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 종 연구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금년의 봄은 지난 혹독한 추운 겨울의 여파였는지, 쉽게 들어오지 못하다가, 어느새 여름을 닮은 강렬한 햇살로 무장을 하고 계절의 여왕으로서 자리를 완연히 잡고 돌아왔다. 사람들의 야외활동이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갑작스레 야생진드기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 진드기의 원래 이름은 ‘작은소참진드기’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분포되어있으며 4∼11월에 활동하고, 5∼8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 산란계 산업도 이 진드기란 놈의 피해가 알게 모르게 여간 적지 않다. 전국의 양계장을 괴롭히던 닭 진드기, 일명 와구모도 서서히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하는 시즌이 돌아왔다. 닭 진드기는 여름철 장마기를 거치면서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닭 진드기는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유럽의 산란계 케이지 농장의 경우 영국, 이탈리아, 세르비아, 모로코, 몬테네그로, 네덜란드 등에서는 80∼90%, 프랑스(72%), 덴마크(32%), 노르웨이(23%) 순으로 닭 진드기의 침투율이 높게 조사되었고, 2007년 일본에서도 육계 종계농장에서는 29.3%(17/58호), 일반 육계농장에서는 0.6%(3/499호)에 지나지 않았으나, 산란계 농장에서는 85.2%(300/352호), 산란육성계 농장 55.1%(38/69호), 산란종계농장에서는 56.3%(9/16호)로 조사 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 닭 진드기의 감염이나 피해 상황에 대한 조사나 연구가 거의 없어 닭 진드기의 구제 대책 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같이 닭 진드기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 그 이유로서 1) 계란 등 닭 생산물 및 관련산업 유통의 광역화로 쉽게 번져 나갈 수 있었으며, 2) 무창계사 등 시설의 현대화로 계절에 관계없이 연중발생하며, 3) 한번 발생하면 완전구제가 어렵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닭 진드기를 완벽하게 구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닭 진드기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닭 진드기는 가금이나 조류의 외부 기생충(Ectoparasite)으로서 그 종류가 적지 않지만 크게 2종류로 구분된다. 산란계 산업에서 가장 피해가 큰 붉은 닭 진드기(Red mite)는 낮에는 닭에서 떨어져 주로 틈새에 숨어서 지내며, 밤에만 닭으로부터 흡혈 활동을 하며, 병아리의 성장저해는 물론 폐사율 증가, 빈혈이나 기생 스트레스로 인한 산란감소 및 각종 바이러스성 질병도 매개하며, 계란의 품질도 저하시킨다.
닭 진드기의 구제에 사용되는 약제로서는 피레스로이드(Pyrethroid)계, 카바메이트(Carba
-mate)계, 유기인(Organophosphorus)계가 대표적이며, 최근 페닐피라졸(phenylpyrazole)계의 피프로닐(fipronil)도 사용되고 있다. 닭 진드기의 구제가 어려운 것은 닭 진드기가 성충이 아닌 알에서 부화하기 전에는 약제효과가 없으므로 닭 진드기의 라이프사이클을 잘 이해하고, 반드시 일주일 간격으로 적어도 2~3회 연속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며, 입추 전에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또한, 내성이 생기면 닭 진드기의 구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동일약제의 장기간 사용은 피하고, 로테이션으로 사용하는데, 사용약제는 반드시 기록하도록 한다.
당연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닭 진드기가 계사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주기적인 소독 및 방역과 계사 물품반입 시 철저한 소독이 필요하고 특히, 사육자의 의복을 통해서 전파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계사 내에 한 마리의 닭 진드기라도 발견되면, 즉각 대처하여 피해 확산 방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로서 닭 진드기 구제에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닭 진드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기본에 충실한 구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