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5기의 신화. 한국사람이라면 익숙한 단어이다. 바로 수차례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권투선수 홍수환씨의 대표적인 이야기다. 양계업계에도 이처럼 수차례의 위기를 딛고 우수농가로 성장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 충남 공주시 소재 눌왕리농장의 이강구 대표의 이야기다.
빚 많던 농장, 빛나는 농장으로 ‘4전5기’
그리고 두 부자가 그리는 장밋빛 미래
조카 권유로 택시 접고 양계인으로…순조로운 출발
AI·눈폭탄피해 등 잇따른 시련…뚝심으로 기사회생
태권도 사범 아들 “가업 잇겠다” 결심…후계수업 열중
# 택시기사에서 농장대표로…수월했던 입문
이강구 대표가 양계업에 입문하게 된 것은 지난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안에서 택시운전기사 일을 하던 이 대표는 조카의 권유로 계사를 얻어 1만5천수 규모의 육계를 키우기 시작했다.
닭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던 그는 조카와 함께 지인의 도움을 받아 양계농장을 함께 운영하게 된 것이다. 당시엔 지금처럼 계열화사업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않던 시절.
병아리와 사료, 깔짚 등을 직접 구매해 출하를 하니 택시운전기사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큰 돈을 벌었다.
이 때부터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택시운전기사 일을 접고 양계업에 종사하기로 마음을 먹게 된다.
# 기쁨도 잠시…고난의 연속
첫 사육 성공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뿐. 고난의 시간이 찾아왔다.
시세를 활용해 출하 일정을 조정하는 유통상인들 탓에 출하를 제 때 하지 못했고, 사료비 등의 부담에 적자도 심해졌다.
적자가 심해 빚이 늘어만가던 시점, 재기를 노리게 된다.
닭고기 소비량이 가장 많은 시기인 12월말에 맞춰 출하를 할 수 있도록 병아리를 받아 키우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터진 고병원성 AI에 의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처음 발생한 AI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졌고 닭고기 소비에 큰 타격을 입으면서 이는 고스란히 빚으로 다가왔다.
설상가상으로 폭설에 계사가 무너지는 사고도 겪었다.
가뜩이나 빚이 쌓여만가고 있는데 계사마저 무너지니 앞으로의 빛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정부지원금을 받아 계사를 보수하면서 다시 일어섰다.
# 영농후계자까지…안정적 사육기반 구축
이 대표는 현재 천안의 한 계열화업체와 9년 연속으로 계약사육을 하고 있다.
9년간의 계약사육으로 그 많았던 빚도 이제 다 갚았고 안정적인 생활도 가능해졌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그의 아들 이윤복씨가 가업을 잇겠다고 결정함에 따라 힘겹게 일궈낸 농장에 대한 걱정도 한시름 놨다.
이 대표의 두 아들은 모두 태권도를 배워 중ㆍ고등학교와 대학교를 태권도 특기생으로 진학했다.
특히 장남인 윤복씨는 군 전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고 가업을 잇겠다는 뜻을 이 대표에게 밝혔다.
현재 이윤복씨는 천안에서 태권도 사범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면서 농장에도 수시로 들러 닭 사육을 배우고 업무를 돕는데 열중하고 있다.
# 미래가 더 밝은 눌왕리농장
거친 풍파를 이겨내고 겨우 자리잡은 눌왕리농장은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후계자인 이윤복씨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자 천안연암대학교 축산계열 심화과정 진학을 통해 공부하고 실무경험을 쌓고 있다.
특히 농장에서 해야 할 각종 기록이나 전산작업에 어려움을 갖고 있는 아버지를 대신해 해당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이강구 대표는 “지금까지 오는 길이 너무 힘들었기에 선뜻 권유하지 못했는데 아들이 먼저 나서서 농장일을 거들겠다고 해 고맙고 자랑스러웠다”며 “그동안 다져진 노하우를 서서히 가르치려고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윤복씨도 “이제 겨우 첫 발을 내딛었을 뿐”이라며 “앞으로 5년 정도는 일을 배우는 데 집중해야하고 앞으로 갈 길도 멀지만 처음부터 시작하고 부지런한 자세로 일을 배우겠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취미활동을 하며 앞으로의 삶을 즐기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 동안은 농장의 재건에 분주했던 터라 평소 좋아하던 등산을 하지 못했기 때문.
그는 “아들이 혼자서 농장을 경영할 수 있을 때까진 함께 일을 하면서 서서히 뒤로 물러나 취미생활과 건강관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등산을 많이 다닐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거친 풍파를 이겨내고 4전5기의 신화를 보여준 눌왕리농장.
이강구 대표 부자가 있기에 앞으로의 미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