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길 조합장 (한국양계농협)
우리 산란계 산업은 지난해 입식수수증가에 따른 생산과잉으로 커다란 적자를 보면서 올 3월초까지 생산비 이하의 가격을 형성하면서 겨우 이어왔다.
이로 인해 일부농가는 도태를 서두르고 농장을 비우는 현상까지 초래하였다. 이후 농가의 꾸준한 노계도태참여와 병아리 감축분양, 질병발생 등으로 공급량이 줄어들고 소비홍보, 할인행사, 수산물 대체 등으로 계란수요량이 증가하면서 난가가 회복되는 양상을 이어갔다.
난가는 다른 축산물에 비해 수요와 공급에 따라 민감하게 바로 바로 영향을 받으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이 큰 폭으로 변동을 한다. 계란가격상승이 한편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한 맘을 억제 할 수 없다. 언제까지 이러한 상황이 유지 될 것인가? 언제 다시 추락할 것인가? 가격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러한 부문을 양계인의 한사람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해보면 아직도 우리업계에는 어두운 면이 있어 이를 개선하여 간다면 우리 양계업이 보다 건실하게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들어 동물복지문제가 대두되고 있어 환우도 자제하자는 상황에 농가에 도움도 안 되는 미환우계 유통이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어 이 문제를 집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예전에도 공공연히 이루어져 왔으나 최근 난가가 상승하고 중추가 부족한 틈을 타 미환우계가 도태되지 않고 타 농장으로 재입식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특히 일부 대형농장, 노계유통 중간상인 등을 중심으로 80주령이 지난 산란노계를 도태하지 않고 실용계 농장에 미환우계로 판매함에 따라 도태될 노계군이 다시 생산에 가담함으로써 품질 낮은 계란을 유통시킬 뿐 아니라 계란 공급 과잉을 유발하여 이로 인해 어렵게 유지한 계란가격을 하락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미환우계 유통의 가장 큰 문제는 질병전파를 들 수 있다. 타농장의 악성질병이 내 농장으로 그대로 묻어 옮겨온다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환우를 하더라도 주령이 많아 경제성이 낮고 제대로 된 산란성적을 낼 수 없어 결국 소탐대실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노계값에 비해 100~300원 더 받는 맛에 도태하지 않고 미환우계로 유통시킨다면 산란계시장을 왜곡시킬 뿐 만 아니라 다시 나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더 큰 손실을 주게 될 것이다.
한편 일부의 경우는 노계가 도계장으로 나가지 않고 농장으로 유통시키기 때문에 자조금 거출에도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리고 노계출하가 제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노계수출이 지연되고 수출타산이 맞지 않아 결국 수출이 중단된다면 차후 노계가격이 하락되고 노계출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게 되어 오히려 더 큰 손실로 다가올 수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있다. 양계산업에 중심이 되는 대형농장이나 책임있는 농장에서는 우리 양계산업에 결코 도움이 안 되는 미환우계 유통방지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또한 가축질병예방법 등 축산관련법을 개정하여 미환우계 유통을 근절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나라 양계산업이 수입개방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보다 건전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