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재 민 과장 (농협중앙회 축산유통부)
국산 돼지고기 가격 폭락으로 양돈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가 소득의 기준이 되는 전국 도매시장 지육가격은 10월 기준 2천986원(kg)으로 작년보다 약 30% 하락했다. 이를 1마리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25만원으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돼지 사육비인 34만원보다 9만원이 적다.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은 뒤로 하고 이익은 커녕 농장 경영을 계속해도 되는지 하는 걱정에 양돈농가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이처럼 돼지가격이 폭락한 배경에는 수급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공급은 늘어난 반면 소비는 줄어든 것이다. 지난 2010년 발생한 FMD 여파로 국산 돼지고기 공급이 줄어든 틈을 수입산이 메우면서 소비자의 입맛을 바꾸어 놓은 것이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간 양돈농가가 농장 재개를 위해 불철주야 피땀 흘린 노력이 사육두수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FMD에 이은 이중고로 돌아온 것이다.
정부와 농협 등은 국산 돼지고기 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더불어 그동안 수입산 돼지고기를 구매한 소비자가 거부감 없이 재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돼지고기 뿐 아니라 수입산과 국내산 식재료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에서 국산 축산물을 구매해 달라는 주장은 일면 감정적 애국주의라고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전 세계적으로 지구 환경보호 및 소비자의 건강관리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권장되고 있다.
1994년에 도입된 ‘푸드마일리지’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식품 수송량에 수송거리를 곱해 나타낸 것으로 식품이 생산된 곳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먼 거리에서 식품이 운송되면서 사용되는 방부제 등 인공첨가물이 식품안전과 인체 건강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운송과정에 과다한 비용과 화석연료가 사용되어 환경오염을 초래하기 때문에 푸드마일리지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푸드마일리지는 7천85km로 조사대상국인 일본, 영국, 프랑스 중에서 가장 높으며, 2003년 이후 1인당 푸드마일리지 증가율 또한 타국가보다 무려 15배 이상 높다.
그렇다면 푸드마일리지를 줄이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바로 로컬푸드 운동, 국내산 농축산물을 소비하는 것이 그 열쇠다. 우리 몸과 입맛에 맞는 국내산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내려온 ‘신토불이’ 개념을 다시금 주목해야 한다. 이미 외국은 북미의 100마일다이어트, 일본의 지산지소, 이탈리아의 슬로푸드 등 다양한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돼지고기를 구입하거나 외식을 할 때 원산지 표시제를 통해 국산 여부를 확인하고 소비한다면 환경보호는 물론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우리 축산농민의 시름을 덜어주는 일석삼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최근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대한 각계의 우려가 깊다. 이는 사료값 상승으로 이어져 축산농가를 더욱 힘들게 할 것이며, 이는 장차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그 시작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돈농가를 위해 국산 돼지고기를 소비하면 어떨까. 국내산 식재료에 대한 관심과 소비를, 특히 가격 폭락으로 존폐의 기로에 서있는 양돈농가에 큰 힘이 되어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