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재능기부 ‘왕따 닭’ 교육프로그램
한우·산란계 농장 체험…축산 이해도 높여
◆ 교육과 만난 축산
다문화가정 나눔축산 체험 프로그램은 하동축협이 재능기부 나눔 차원에서 하동교육지원청(교육장 강대룡)과 교육협약을 맺고 만들어낸 것이다.
프로그램을 개발한 하동축협 조철수 상무는 “처음 생활지도 대상 고등학생들의 체험교육을 진행하게 될 때 축산을 통해 학생들을 제대로 계도할 방법을 찾는데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닭은 어떤 무리든 약계가 나온다는 점에 생각이 미쳤다. 왕따 닭인 셈이다. 그걸 보여주면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 결과적으로 계사에서 왕따를 당한 닭의 참혹한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학교에서 왕따를 시키는 행위가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깨닫는 것을 보고 충분한 교육적 가치를 확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 프로그램은 ‘왕따 닭’ 프로그램으로 지역에서 유명세를 탔다. 올해만 벌써 450여명이 참여했다.
강대룡 교육장은 “올바른 꿈을 키워 주는 교육이 가장 중요한데 축협의 재능기부가 큰 힘이 된다. 축협과 교육계가 융화돼 너무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학교마다 프로그램을 열어 달라는 요청이 빗발친다”고 칭찬했다.
◆ 알고보면 재미있는 축산
6월7일 오전 9시. 경남 하동교육지원청 2층 컴퓨터교실. 하나둘씩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날 체험에는 횡천·하동·진교·악양초등학교에서 총 30명이 참석했다. 악양초교에선 김경원 교장을 비롯한 교사 3명도 직접 참석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교육이 시작되자 어색함도 잠시, 조철수 상무의 가위바위보 게임 앞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일명 ‘찰스를 이겨라’. 찰스는 조철수 상무의 애칭. 아이들의 이목을 모으는데 성공한 조 상무는 바로 ‘재미있는 축산이야기’로 강의를 이어갔다. OX게임 형식으로 진행돼 기본적인 축산상식을 맞히려는 아이들은 한우, 돼지, 닭, 그리고 족보이야기, 왕따 닭, 등급제도, 개량, 축산물과 건강, HACCP 등 축산상식을 하나하나 알아갔다.
◆ 한우먹이주기, 그리고 왕따닭
기본적인 상식교육을 마친 아이들이 이동한 곳은 하동축협 한우 생축장. 아이들은 우사에서 풀 사료를 직접 주며 한우와 우리 민족의 역사, 그리고 축협의 역할에 대한 설명을 열심히 들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이 이날 프로그램의 백미인 청솔원. 산란계 2만수 규모로 방사유정란을 생산하며 우리나라 동물복지 1호 인증을 받은 청솔원에선 정진후 대표가 이들을 반겼다. 정 대표의 안내로 아이들은 직접 계사 안에 들어가 문을 열어 닭들을 방사지로 풀어 놓는 일부터 했다. 다음에는 캡슐을 하나씩 들고 직접 계사 안의 난상에서 계란을 모아오는 체험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캡슐에 채워 나온 계란을 그대로 집으로 가져갔다. 축협에선 1인당 1만원씩의 체험비용을 청솔원에 냈다.
마지막으로 정진후 대표는 왕따 당해 상처입고 털이 다 빠진 닭을 소개하며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학생들은 겉은 멀쩡할지 몰라도 이 닭처럼 속마음에는 상처가 많다”며 왕따의 무서움을 설명했다.
농장체험을 끝낸 아이들은 마지막 순서로 하동축협 솔잎한우플라자에서 한우불고기로 맘껏 배를 채우며 일정을 마쳤다.
김회준 학생(악양초 5년)은 “한우도 보고, 계란도 직접 주워보고 너무 즐거웠다.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왕따 닭을 보면서 슬펐다. 친구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소중함을 배웠다”고 말했다.
박학규 조합장은 “하동축협은 나눔축산운동본부를 운영하면서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에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교육재능기부도 그런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다만 예산이 많지 않아 원하는 학교 모두 못해주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하동축협은 2010년부터 지역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나눔축산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프로그램에 총 1억7천500만원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