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가축 생산성, 농장 수익, 축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소모성 질병 해결이 급선무라는 현장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농장을 둘러싼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고병원성AI, 럼피스킨(LSD) 등 재난형 질병이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소에서는 소바이러스설사병(BVD)·유방염·송아지설사병 등, 돼지에서는 PRRS·PED·흉막폐렴 등, 가금에서는 닭전염성기관지염(IB)·감보로병(IBD)·저병원성AI 등 소모성 질병이 발생하고 있다.
많은 수의 전문가들은 “소모성 질병이 재난형 질병보다 무섭다”는 말이 결코 과장되거나 헛되지 않다고 경고한다. 재난형 질병은 발생하면 살처분 등을 통해 즉각 도려낼 수 있지만, 소모성 질병은 워낙 널리 퍼져있을 뿐만 아니라 상재화로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 BVD, 돼지 PRRS, 가금 IB 등은 음성 농장을 찾기 어렵거나 한두 번 발생을 겪어보지 않은 농장이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소모성 질병 임상증상이 약한 것도 아니다. 재난형 질병 못지 않다.
BVD의 경우 송아지에서는 설사, 폐사, 성장지연 등을, 성우에서는 유량감소, 유산, 기형우 분만 등을 유발한다.
PRRS는 더 심각하다. 고병원성 PRRS는 모돈에서 유산, 일부 폐사 등을, 자돈에서 폐사, 호흡기 질환 등을 일으킨다. IB 역시 증체, 폐사, 난질, 산란율 등에서 생산성 지표를 뚝 떨어뜨린다.
소모성 질병 피해는 생산성 저하에 머물지 않는다. 농장에서는 약값, 치료비 등 경제적 비용을 지속 투입해야 한다. 결국 질병 여부에 따라 생산성, 수익이 갈리는 ‘승자독식’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특히 사회·국가적으로 생산비 증가, 축산물 가격 상승, 수급 불균형, 글로벌 경쟁력 하락 등 악순환 고리 주범이 된다.
최근 출하가 줄고 축산물 가격이 올랐다고 하면, 그 맨 앞에 소모성 질병이 지목될 만큼 파급력이 세다.
여러 조사기관과 수의 전문가들은 이렇게 질병으로 인한 축산 생산성 손실이 무려 20~30%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내 연간 축산업 전체 생산액이 25조원이라면, 가축 질병에 의해 1년에 5조~7조원 가량이 빠져나간다는 의미다.
반대로 소모성 질병을 잘 막아낸다면 가축 생산성, 농장 수익, 축산업 글로벌 경쟁력을 쑥 높일 수 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린다. 방역당국도 이를 인식, 재난형 질병에 집중됐던 방역정책에서 탈피해 체계적인 소모성 질병 방역관리에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23년 12월 민간주도 ‘돼지질병 민·관·학 방역대책 위원회’를 꾸리고, 전문가 회의 등을 거쳐 2025년 11월 ‘돼지 소모성질병 방역대책’을 내놨다.
PED는 2028년 종돈장 214개소 청정화, 일반농장 전국 발생률 3% 이하가 목표다.
PRRS는 2028년 종돈장 214개소 청정화, 2030년 청정농장 인증비율 50%를 내걸었다. PED·PRRS 청정농장 인증제도 추진된다.
지난해 3월 발표한 ‘중장기 가축방역 발전 대책’에서도 소모성 질병 방역관리 강화 방안이 담겼다. 이에 따라 PED·PRRS는 제3종 가축전염병이라고 해도, 발생농장 이동제한 미실시 등 방역조치가 완화된다. 또한 지난해 500호, 올해 715호 등 정기예찰이 확대된다. 관련법도 정비된다. BVD는 법정 가축전염병(3종)으로 신설 추진돼 검색 확대, 지속감염우 색출·도태 등 국가 차원 방역 대책이 가동될 전망이다.
축산·수의업계에서는 “소모성 질병은 축산 현장에 만연해 있다. 농가 개별 방역으로는 방어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신고, 백신, 보상금 등 체계적 공동방역 시스템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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