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주 위원장
(육우자조금관리위)
대한민국 쇠고기 육우의 위기가 또, 한번 찾아왔다. 육우 군 급식 기준량이 지난 9월부터 장병 1인 기준 하루 11g에서 9g으로 2g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한우와 닭고기는 각각 1g, 4g씩 증량하는데 반해 육우만 2g 축소해 육우 농가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육우의 군납 물량은 전체 육우 도축량의 15~25%을 차지할 정도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2g 감량은 전체 육우 군납 물량의 약 20%에 해당되는 양으로 육우 가격의 하락내지는 폭락까지 야기 시킬 수 있어 육우농가의 한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니라 쇠고기 시장은 FTA 체결로 인해 수입이 완전 개방된 상황이다. 이에 한우는 브랜드 개발과 고급화 전략으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육우는 일반 소비자의 외면과 수입육과의 가격 경쟁에 맞서 치열하게 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정부도 이러한 육우농가의 어려움을 고려해 수입육을 육우로 대체해 군납 물량을 배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육우에게 그나마 희망이었던 ‘누울 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이번 군납 물량 축소는 육우 산업이 내리막길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기름을 부은 격이나 다름없다. 특히 이 같은 중대한 결정이 육우 농가와 그 어떤 사전 의견 교류도 없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실망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육우 감량 결정의 이유를 물으니 육우 군납 재고 물량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물론 육우 가격 상승과 사육 두수 감소로 인해 구매 조건이 너무 낮게 형성돼 있어 군납으로의 출하를 꺼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국방부에 물량을 조달하고 있는 방식에 있다.
현재 육우 군납 계통 구매 조합은 5개에 불과하다. 원활한 육우 구매를 위해서 이를 15개 이상으로 늘리고 구매조건을 상향 조정하거나 전체 물량 중 약 30%를 연간 고정가격으로 계약하는 등 계통 구매 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물량 공급을 조합의 계통 구매에만 의지하지 말고 공급 물량의 최소 30% 이상을 도매시장을 통한 지육 구매를 하면 지금처럼 재고가 모자라는 일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육우 군납의 안정적인 공급과 운영을 위해 육우농가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농협 한·육우사업소와 한국낙농육우협회가 함께 참여하는 ‘육우 군납을 위한 상설협의회’ 운영을 적극 추진해 이번과 같이 한쪽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물량이 좌지우지 되지 않도록 협의해 나갈 것이다.
우리 땅에서 자란 우리소 육우를 수입산으로부터 함께 지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육우 생산자와 공급자가 함께 힘을 합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육우 군납 물량 축소는 내년 2월 15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하는 육우 농가에게 희망을 이어갈 대책이 하루 빨리 마련되지 않는다면 좋은 장점을 두루 갖춘 육우는 낙농가와 함께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정부는 하루 빨리 지난 8월 일방적으로 시행한 육우 군납 물량 감량 결정을 전면 보류하고, 육우 농가와 함께 상생협의체를 구성하여 우리나라 육우 산업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