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여론의 선도자이면서 우리산업 최후의 보루였다”

  • 등록 2014.10.01 13: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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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언 29주년을 맞는 축산신문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지난 긴 세월 동안 우리 업계의 대표언론으로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UR, WTO, FTA, 안티축산 등 엄청난 파고에 대응하여 여론을 선도하고 업계의 단합을 독려해가면서 아슬아슬한 고비 때마다 마지막 보루의 역할을 충실히, 꾸준하게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노련한 필진들이 휘두르는 글 솜씨는 핵심을 꿰뚫어보고 독자들의 속을 후련하게 해 주었습니다. 어둠 속의 횃불 같은 정론입니다. 아마 이 분들이야 말로 각 분야의 현황, 문제점 나아가 대안까지도 가장 잘 알고 있는 분들일 것입니다. 특히 윤봉중 회장은 농·축협 통합 당시 그야말로 온몸으로 맞서다가 한동안 건강을 해치셔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었으나 이젠 많이 좋아져서 여간 다행이 아닙니다. 저로서는 축산신문을 창간하기 이전부터 알고 지낸 분이고, 거의 평생을 같은 분야에서 동지처럼 지낸 사이이니 느끼는 강도가 좀 더 컸을 수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2005년 우리분야 최고의 싱크탱크인 ‘한국 축산경제 연구원’ 설립을 뒷바라지하여 그 동안 노경상 원장의 종횡무진 활약상을 볼 때에 정말 선경지명이 있었구나 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또한 수년 전부터 ‘축산정책 포럼’을 창설하고 매월 모임에서 시간을 넘겨가며 현안에 대한 정책대안 제시는 물론 사안에 따라서는 당국의 제도개선, 국회 입법단계까지 챙기는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UR·WTO·FTA·안티축산 거센 파고 맞선 어둠 속 횃불같은 정론
축산 부정적 인식 불식 장기플랜 세워야…밖을 보고 경쟁력 모색
명문기업으로 2대, 3대 이어 갈 수 있는 풍토 조성 제도적 장치 긴요

 

나로서는 특히 감사드릴 일이 많은데, 1999년 ‘돼지 콜레라 박멸 비상대책본부’를 시작할 당시 홍보, 모금을 적극 지원해주어 짧은 기간에 22억원이 넘는 돈을 모아 전국민간방역망을 조직할 수 있게 된 일, 또 ‘KISTOCK 2005’ 축산박람회 추진위원장 시절에도 박람회가 성공할 수 있도록 국내외 홍보, 부스판매, 특히 관람객이 구름같이 몰려오는데 결정적 기여를 해주신 점을 깊이 감사 드리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2010~2011년 나의 회고록을 30회 가까이 연재하게 되어 평생 잊지 못할 인연을 맺기도 하였습니다.   


#이미지 개선
선거가 끝나면 언론들이 늘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국민들의 판단이 옳았다”고…축산업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었다고 남의 탓만 할 수는 없고 일이 이렇게까지 꼬인 데에는 분명 우리들의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FMD때문에 한겨울에 길을 막고 소독약을 뿌려대고, 밤새 업무를 하던 공무원과 군인이 생명을 잃고, TV에서 가축을 생매장하는 광경을 반복해 보여준 일, 또 주변에는 인색하고 너무 과소비하지는 않았는지 등. 그동안 우리들의 아름다운 농·목장 가꾸기나 불우이웃돕기, 목장음악회 등을 통하여 많이 개선하기는 했지만 좀 더 노력해야 될 것 같습니다. 소비자 쪽의 안티축산에 대응하는 학계 활동에도 적극 호응하되 논리적인 대응만 갖고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자조금으로 소비 홍보하는 것도 좋지만 전 업계가 공동으로 인식개선작업을 장기적 인 플랜을 새워 꾸준히 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경쟁력 제고
지난 9월 2일자 본지 이상호 발행인이 논단을 통해 정확히 지정한대로 우리 양돈 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은 질병 때문입니다. 생산액의 30%이상이 새나간다니 말입니다.
PED, PRRS는 점점 더 악성이 되어가고 있고, 흉막, 유행성 폐렴 등 만성 호흡기 질환까지 감안하면 거의 결정적입니다. 대부분의 새로운 해외 악성 전염병은 수입 종돈을 통해서 들어옵니다. 검역만 가지고는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종돈 수입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농장이나 나라나 차단이 백신보다 치료보다 먼저지요.
다음으로는 Site분리, 돈사 비우기, 지역청정화 등의 새로운 방법을 찾아 전국을 고위생 돈군으로 만드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양돈선진국에 종돈업체가 몇 개던가요? 하나 아니면 2~3개지요. 우리처럼 130개가 난립한 나라가 있던가요? 우리도 고능력의 단일돈군으로 만들어 수입대체도 하고 중국에 수출하면 안 되나요?
그 동안 해온 것이 성과도 없고 종돈 수입 수요는 여전하다면 방법을 바꿔볼 만도 한데 늘 단발성, 관주도 입니다. 최근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네트워크나 GSP 사업에 예산만 투입하면 해결 될까요? 저의 경험으로는 돈 이전에 시스템의 문제이고 당사자 즉 종돈업체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관심 속에 30여년 고생만 하다 보니 불평이 많이 쌓였습니다. 지난달 서울대 평창캠퍼스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84만평의 땅에 3천억원을 들여 지은 엄청난 연구 단지여서 놀라움과 감사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돈사시설이 못 들어간 것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육종관련 연구실은 어디에도 없어 허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이게 우리의 현주소겠지요.


#밖을 보자
요즘은 흔히 말하는 글로벌 세상이고 하나의 시장이 되어갑니다. 굳이 손자병법 얘기가 아니더라도 FTA 하면서 상대방을 모르고 어찌 이길 수 있겠습니까? 맨날 방어만 할게 아니라 적극 공략할 방도를 찾아야지요. 그런데 뜻밖에도 중국의 축산정책이나 업계 동향에 관하여는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요즘의 음식 한류 열풍도 좋고 그 동안 투자 성공담이나 실패사례라도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놓아져서 북한 조림사업을 염두에 둔 ‘아시아 녹화기구’도 생기고 북한 축산연구모임도 발족이 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입니다.
장차 남북교류 내지 통일시대를 대비하여 저는 북한출신 젊은이들을 축산전문가로 양성하는 일을 시작했고 주변에도 권유해보려고 합니다.
지난해 케냐에서 만났던 교포 한 분은 현지에서 여러 가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하고 계신 분으로 향후 사료, 농장, 육가공을 해보겠다고 한국에 여러 차례 다녀간 바 있고, 옆나라 우간다에도 이미 종합대학을 운영하는 농대출신 선교사, 수백만평에 카사바 농사를 시작한 분도 있고, 지금 이 시각에도 KOICA의 축산 훈련센터 사업을 맡아 김성훈 박사가 나가있습니다. 아프리카에도 엄청난 축산수요가 일고 있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비전 없다고 주저 앉기 전에 조금만 더 바깥세상을 알려주는 것이 우리의 책무가 아닐까요?


#사람, 후계대책
고학력자 과잉, 현장인력 부족은 어제 오늘 얘기도, 축산분야만의 얘기도 아닙니다. 이제는 좋든 싫든 축산현장은 외국 노무자로 빠르게 대체되어 가고 있으나 방역대책, 언어소통, 기술숙련도 등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리 베트남 농장에 HOP라는 29세 된 젊은 친구가 농장장 일을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세 군데 농장에서 5년간 근무하면서 돈도 꽤 모았습니다.
지금 월급이 100만원 선이니 본인도 만족하고 우리 법인장과도 한국말로 소통하니 서로 편리합니다. 취업하러 오는 나라의 농축분야 학교 출신으로 뽑아 예비교육을 시켜 현장투입, 수년간 숙달 귀국 후 자기 나라에 가서 그 계통에 일을 한다면 또 하나의 한국 축산 전도사가 되지 않을까요?
우리 회사에서는 몇 년 전부터 매년 방학기간에 축산·수의계열 3학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20명 내외 실습을 시키고 있습니다.
이젠 제법 소문이 나서 3배정도가 지원하는데 축산에 대하여 몰라도 너무 모르고, 양돈장을 한 번 구경이라도 한 친구는 두 명밖에 안 되었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만족도는 엄청 높고 취업으로도 연결됩니다. 안 온다고 탓만 할게 아니라 이런 시도가 확산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사람이 하는 거니까요.
얼마전 ‘농우 바이오’라는 종묘기업이 1천억원이 넘는 상속세 때문에 넘어갔습니다. ‘농’자 붙은 기업은 중소, 중견기업 가업상속 특례 혜택을 못 받았기 때문이랍니다.
내년부터는 명문장수기업 인증제도가 도입될 예정입니다. 안 그래도 후계자 때문에 걱정들인데 농축산 분야는 2대, 3대 이어갈 필요도 없고 명문장수기업이 되면 안 되는 이런 역차별이 어디 있습니까? 이외에도 할 일이 많겠지만 참고 하시라고 몇 가지 짚어 보았습니다.
축산신문 윤봉중 회장님과 임직원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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