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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질병 저항성 가축, 축산 안보 위한 ‘게임 체인저’

장 구 교수(서울대학교 수의학과)

  • 등록 2026.06.02 20:22:40

[축산신문]

 

지난 기고에서 ‘경험의 육종’에서 ‘데이터와 유전자의 정밀 육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관해 이야기했다. 현시점에서 여러 정밀 육종 동향 중 가장 핵심적인 영역인 ‘질병’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특히 대한민국은 지난 겨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FMD), 조류인플루엔자(AI)로 혹독한 시기를 보냈다. 전 세계적으로도 기후 변화로 인해 질병 매개체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으며, ASF나 고병원성 AI와 같은 악성 전염병은 이제 국경이라는 개념이 무색할 만큼 상시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전통적인 방역과 백신 투여만으로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제는 가축 스스로가 질병에 견딜 수 있는 힘을 갖추는 ‘질병 저항성 동물’ 개발이 글로벌 축산 시장의 필수적인 선택지로 고려되고 있다.
2026년 현재, 국제 사회에서 질병 저항성 가축 개발은 단순한 학술적 연구를 넘어 상용화의 문턱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는 양돈 분야에서 나타난다.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은 전 세계 양돈 농가에 매년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을 입히는 고질적인 질병이다. 한돈 뉴스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연간 손실액이 12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 역시 정확한 통계를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PRRS와 돼지유행성설사병(PED) 같은 소모성 질병으로 인한 농가 피해액이 연간 4천800억 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바이러스성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 수십 년간 기초 연구를 수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숙주의 특정 유전자를 이용해 침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역으로 이 유전자를 제거하면 바이러스 저항성이 생긴다는 점을 확인했다. 최근 글로벌 종축 기업 PIC는 유전자편집(CRISPR) 기술을 이용해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투할 때 사용하는 수용체인 ‘CD163’ 유전자를 제거한 돼지를 성공적으로 육성했다. 이 돼지들은 PRRS 노출에도 높은 저항성을 보였으며, 현재 미국 FDA의 최종 승인 절차를 마치고 전 세계 농가로의 보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국에서도 돼지열병(Classic Swine Fever)에 저항성이 있는 돼지가 개발되어 승인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금 분야 역시 조류인플루엔자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닭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복제에 관여하는 유전적 코드를 정밀하게 편집하여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낮춘 연구 성과가 발표되었으며, 최근에는 질병 저항성 닭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 닭’이 개발되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소의 경우에도 결핵, 설사병, 광우병에 저항성을 가진 개체들이 실험실을 벗어나 실증 단계에서 그 효과를 증명해 내고 있다. 우리 연구팀이 생산한 광우병 저항성 소 또한 약 5년까지 건강하게 자랐고, 광우병의 원인 물질이 정교하게 삭제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와 발맞추어 첨단 연구와 규제 측면에서도 빠른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 연구 분야에서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를 통해 바이러스 감염 메커니즘을 근본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감염성 질병이 숙주 동물 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분석함으로써 감염병 바이러스에 저항성 유전자를 발굴하는 데 적용하는 것이다. 또한 가축에서도 다양한 바이러스 변이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만큼, 변이에 대한 숙주의 생물학적 이해를 하는 기초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기초 연구는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꾸준히 진행되어야 한다. 규제 측면에서 미국, 일본, 호주, 브라질 등 주요 축산 강국들은 외래 유전자가 삽입되지 않은 유전자 편집 동물을 ‘전통 육종의 연장선’으로 간주하여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추세다. 영국 또한 브렉시트 이후 ‘정밀 육종법(Precision Breeding Act)’을 시행하며 질병 저항성 가축의 상업적 사육을 위한 법적 근거를 선제적으로 마련했다.
이는 동물 복지와 농가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이를 소비하는 국민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2024년 미국 아이오와 대학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PRRS가 유행한 15주 동안 양돈장 자돈(새끼 돼지)의 항생제 사용량(주사 및 음용)이 무려 379%나 급증했으며, 출하 체중에 가까운 비육돈 단계에서도 주사형 항생제 사용량이 274% 증가했다고 한다. 즉, 질병 저항성 동물은 축산물 내 항생제 잔류 위험과 항생제 내성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축산 또한 이러한 거대한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 뛰어난 생명공학 기술력에 비해 당장의 현안 해결을 위한 단기 연구에 치중되어 있어, 장기적 관점의 기초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과학적 근거보다는 게다가 유전자 편집 식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과학적 접근 노력도 부족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유전자 편집을 통한 질병 저항성 품종과 오가노이드 연구가 하나의 거대한 축으로 자리 잡는다면, 향후 품종 주권을 상실하는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기초 연구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함께, 과학적 근거 중심의 합리적인 규제 정비에 나서야 한다. 질병에 강한 가축 육종은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구축하고 건강한 단백질 공급원의 확보하며, 나아가 국가 식량 안보의 주도권 선점을 위한 필수 과제임을 기억해야 한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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