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곤 대표 <성산종돈장>
축산물시장 전면개방시대를 맞아 국내 종돈산업에 대한 문제점 지적과 함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종돈산업이 세계화시대에 걸맞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사육규모별 맞춤형 정책과 지원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내 종돈장수가 137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가운데 계열화업체 운영 종돈장은 54개소, 나머지 83개소는 개인이 운영하는 중소형 종돈장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개인 종돈장 대부분이 최소 20~30년 이상 농장을 운영해오며 국내 종돈개량에 핵심 역할을 담당해 왔지만 정부의 관심사에서 늘 제외돼 왔다.
일각에서는 국내 종돈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자체를 기대할 수 없었던 만큼 종돈장 규모와는 무관하다고 이의를 제기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돼지개량네트워크 구축사업이나 GSP사업(골든시드프로젝트) 등 그나마 진행되고 있는 정책사업에서 조차 중소규모 종돈장들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지 않은가.
국립축산과학원의 우수종돈장인증과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위생방역우수종돈장 인증 등 종돈업 관련 각종 인증사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각종 제한요소로 인해 정책사업에 대한 중소규모 종돈장들의 참여자체가 어렵다보니 상대적 소외감과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종돈장 규모가 개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적인 요소가 될수는 없다. 이는 해외사례에서도 잘 엿볼수 있다. 오히려 오랜세월 축적돼온 개량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우수유전자가 제대로 활용될 수 있는 기반만 조성된다면 어느 나라 못지 않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중소규모 종돈장들에 대해서는 마치 경쟁력이 없어 도태돼야 할 대상처럼 치부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종돈개량 조직의 재정비를 통해 효율적인 종돈개량을 뒷받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육능력검정은 검정소 검정과 농장검정으로 이원화 돼 있을 뿐 만 아니라 수행기관도 나뉘어져 있다. 그나마 농장검정의 경우 또다시 입회검정과 자가검정으로 구분되고 있다보니 종돈장간 상호 연결을 통해 개량의 단위,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 우리 종돈업계의 목표와는 상호 이율배반적이 될 수밖에 없다.
가축개량협의회 양돈분과와 돼지개량네트워크 위원회 처럼 역할이 일부 중첩되는 사례도 상당수다. 조속히 개량조직을 정비, 중복을 없애야 하고 각 기관이나 조직간 전문적 역할이 배분되도록 단순화가 필요하다.
특히 각 조직은 그 역할에 상응하는 전문성을 확보, 신뢰를 높여야 한다. 아울러 고객인 양돈농가와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종돈개량의 목표와 방법을 조정할수 있는 협의기구가 필요하다. 프랑스의 경우 양돈협회 산하에 연구소가 설치돼 종돈장과 정부 연구소간 가교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대변화에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캐나다의 경우 대표적인 종돈개량기관이었던 CCSI의 세가 크게 위축되며 이젠 영세종돈장의 연합체 정도로 쇠퇘했다. 정부주도하의 종돈개량체계가 민간주도로 변화됐기 때문이다. 수십개의 검정소가 존재했던 미국 역시 검정기기의 발달로 자가검정이 가능해진데다 집합검정의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지금은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검정소만이 유일하게 남아있다. 각 종돈개량조직은 변화에 대응할수 있는 유연성을 갖춰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