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갑 차장 (농협중앙회 한우팀)
관측 관련정보 농가전파 강화해야
한우산업의 특성
한우산업이 어렵다. 한우 도축두수 증가,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감소, 수입량 증가, FMD 상황, 생산비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장기적으로 어떠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인가. 무엇을 개선할 것인가, 해결 고리(Key)는 무엇인가?
가격폭락의 원인을 적정두수를 초과한 사육두수 증가 탓으로 돌리기 어렵지만 사육두수 증가가 주요원인 중의 하나인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일본에 비해 한우산업은 사육두수와 가격의 급격한 변동을 겪어 왔다. 1985년 한우 사육두수는 255만두에서 1989년 154만두로 급감했고, 1996년 284만두에서 2001년에는 141만두로 급격히 줄었다가 최근에는 300만두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다 보니 한우가격 폭락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곤 했다.
한우산업 사육두수 관리시스템은 사육두수 증가요인으로 인한 한우산업의 주기적 위기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사전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이다. 관리시스템 정립에 앞서 한우산업 특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농산물은 일반적으로 가격탄력성이 크다. 공급물량의 작은 변동에도 가격이 크게 변화한다. 전통적으로 한국에서 농산물 가격의 급등락은 소비 쪽보다는 공급 쪽 요인이 강하다.
한우산업은 가격변동의 영향을 완충시켜줄 계열주체가 타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발달했고, 사육농가수가 많고 대부분 영세고령농이다. 또한 번식과 비육으로 농가가 분화돼 가격하락에 대해 통일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공급량을 분산시켜 가격하락을 억제할 가공품과 보관창고가 부족하다. 그만큼 시스템 운영을 통해 한우산업 사이클의 진폭을 감소시켜 한우가격과 사육두수의 변동 폭을 축소시키고, 순환 사이클의 경사도를 완화시켜 연착륙을 유도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시스템(매뉴얼)을 만들어 놓는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계획경제가 아닌 시장경제에서 완전한 안전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사전에 대비해서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의미이다.
한육우는 5~12년으로 불황→회복→호황→침체의 순환주기를 가지고 있고, 가격이 변동한 후 1~2년 후에 사육두수가 변동하는 가격선행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구조는 그 자체가 한육우 경기순환주기 발생 원인에 대한 어느 정도의 설명이라는 점과 동시에 한우산업, 한우농가의 특성을 말해준다. 경제학이론 중에 거미집모형(Cob-Web Model) 이란 게 있다. 경제주체는 미래에 대한 예측 혹은 기대를 기초로 의사결정을 하는데 현재상황이 미래에도 계속 유지된다고 기대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가격파동이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한우에 대입해보자면 지금 한우가격이 좋으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가격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사육두수 증가현상이 발생하고 한계점이 지나면 가격이 폭락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우사육두수관리시스템 정립 시 관측정보, 정책의 농가전파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한우사육두수 증가에는 농촌의 소득 작목이 부족한 현실에서 기존 타 분야 종사농가와 귀농자 등 신규진입농가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있고, 특히 초기비용과 자본문제가 덜하며 상대적으로 사육이 쉬운 한우로 몰린 요인도 있었다. 즉 한우산업은 한우농가, 축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대한민국 농업의 문제가 집약돼 표출되는 지점이라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우산업 안정화를 위한 한우산업 사육두수 관리시스템 수립은 축산업 뿐 아니라 농업 전체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한다면 산업의 발전은 요원하다.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사소한 것부터 고쳐나가는 것이 바로 혁신이듯 최근 가격 폭락을 경험한 한우산업은 어떻게든 사육두수관리시스템을 검토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또한 일각에서 우려하듯 한우산업 사육두수 관리시스템은 한우산업 규모를 줄이는 규제차원으로 접근이 아닌, 농가소득과 한우산업의 파이를 키워 지속가능한 한우산업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