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시대 경쟁력은 안전 위생
경기부양 논리로 시장 역행 안돼
현 정부의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제개혁을 철폐하고 전통시장을 육성시킨다는 취지에 따라 전통시장의 제반 문제점을 개선하고 새로운 제도로 서민 경제의 주요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며 그 정책 효과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규제개혁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재래시장의 닭·오리 등 가금육에 대한 개별포장 및 유통 의무화제도를 폐기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소비자 보호와 안전에 대한 우려의 차원에서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 불필요한 규제철폐로 인해 침체된 산업 경쟁력을 활성화함으로써 국가 경쟁력과 내수 활성화를 기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아무리 규제완화를 하더라도 국민의 안전과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강화 요건이 필요하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우리는 지난 세월호 사건에서도 공감했듯이 국민의 안전에 있어서는 예방이 우선되어야 함을 절실히 체감하였고 그러한 예방적 안전관리를 위한 사전 소통과 공감이 국가에 대한 신뢰구축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국민의 먹거리의 안전체계 역시 사후구제는 너무도 많은 경제적 비용을 부담하게 되며 산업과 국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골이 깊어져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닭· 오리 등의 가금류 축산물이 도계(도축)장에서 도계일자, 도계장의 명칭 등이 표시된 포장육으로 공급됨에도 재래시장에서의 개봉 판매를 허용할 시 도계일자, 유통기한, 원산지 등이 바뀌어 유통됨으로써 이력관리가 유명무실화 되고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하며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릴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또한 포장 개봉으로 외부로부터 세균 및 이물질 혼입으로 불량·부정 식품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져 식품안전에 대한 불안요인을 가중시킨다.
그동안 소비자 단체에서도 우리나라 축산식품의 사육 및 도축(도계)에서 가공, 유통, 판매의 전 과정에 HACCP(해썹)의 철저한 적용을 통한 ‘농장에서 식탁까지’ 안전관리시스템의 정착화를 강조해 왔으며 우리 축산식품의 안전성 확보와 정부의 안전행정 관리체계 일원화를 요구 및 반영에 힘써왔다. 이러한 안전관리 체계를 위해 소비자 단체, 유통업체, 지방자치단체, 정부가 함께 협력하여 Cross checking으로 소비자 지향적 시장경쟁체제 형성을 위한 사전예방 시스템과 사후관리 모니터링 시스템의 정착 단계까지 온 시점이다.
최근 이렇게 구축된 안전관리 체계를 위한 그동안의 노력 및 정부의 핵심적 정책방향이 재래시장 활성화라는 단순 논리로 인해 다시 과거로 역행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매우 걱정스러운 심정이다. 특히 지난 2011년부터 전면 시행된 가금육의 개체포장 제도에 의해 재래시장에서 닭고기 및 오리고기의 포장유통이 거의 정착되어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일부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를 단서조항으로 삽입해서 이 제도를 포기하는 경우 결국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식품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소비자 보호를 외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여 장기적으로는 일반 소비자들의 재래시장 이용에 대한 불안을 야기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은 잠재적 소비자로서 소비자의 권리 중 안전할 권리를 지니며 정부로부터 보호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지금 우리는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FTA 체결 확대에 따른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축산물만이 가질 수 있는 안전성 확보가 절실하며 그동안 시행해온 정책과 제도의 정착을 위한 행정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닭고기를 1kg 생산하는 데 드는 생산비용은 1천570원이고, 미국은 1천150원, EU는 1천420원이라고 한다. 특히 브라질의 경우 1kg 당 797원으로 우리나라가 상대할 수 없는 가격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2013년에도 우리나라 전체 공급량의 약 21%가 미국을 비롯한 주요 경쟁국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설 수 없다면 우리 스스로 식품안전에서의 경쟁력을 갖추어 세계 시장에서 차별화를 추구해야 한다. 결국 안전성 확보를 포함하여 맛, 품질 등에서 국산 가금류 축산물이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2022년 이후 미국과 EU지역의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는 시점이 도래하면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가금육 농가 및 판매업자도 존립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식량 주권 차원과 소비자 안전 확보 차원에서도 우리 생산 농가에서 안전하고 품질 좋은 생산이 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지원책은 일관성 확보가 우선 되어야 한다.
우선 국회의 보건복지위원회는 축산물 위생관리법 제 10조의 2(축산물의 포장 등)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전통시장의 영업자 중 총리령으로 정하는 시설·장비를 갖춘 영업자에 대하여 비포장 유통을 허용하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의 개정 작업을 신중히 검토하여 즉각 중단해야 한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의 안전을 최우선 하는 안전 컨트롤 타워로서 축산물 위생관리법의 개정작업에 신중히 대응하여 국민의 안전과 소비자 보호를 기본 원칙으로 하는 철학을 가지고 각종 규제 개혁이 추진되도록 해야 함을 강조하는 바이다. 경제 활성화 또는 경기부양 효과 이전에 국민의 안전이 우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