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화 한순간 막힐수도…축산현장은 무관심
농진청 개발시스템 활용 관리·편의성 만족케
환경부는 지난해 5월 가축분뇨 관리 중장기 대책을 통해 모든 가축분뇨의 이동을 관리하는 전자인계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법률(이하 가축분뇨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상정, 올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그러나 축산현장에서는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다. 축산농가가 어떻게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신고할 것인지, 차량에 부착하는 측정장비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지, 농장 인근에서 자가 처리하는 가축분뇨는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 하나하나가 우리가 추진해 왔던 가축분뇨 자원화 노력을 일순간에 막아버릴 수 있는 민감한 사안들이지만 사전 준비나 구체적인 대응방안 없이 사실상 방관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이들 모두 법적인 의무조항으로서, 준수치 않을 경우 과태료, 벌금, 심지어는 수집?운반업 허가취소까지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전자인계시스템이 그 도입과 준비과정에 무리가 있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라는 사실이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고, 지역에서 죄인 취급당하는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거리낌 없이 가축분뇨 발생량부터 처리량을 공개할 수 있는 전자인계시스템이야말로 우리 축산업을 떳떳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자인계시스템을 축산현장에 도입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어려운 부분들을 짚어보자. 첫째, 농가의 입력 의무다. 가축분뇨법 개정안에는 가축분뇨 또는 액비를 배출하는 자는 의무적으로 관리시스템에 입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노령화되고 컴퓨터의 보유·활용이 어려운 농가들에게 실시간 입력을 기대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둘째, 실시간 계측장비의 설치 및 운영비의 농가 부담이다. 전자인계관리시스템을 이용하는 자로부터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할 수 있도록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하지만 금액의 고저를 떠나 관리받는 자가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
셋째, 발생량 점검에 따른 농가의 처벌 우려다. 예를 들어 액비화 농가의 경우 사육두수를 기준으로 한 발생량 보다 적은 양이 차량으로 이동되었다고 할 때, 환경부서에서는 나머지 양을 농가가 무단투기한 것으로 간주, 처벌할 가능성도 배제치 못한다. 자연증발량이나 자가 농지이용 등에 대한 충분한 분석없이 단순히 물량에 대한 농가의 해명만 요구할 것이 뻔하다.
넷째, 솔직히 말하자면 가장 큰 부분으로, 현재 이용되는 액비량이 대폭 제한되는 요인이 될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시군 농업기술센터의 시비처방서는 과다살포로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을 고려, 매우 보수적으로 시비량을 처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살포량은 2배가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과 제도의 괴리감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송 및 살포량이 명확히 드러나게 되면 가축분뇨 자원화 사업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축산현장에 접목 가능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환경부의 가축분뇨 전자인계관리시스템은 가축분뇨 및 퇴?액비 이송차량에 부착된 GPS 정보, 차량에 설치한 무게측정 센서, 발생농가와 살포지 위치를 입력한 GIS정보 3가지를 이용하여 가축분뇨와 퇴?액비의 이동을 관리한다는게 그 골격이다.
그러나 우리 축산업계에서는 농진청 연구과제로 한단계 더 앞선 개념의 ‘Ubiquitous 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를 이용한 가축분뇨 통합관리 시스템이 건국대학교에서 개발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환경부의 차량 GPS정보와 함께, 유량센서를 통해 실제 농가에서 발생되는 발생량을 실시간으로 농가 입력없이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즉, IT기술을 이용하여 농가의 입력 불편을 없애고 실제 발생량과 증발량, 배출량이 파악되어 농가의 억울한 처벌우려를 없앤 것이다.
그리고 처리단계에 퇴?액비의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무선센서(온도, pH, ORP)를 설치하여 충분히 부숙된 퇴·액비만 반출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때문에 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환경부의 시스템과, 농가 및 처리업자의 편의성과 품질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농진청 시스템을 하나로 묶는다면 관리·감독 기능과 편의성을 모두 만족하는, 진정 우리가 바라는 가축분뇨 전자인계관리시스템을 완성할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