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영 원장(축산물품질평가원)
돼지고기는 우리 축산물 중 단일품목으로 소비량이 가장 많으며 국민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수입 삼겹살의 국산둔갑, 잦은 가축전염병 발생 등으로 소비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돼지고기의 불안요소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국내산 돼지고기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에 따른 국내산의 소비위축은 가격 차이가 많을 경우 어렵지 않게 수입돼지고기를 선호하는 분위기로 이루어지거나, 전염병이 발생한 경우 방역을 위한 교통 불편, 피해농가 보상, 지역경제 소비위축 등으로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자주 발생하는 가축질병에 대한 방역 효율성을 도모하고 축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여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쇠고기에 한정해서 시행되던 이력제도가 금년 12월28일부터 돼지고기까지 확대된다. 돼지고기 이력제도가 시행되면 종돈경영자는 출생(등록) 및 이동할 경우 개체식별번호를 표시하여 관리하고, 일반 농장에서는 도축출하 및 이동할 경우 농장식별번호 표시, 월별 사육현황을 신고, 도축장에서는 이력번호표시, 도축결과(경매포함) 신고, 가공장에서는 거래내역 및 포장처리 신고, 판매장에서는 식육판매표지판과 거래내역서에 이력번호를 표시하여 관리하여야 한다. 이러한 관리 때문에 소비자는 판매중인 돼지고기의 이력을 쉽게 스마트폰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돼지는 사육두수가 많고 생애주기가 짧아 이력제를 실시하는데 있어 소에 비해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러나 FTA 등으로 세계가 글로벌화 되면서 국제돈육시장의 경쟁력도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양돈산업은 한번 사육기반이 무너지면 경쟁국들의 견제 속에서 다시 일어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국내산 돼지고기(한돈)를 수입돼지고기와 비교 할 때 가장 큰 장점은 맛과 영양에 있다. 돼지고기의 맛은 사료뿐만 아니라 도축, 가공, 유통에 의해 결정된다. 국내산 돼지고기는 국내에서 사육되고, 도축, 가공되어 단시간에 유통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장시간 유통되어야 하는 수입돼지고기에 비해 맛과 영양이 좋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방함량이 많은 삼겹살의 경우 장시간 유통이 이루어지면 지방산화를 피할 수 없으며, 진공포장 냉장육이라고 할지라도 다량의 육즙삼출로 인해 맛의 저하가 이루어 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돼지고기 이력제도가 양돈농가 뿐만 아니라 도축장·가공장·판매장까지 적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돼지고기에 대한 ‘이력제’ 적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국내산 돼지고기에 대해 신뢰를 하지 않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돼지고기 이력제가 정착되면 국가차원에서 방역효율성 도모에 의한 소비자 신뢰뿐만 아니라 모돈의 생산성증가, 돼지고기의 품질향상, 우수 브랜드 보호, 무항생 인증 농가에 대한 관리가 효율적으로 가능해져 돼지고기관련 정책들도 신뢰를 줄 수 있는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