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육종 고문 유병현 박사
우리나라는 매년 우수하다고 알려진 해외 종돈을 대량 수입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번식용 암퇘지와 비육돈은 대부분 그 후손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생산성이 낮은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종돈의 유전능력이 낮으면 생산성이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간 국내 양돈산업의 낮은 생산성에, 종돈의 유전능력이 미쳐온 영향은 생산자단체에서 주장하는 수준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종돈을 직수입한 일부 농장의 성적이 수입종돈을 생산한 해외 농장의 성적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사례를 보아서도 짐작할 수 있다. 자칫 국내 양돈산업의 낮은 생산성을 종돈장 탓으로 돌리고 훨씬 더 중요한 요인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는 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수년전부터 국내 종돈업계에 전문화 요구가 거세며 일부 언론에서는 GGP와 GP가 병행되고 있는 국내 종돈업계의 특성을 개량효과를 저하시키는 주요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러나 GGP와 GP가 병행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개량효과가 저하하지는 않는다. 마치 GGP와 GP를 병행하면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분리해야 하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GGP농장에서 순종 생산을 1-2산차로 제한하고 3산차 이상의 모돈은 F1 생산에만 사용함으로써 GGP의 세대간격을 단축하는 시스템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다만 GGP와 GP를 병행하는 경우 품종간 혼혈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교배와 혈통관리가 엄격하고 오류가 없도록 대조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GGP와 GP농장의 분리와 관련해, 최근 우리나라에서 종돈을 많이 수입하는 프랑스와 캐나다 회사의 사정은 사뭇 다르다. 우선 캐나다 회사는 비교적 농장 규모가 크고 GGP와 GP농장이 분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각 품종의 GGP농장을 복수로 운영한다. 이 회사의 경우 한참 생산 중인 모돈이라도 그 모돈보다 유전능력이 더 우수한 후보돈이 새로 선발되면 그 모돈을 도태함으로써 세대간격을 단축하고 있다. 그 반면 프랑스 회사의 경우, 농장 규모가 비교적 작아 GGP가 여러 농장에 분산되어 있으며 GGP 농장 중 일부는 순종만 생산하고 또 일부는 F1도 함께 생산하고 있어 GGP농장과 GP농장이 완전히 분리된 구조를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GGP와 GP 농장의 분리 여부는 종돈개량의 전문화와 상관없이 회사의 여건과 목적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 개량집단 규모가 작아 그 성과와 속도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것도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다. 막연히 개량집단의 규모를 늘리면 종돈개량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개량속도가 집단의 규모와 비례하지는 않는다. 개량 속도와 성과는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결정되는데, 집단의 규모가 너무 작지 않은 경우라면, 단기적으로는 개량집단의 규모가 중요한 요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개량집단의 규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유전능력 평가의 정확도를 높이고 유전변이를 유지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개량을 하는데 개량집단의 규모는 매우 중요하다. 다만 개량집단의 규모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종돈개량 성과가 미흡했던 중요한 이유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끝으로, 종돈개량 네트워크사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함에 있어 가장 시급한 사안은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참여농가의 의무사항이나 이해관계를 규정하는 근거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