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축산경제(대표 이기수)가 개최한 ‘젊은이가 찾아오는 희망찬 축산’ 비전 선포식에서 발표된 주제는 모두 4개다. 이번 호는 마지막 순서로 가업인 양돈장에 뛰어든 젊은이가 발표한 자신의 경험과 비전, 그리고 꿈을 소개한다.
축산가치 인식…지역사회와 소통 확대
젊은이와 능력자 어우러진 ‘좋은 일터’
◆축산업 선택 배경과 고민=잘 다니던 대기업을 휴직했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잠시 짬을 내서 아버지 농장에서 사무업무를 돕게 됐다. 민원이 만만치 않을 때였다. 현수막까지 붙어 심리적으로 상당히 어려웠었다. 현장에서 손을 보태다보니 역할과 비중이 점점 커지게 됐다. 그러다가 복직 시점에 다가왔다. 그러나 쉽게 농장에서 손을 떼기 힘들었다. 50% 정도의 자발적 의지, 그리고 50% 정도의 농장 상황이 나에게 축산을 선택하게 했다.
축산을 선택하기 전에 나름대로 상당한 고민이 있었다. 대기업 근무와 축산업 종사라는 기로에서 수익성도 분석해보고, 효율적 자원배분 관점에서도 고민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내가 그만둬도 얼마든지 대체인력이 있지만 농장은 그렇지 못한 상황, 젊은이가 없는 축산현장은 나를 농장으로 이끌었다. 결국 8년 직장생활을 접고 축산인으로 살기 시작했다. 위기에 처한 가족사업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이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최악으로 치달은 농장운영=당시 농장운영상황은 최악이었다. 책임자의 잦은 이탈, 그리고 인력의 잦은 이동으로 생산체계가 불안정했다. 질병과 돈가 불안정 등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도 산재했다. 생산성 저하, 재정악화도 반복됐다.
특히 지역사회의 눈총이 만만치 않았다. 현수막까지 나붙었다. 지역주민들이 반기지 않는 양돈장, 한계산업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분뇨처리의 어려움, 갈수록 심해지는 관련규제는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생각의 전환, 축산 가치를 깨닫다=생각을 전환해 축산의 가치는 무엇이 있는지 찾아봤다. 이 과정은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게 하고, 주변과 소통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우선 기술과 노하우가 집약된 산업이라는 점을 새삼 알게 됐다. 고도의 사양관리기술과 다방면에 걸친 운영노하우가 필요한 전문산업이라는 점이다. 또한 축산은 국민의 주요 식량공급원으로 국가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전략산업이자 기간산업이었다.
가축에 대한 애정과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감성충전이 가능한 보람 있는 일터였다. 체계적인 생산과 운영관리가 전제되면 안정적인 고수익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유기농 식생활과 전원생활로 인한 건강한 심신은 덤처럼 따라왔다. 특히 외국인, 사회소외계층, 노인들과 함께 하며 나눔과 겸손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삶은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축산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과정에서 나는 스스로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분석해봤다. 우선 강인한 체력과 성실함이 첫 손에 꼽혔다. 현장, 사무실, 현장지원 등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이유는 좋은 체력과 성실함이었다. 개선해야 할 것이나 잘못된 것은 바로바로 고칠 수 있는 추진력도 빼놓을 수 없다.
직원들의 필요와 고충을 들어주는 소통채널을 확보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찾아냈다. 소통확대는 경영주의 요구사항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와 설득에 요긴했다. 기업에서 쌓은 경영관리는 농장의 생산, 재무, 기획, 분석에 적용됐다. 나의 재능을 가장 필요한 곳에 의미 있게 사용하고 나누는 삶을 살 수 있게 됐다는 만족감을 느끼면서, 나와 축산이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했다.
◆고군분투 축산 적응기=스스로의 경쟁력과 축산의 가치를 확실하게 인식했지만 농장 적응기는 만만치 않았다. 우선 문제인식부터 정리했다. 외국인 직원에 대한 동기부여 부족, 양돈인력의 전문성 부재, 주먹구구식 생산체계, 허술한 방역체계, 분뇨처리의 어려움이 우리 농장의 문제로 인식됐다. 외국인 직원에서 성과급 지원, 철저한 생산일지 기록과 관리 등을 통해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했다.
◆비전, 그리고 꿈=성적 좋고 일하기 좋은 농장을 만들어 갈 생각이다. 외국인, 사회소외계층, 그리고 젊은이, 능력자가 어우러져 즐겁게 일하고 일한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일터를 만들겠다. 좋은 생산성적과 체계적인 경영관리는 수익을 높일 수 있다. 나도 잘 살고, 남도 잘 살 수 있는 나눔을 실천하는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나의 꿈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축산경영인이 되는 것이다. 축산은 물론 농촌경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를 통해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실력 있는 축산전문경영인이 될 것이다. <끝>
# 정수정 이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삼성물산(재무팀)에 근무하다가 퇴직했다. 지금은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소재 정진영농조합법인 이사로 활동하면서 돼지를 키우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회계학)과정을 밟고 있다. 도드람양돈조합 조합원이다. 30대, 미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