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사료 수경재배시스템 통해 암소비육 ‘경제적 이익’ 높여
요즘 한우농가들의 공통된 고민은 생산비 부담은 늘어나는 반면 산지 소 값은 떨어져 농장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 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과도한 사육두수와 경기불안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13년 한우산업은 이처럼 여러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얽혀 해법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저렴한 대체사료를 발굴하고 번식능력이 떨어지는 암소도태는 물론 단기간 사육방법을 통해 사육두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한우산업의 난관을 돌파할 방법을 모색하고자 미경산우를 18개월 단기간 사육,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는 대표적인 농장을 찾아 사례를 들어보았다.
기존 사육 방식만 고집해서는 경쟁력 없어
단기출하로 사료비 두당 150만원 이상 절감
방목으로 신진대사 촉진…저지방육 기호 부응
새싹사료, 기호성 높고 증체 효과도 뚜렷
▲언제부터 한우를 사육했는지?
-15살 때부터 관련 지식도 없이 오직 독학으로 소를 키워 오늘날에 이르렀다. 돌이켜보면 40여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송아지 번식을 전문으로 해왔고 이제는 암소 비육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해온 일을 왜 지금에 와서 바꾸려 하는지?
-번식은 너무 오래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 특히 요즘엔 송아지를 생산해봐야 예전 같지 않아 가격도 잘 나오지 않는다. 이미 적정 사육두수를 훌쩍 넘은 상태다. 또한 정부에서도 암소도태를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결국 농가 스스로 변화를 찾지 않고서는 자멸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에게는 암소에 관해 그동안의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현재 소를 어떻게 키우시는지?
-암소를 30개월까지 기존의 비육프로그램으로 사육해봐야 숫소에 비해 체중도 100~150kg이상 적고, 등급도 잘 나오지 않는다. 반면에 사료비는 숫소와 비슷하게 들어간다. 키우면 키울수록 손해를 보는 것이 암소비육의 현실이다.
일례로 축산 선진국인 호주는 2년 미만의 쇠고기를 가장 으뜸으로 쳐주고, 물론 가격도 높게 받고 있다. 이점에 착안하여 우리농장도 18개월령 출하로 두당 사료비를 150만 원 이상 절감하는 프로그램을 접목하고 있다.
▲보통 암소가 18개월령이면 체중이 430~440kg 밖에 나오지 않아 결국 손해 보는 게 아닌가?
-그렇지 않다. 우리 농장의 경우 18개월령 출하시 약 470~500kg 간혹 500kg 이상까지도 증체가 가능하다. 30개월까지 키워 600~630kg밖에 나오지 않는 기존 사육방식을 버리고 만 18개월만에 출하하는 게 더욱 경제적이고 훨씬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다.
▲ 어떻게 해서 18개월만에 500kg가 나온다는 것인지?
-이건 나만의 노하우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소가 잘 먹고 잘 소화 시킬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사육환경도 그만큼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곡물사료를 먹일 경우 소가 배출하는 분변을 유심히 살펴보면 해답을 찾을 수가 있다. 곡물을 섭취한 소는 소화가 잘되지 않아 알곡이 분변으로 배출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큰 손실인가. 그러다가 점점 사료섭취량도 줄고 체중이 늘어나지 않게 된다. 소의 신진대사 기능이 발달하면 사료섭취량도 늘고 소화력도 높아 증체가 잘된다. 그래서 우리농장은 입식 후 송아지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방목을 통해 신진대사 기능을 높이고 있다.
▲암소비육에 고민하는 다른 농가를 위해 사양비법을 공개하신다면?
-저희 농장에서는 농후사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수경재배 시스템으로 수확한 보리새싹(농업회사법인 하이드로팜이 공급)과 섬유질사료(볏짚)로만 사육하여 일당증체량 1kg 이상의 증체 효과를 보이고 있다. 암소비육에 관심이 있는 농가와도 정보를 공유하여 도움을 주고 싶다. 차후에 이를 기반으로 유기농축산물 생산도 도전해보고 싶다.
▲일반 사례의 경우 18개월령에 출하하면 마블링 형성이 거의되지 않아 경쟁력에 오히려 취약하지 않는지?
-맞는 말씀이다. 그러나 등급이 나오지 않더라도 사료비가 적게 들고 회전율이 빨라 오히려 경제적으로 농가에 도움이 된다. 마블링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마디 하겠다. 근내에 지방이 축적되려면 소의 대사기능이 거의 망가져야 가능하다. 다시 말해 소의 위와 간은 다 망가진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사육도중 폐사하는 경우도 더러 발생한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이건 너무 잔인한 일이라 생각된다. 현 상황을 보더라도 한우농가 입장에서는 마블링이 잘 형성될 수 있도록 값비싼 곡물사료를 대량 섭취하게 한다. 그렇다고 모든 농가가 최상등급을 받는 것은 절대 아니다. 최상등급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생각된다. 과연 이게 올바른 방향인지 묻고 싶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한우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 달라.
-현재 국내 소비자들은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데 관심이 높다. 특히 먹거리에 대한 안전뿐만 아니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 육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단백질은 물론이요 풍부한 영양소 공급원이다. 이처럼 식생활 패턴의 변화에 따라 꾸준히 소비가 늘고 있다. 고지방을 과다 섭취하면 우리의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내용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지방육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많을 뿐더러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이러한 시장을 미리 준비하자는 것이 현재 진행하는 저지방육 생산의 취지다.
분명하게 말씀드리자면 소비층은 다양하다는 것이다. 고급육 생산만이 그 산업 전체를 끌고 갈 수 없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때 한우농가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따르기 마련이다. 다양한 소비층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한우산업이야 말로 생산자가 앞으로 지향해야할 과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