다

  • 등록 2012.10.31 14: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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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곡물자원 개발 ‘개척자’를 찾아서 / 포항축협

[축산신문 심근수·신정훈 기자]

러시아 조사료 수출법 제정…최대 성과
올해 첫 직접 파종 생산…귀리알곡 들여와
현지법인 설립·자체장비 확보…작물 다양화
원가 수준 농가 공급…조사료 가격견제 역할

 

◆ 포항시-연해주 자매결연이 첫 단추
포항축협 이외준 조합장이 러시아 연해주에서 조사료를 재배할 생각을 처음으로 갖게 된 시기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포항시와 연해주가 자치단체끼리 자매결연을 맺게 되면서 이외준 조합장은 연해주 현지를 처음 방문했다.
첫 방문에서 광활한 대지의 비옥함을 한 눈에 알아본 이 조합장은 해외농업개발, 즉 조사료 재배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고 한다. 직접 가보니 러시아(연해주)가 먼 나라가 아닌 가까웠다는 점도 작용했다. 일단 컨테이너에 선적만 하면 24시간 만에 포항에 하역할 수 있다는 점이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농업개발을 해보고 싶다는 뜻을 전달하자 러시아 정부도 자매결연을 맺은 한국 포항시의 축협이 직접 현지에 진출해 농사를 짓겠다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러시아 농업개발에 욕심을 내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에 대해 높은 호감을 갖고 있는 러시아 정서도 한몫했다. 포항시도 한 번 해보자고 적극성을 보였다.
이런 의견들이 모아지면서 2008년 포항축협은 연해주 현지답사와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차근차근 농업개발 방식과 현지 농지임대 방식, 재배할 작물과 현지 적응성, 파종과 수확장비, 그리고 검역과 우리나라로의 수출 인프라 등 종합적인 검토를 마치고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 러시아 조사료 수출법 제정 ‘성과’
포항축협이 2008년부터 포항시와 협력해 꾸준하게 러시아에서 농업개발에 대한 신뢰를 쌓아오면서 얻은 가장 중요한 성과가 바로 올해 2월 발효된 조사료 수출법이다.
그동안 러시아에서는 조사료 수출과 관련한 법령 자체가 없어 조사료를 생산해도 우리나라로 반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법령이 제정되면서 당연히 검역문제도 해결됐다. 러시아 검역관이 직접 포항축협의 건초소독시설로 나와 우리나라로 들여올 조사료에 대한 검역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이 것만 해도 포항축협이 해낸 일이 결코 작지 않다며 축산업계 관계자들이 한 목소리로 칭찬하는 사항이다. 조사료 수출법은 러시아 연방정부 농업부 동식품감독청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항만이나 도로 상황 등 현지에서의 수출인프라는 러시아 정부의 극동개발정책과 대규모 투자, 최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로 계속 호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 올해 520ha 확보…값진 노하우 얻어
포항축협이 농지를 확보하고 본격적인 파종에 들어간 것은 2012년이 처음이다. 그동안 현지조사와 협력법인 확보, 사업계획 확정, 인력 파견 등의 과정을 거쳐 충분한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연해주 곡물자원 개발에 노크했던 일부 기업들에게 장벽이 됐던 도로와 항만 등 인프라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것도 본격 진출의 신호탄이 됐다.
포항축협은 올해 연해주에 총 520ha의 농지를 1년 단기 임대 방식으로 확보했다. 사업방식은 현지법인을 설립하지 않고 아그로상생과 협력하는 시범사업이었다. 연해주에서 농업경험을 습득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귀리건초가 480ha, 귀리알곡이 140ha에 지난 4월29일부터 5월14일 사이에 파종됐다. 파종과정에서는 연해주 FMD 발생에 따른 농지 변경이라는 악재가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전년도 미경운지에 파종하고, 적기도 놓치면서 예상수확량이 크게(20% 이상) 감소하는 아픔을 겪었다. 파종 후에도 제초작업과 추비, 농약살포 등에 어려움을 겪는 등 계속 악재가 쌓였다. 악재는 수확기까지 이어졌다. 파종 후 70일 경과한 시점에서 3일에 한 번꼴로 비가 내렸다. 현지인들도 처음 보는 악천후가 이어진 것이다. 결국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면서 수확량은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돌게 됐다.
이런 아픔을 겪으면서 포항축협은 농지임대와 경운(기비), 파종, 제초, 추비, 수확 등 전 과정에 거쳐 남에게 배우기 어려운 경험을 자신만의 노하우로 만드는 계기로 삼게 됐다.
그래도 어찌됐든 포항축협이 직접 연해주에서 처음으로 생산한 귀리알곡 60톤이 지난달 29일 새벽 포항 영일만항에 하역됐다. 지난 5월22일 국내 최초로 연해주에서 생산된 36.4톤(귀리 12.4톤, 티모시 24톤)을 수입했다면, 이번에는 연해주에서 직접 생산한 첫 물량을 들여온 것이다. 첫 물량 말고도 현지에서 6천만원 상당의 귀리알곡을 판매했다.
포항축협이 조사료 재배를 위해 연해주에 투입한 재원은 10억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장비와 농업비, 물류비 등이 포함된다. 직원도 홍정기 과장, 이용길 대리, 이정호 주임 등 3명으로 연해주 조사료 생산사업 전담팀을 구성해 현지에 파견했다. 이들은 3개월씩 교대로 한창 바쁠 때는 3명 모두 현지에서 조사료 생산사업에 매달렸다.
홍 과장은 “너무 백지상태에서 출발해 힘들었다. 그러나 올해 좋은 경험을 했다. 내년에는 충분한 사업계획과 준비, 그리고 현지상황 체크로 최고의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무도 안 가본 길을 가본 것 치곤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고 평가하긴 힘들다. 들인 재원과 인력 못지않은 노하우를 축적하고,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 내년엔 농지·작물 다양화해 리스크 줄여
포항축협은 올해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알찬 사업을 계획 중이다. 그 핵심에는 현지법인 설립이 포함돼 있다. 포항축협은 올해 안에 러시아 연해주에 투자법인과 영농법인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도비와 시비를 합쳐 26억 원 정도를 투입해 장비까지 충분히 갖출 계획이다. “해마다 성공하는 농사가 어디 있나. 낯선 땅에서 한해 지어보고 성공여부를 판단해선 안 된다. 축산 농가를 위해 다시 힘을 내야 한다”는 박승호 포항시장의 격려도 큰 힘이 되고 있다.
현지법인을 만들면 직원 3명을 파견하고 러시아인도 채용할 계획이다. 물론 적어도 500ha 면적에서 조사료를 생산할 수 있는 파종, 생육관리, 수확장비도 갖출 방침이다.
기후나 여러 가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귀리뿐 아니라 콩, 옥수수까지 해마다 면적과 작물도 늘려갈 계획이다. 당장 올해 활용한 농지 외에도 블라디보스토크에 140km 가까운 곳에 새로운 농지를 확보할 방침이다.
소독시설도 내년 7월까지는 아그로상생 시설을 이용하지만 그 이후에는 포항축협 소유의 소독시설을 적절한 위치에 설치하고 승인까지 받을 계획이다.
이렇게 해서 내년에는 귀리건초 1천500톤을 생산해 300톤은 현지에 팔고 1천200톤은 국내에 들여와 생산원가(152원/kg)와 물류비(220원/kg) 등 수입가격 372원을 고려해 거의 원가에 가까운 가격에 포항축협 조합원들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물량이 여유 있게 되면 경북지역을 비롯해 원하는 일선축협에 저렴하게 공급해 전체 건초시장에서 협동조합의 가격견제 기능을 강화해 축산농가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것이 포항축협 임직원들의 포부다.  


 

농가 실익위해 전 구성원 전력질주…성과 확실히 보여줄 것


>>인터뷰 / 이외준 포항축협 조합장

 

“연해주 조사료 생산사업의 기본적인 목적은 바로 축산 농가들의 실익증진이다. 포항축협의 연해주 농업개발사업이 한 번 실패하면 앞으로도 협동조합의 진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각오로 포항축협 모든 구성원들이 이를 악물고 뛰고 있다. 올해 아쉬운 결과를 얻었지만 좋은 경험도 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확실한 결과물을 국내에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현지법인 설립을 준비하기 위해 러시아에 다녀온 지 얼마 안 되는 지난달 25일 만난 포항축협 이외준 조합장은 정부조차 힘들어하는 해외곡물자원 개발에 일 년 내내 뛰어다녀서 인지 피곤한 기색이 엿보였지만 눈빛에서 강한 열정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이 조합장은 연해주의 지리적 특성을 소개하면서 “경작 국토를 해외에 확보하는 것은 국가적인 주요 사업이다. 국가차원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국가가 FTA 대책 자금 중 100억 원만 갖고 가면 수만ha의 농지경작이 가능하다”며 정부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조합장은 이어 “연해주는 장비와 물류문제만 해결되면 연맥알곡을 350원 미만으로 농가에게 공급할 수 있다”며 “직접 농지를 임대해 파종하고 수확해 들여온 것은 포항축협이 처음이다. 현지에서 가장 성공한 모델로 꼽히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직원들이 그만큼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조합장은 연해주 사업에 대해 “미래를 위해 가는 길에, 모두의 생각을 바꾸는 역할을 포항축협이 해내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심근수·신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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