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성 전무(하림)
20년 후의 우리 육계산업은 어떤 모습일까요?
새롭게 육계 사육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분들이 한결같이 던지는 질문이다. 한미 FTA에 이어 한중 FTA를 목전에 두고 있는 오늘 우리는 지속가능한 육계산업에 대하여 고민해야 한다. 가장 강력한 경쟁국 중 하나인 미국 경우 FTA 이후 20% 였던 닭고기 수입관세가 올해 12%로 인하되고, 2024년도에는 아예 0%가 된다.
지속가능한 육계산업을 위해서는 우선 우리 닭고기가 시장에서 수입 닭고기와 경쟁할 수 있도록 생산원가를 최대한 낮추고 고품질의 다양한 닭고기 제품 개발을 통하여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할 것이다.
먼저 생산성 향상을 통하여 닭 생산원가를 최대한 낮추어야 한다. 1999년까지 우리나라 육계 FCR(사료요구율, 닭 1kg 생산에 소요되는 사료량)은 모든 회사가 2.0을 기준으로 하고 있었다. 2000년 하림에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상대평가 제도를 도입하면서 FCR이 급격하게 개선되었다. 2014년 하림의 연간 평균 FCR이 1.58로 15년 동안 0.42 포인트가 개선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육계 kg당 약 200원의 사료비를 절감하게 되었고 전체 업계에 연간 2천억원 이상의 생산원가를 낮추는 효과를 거두었다.
하림이 미국 Allen사를 인수하기 전인 2010년도에 하림(1400원)과 미국 Allen사(875원)의 도계장 도착기준 육계 생산원가는 kg당 525원 차이를 보였다. 4년이 지난 2014년도에는 하림과 Allen사의 원가 차이가 405원으로 갭이 120원 줄어들었다. 이 기간 동안 하림은 생산성 향상 활동을 통해 원가 갭을 약 10% 줄여 미국원가 대비 72% 수준을 유지하였다. 주요 개선사항으로는 4년 동안 FCR이 1.66에서 1.58로 0.08 포인트 개선하였으며 종계의 종란 생산 수 9개 증가, 부화장의 병아리 발생율 9% 상승 등이 있다. 현재도 양 사 간의 주요 육계원가 차이 항목을 보면 병아리비, 사료비, 사육경비 등 3항목에서 80% 이상의 갭을 보이고 있다.
하림이 미국의 닭 계열회사인 Allen사를 인수한 이후 그들의 노하우를 실시간으로 들여올 수 있게 됨으로써 우리 사육 생산성 향상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도 FCR 개선, 병아리 원가 절감, 출하체중 확대, 사육경비 절감 등 생산성을 경쟁국 수준까지 향상시켜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관세가 제로가 되는 2024년 이전에 육계 생산원가를 현재 보다 200원 정도 추가 인하하여 미국 원가의 85%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축사 시설현대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정부의 축사 시설현대화사업 지원에 힘입어 사육환경이 우수한 축사가 많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자체에서 축사 신축시 가축사육 제한거리를 1km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사실상 축사신축을 막는 조례를 경쟁적으로 제정하고 있어 축산업의 앞날을 암울하게 하고 있다. 또한 무허가 축사 대책이 지지부진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축사의 사육환경 개선작업도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특히 미국 경우 육계사 3.3㎡ 당 신축투자비가 40만~50만원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3.3㎡ 당 90~11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많이 들어가고 있다. 이는 터무니없이 비싼 농장부지, 토목공사비, 인허가 및 민원 해결 등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과도한 축사 신축투자비는 그대로 생산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우리 육계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정당국에서는 상위법에 가축사육 제한거리 기준 설정, 무허가 축사 대책, 정책자금 금리인하 등 현안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여 우리 축사의 사육환경이 경쟁국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나머지 갭 15%는 국산 신선 닭고기의 프리미엄과 우리 소비자 입맛에 맞는 다양한 닭고기 상품 개발 등 품질 경쟁력 확보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 삼계탕의 미국 수출에 이어 조만간 중국 시장에도 삼계탕 수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어 삼계탕이 대표적인 한류식품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계열회사와 닭고기 외식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친환경 닭고기 제품 등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소비확대를 위하여 매년 수백억원의 광고비를 쏟아 붓고 있다.
국내 농축산업계 중 유독 육계산업계에서 생산성 향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다양한 제품개발 및 마케팅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바로 계열화사업 정착에 의한 6차 산업화가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한 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는 개별 농가단위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육계산업 경우 다수의 농가들과 연계된 소수의 계열화 체계 조직이 완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소수의 계열회사가 주도적으로 사육 생산성 향상, 다양한 닭고기 상품 개발, 주도적인 마케팅 활동 등 지속가능한 육계산업을 만들기 위한 장단기 전략을 세우고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육계 1kg을 생산하는데 사료 1.5~1.6kg 이면 가능하다. 반면 돼지는 닭의 2배, 소는 닭의 5배나 많은 사료가 필요하다. 닭고기가 축산물 중 생산원가 면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전문가들이 현재 가용한 사료곡물 자원을 FCR이 가장 우수한 닭고기 생산에 전량 투입하게 되면 세계 식량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백색육인 닭고기는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어 앞으로 우리나라도 닭고기가 대표 육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자급율에서도 닭고기는 올해 82%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어 쇠고기 46%, 돼지고기 72%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육계산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 모두가 자신감을 가지고 실행에 집중하게 되면 20년 후 우리 육계산업은 지속가능한 산업으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