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봉 균 교수(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정부가 내년 5월까지를 특별방역기간으로 설정해 FMD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에는 ‘FMD 백신전문가협의회’가 출범돼 국내 상황에 적합한 상시 백신 선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몽고 등 FMD 바이러스가 상재하는 주변국에 둘러 쌓여 FMD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효과가 좋은 FMD 상시 백신을 제대로 선정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동물용 백신을 오랜 기간 연구해온 학자로서 곧 선정될 상시 백신과 관련하여 일각의 오해를 바로잡았으면 한다.
최근 정부가 상시 백신을 재선정하게 된 것은 올 4월까지 발생했던 진천 FMD 당시 불거진 이른바 ‘물백신’ 논란과 관련이 있다.
국내에서는 최장기간 진행된 FMD 사례였던 탓에, 백신의 효능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때 논란의 단초가 됐던 요인 중 하나는 당시 상시 백신으로 사용되던 백신주와 진천 FMD 바이러스 간의 ‘면역학적 상관관계(r1값)’가 기준 값에 미치지 못한다는 FMD표준연구소의 발표결과였다.
r1값이란 FMD 백신과 야외 바이러스 간의 면역학적 상관관계를 말하며 백신 효능을 평가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전문가들은 r1 값이 0.3~1.0인 경우에는 야외 바이러스와 백신주 상호간의 수치에 비례하여 관련이 높은 것으로 평가하며, 그 이하의 경우에는 상관관계가 낮아 백신주로 추천하지 않고 있다.
진천 FMD 당시 상시 백신의 r1값이 0.10~0.30 수준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효능 논란이 커졌다. 이러한 논란은 면역학적 백신 매칭 실험(r1값)의 도입 배경 및 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라고 본다.
FMD 백신의 효능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동물에 백신을 접종 후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실험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많은 비용 및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동물 복지 문제로 인해 거의 실시되지 않는다.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고자 다양한 실험실적 혈청학적 평가 방법이 고안됐다. 현재 FMD표준연구소에서는 중화항체를 기반으로 하는 면역학적 백신 매칭 실험 방법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를 r1값으로 표기하고 있다.
r1값은 준비된 표준혈청을 이용해 백신 바이러스와 야외 바이러스의 중화항체를 측정, 비교함으로써 해당 백신에 대한 면역학적 상관관계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r1값은 야외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 역가(분자)를 백신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 역가(분모)로 나눈 수치를 말한다. 중화항체란 바이러스를 중화시켜 바이러스의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항체를 의미하며, 백신의 효능 평가의 기준이 되는 동물체내의 단백질이다.
문제는 r1값은 백신에 대한 상관관계를 비율로 나타낼 뿐 백신의 효능을 판단하는 중화항체의 절대량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백신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 역가가 높은 (분모 값이 큰) 백신들 간의 비교 시에는 의미 있는 결과로서 평가될 수 있지만, 백신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 역가가 낮은 (분모 값이 작은) 백신의 경우에는 야외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 역가가 낮음에도 r1값은 높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두 개의 백신 A와 B를 비교해보자. 동일한 야외 바이러스에 대해 백신 매칭 실험을 실시해 A백신은 50/100=0.5, B백신은 20/40=0.5의 값을 얻었다면, r1값은 모두 동일하게 0.5로 나타난다.
이 때 r1값은 두 개 백신이 동일하게 0.5이나 야외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 절대수치가 더 큰 A백신의 효능이 더 높을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단순히 r1값 하나만으로 백신의 효능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FMD 재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백신 선정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효과적인 상시 백신주 선정을 위해서는 주변 국가에서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의 종류 및 그러한 야외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 실제 동물 실험을 통한 중화항체 형성능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될 것이다.
정부는 현재 상시 백신 선정을 위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근시일 내에 선정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한 차례 겪은 FMD 논란을 또다시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FMD 예방을 위한 다양한 요소를 충분히 검토해 적절한 백신이 선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