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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최윤재의 축산 인사이트 20> 탄소회계가 여는 축산의 미래

탄소회계, 축산을 살리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 등록 2026.07.08 14:28:03

[축산신문] 

 

최윤재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매년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는 탄소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산업별로 구체적인 감축 기준을 설정한다. 실제로 정부는 2025년 11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농축수산업 부문도 약 27.5~29.3%의 감축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
문제는 목표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다. 매년 감축 목표는 제시되지만, 실제 이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당초 고려했던 가장 낮은 감축 기준인 48%조차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축산업 역시 이러한 한계를 그대로 안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축산업 분야의 탄소 배출량이 소폭이나마 계속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업 분야에서 탄소감축을 현실화하려면 장기적 차원에서 이러한 실천이 농민에게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 중 한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이 ‘탄소회계’이다.
 

탄소회계가 필요한 이유
탄소중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었지만, 그 부담을 온전히 농가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해법을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얼마나 줄였는가’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아직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농가가 어떤 노력을 했고, 그 결과 배출량이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명확히 계산할 수 없다면, 감축의 책임만 강조하는 정책은 현장에서 신뢰를 얻기 어렵다.
또한 감축에 따른 보상 수준 역시 현실과 괴리가 크다. 사료를 교체하거나 시설을 개선하는 데 드는 비용은 상당한데, 이를 보전해주는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결국 농가는 추가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실질적인 수익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여기에 지원 방식이 일회성 설비 보조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지속적인 감축을 유도하기보다 ‘한 번 설치하고 끝나는’ 정책으로는 장기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접근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탄소회계(Carbon accounting)다. 탄소회계란 기업의 회계 개념이 환경 분야로 확장되면서 온실가스를 ‘숫자’로 관리하는 작업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농업 분야에서의 탄소회계는 농가의 생산 과정 전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량을 체계적으로 측정·기록·관리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탄소 장부’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료 사용, 에너지 소비, 가축 관리 등 각 단계에서의 배출과 감축을 수치로 환산하고, 그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량적 데이터에서 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지는 시스템 구축하기
탄소회계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데이터’이다. 지금의 가장 큰 한계는 농가 단위에서 배출량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LCA(Life Cycle Assessment, 전과정 평가) 기반의 자동화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사료 구매량, 전기 사용량, 분뇨 처리 방식과 같은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탄소 배출량이 자동으로 산출되는 사용자 친화적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이 갖춰져야만 정책도, 보상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다음으로는 농가 단위 탄소회계와 실질적인 성과보상 체계 구축이 뒤따라야 한다. 탄소를 줄인 만큼 보상 ‘크레딧’을 부여하고 이를 현금화하거나 펀드 수익과 연계하는 방식, 또는 저메탄 사료 사용이나 사육 기간 단축과 같은 실천에 대해 포인트를 지급하고 이를 지역화폐나 사료 구매로 전환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더 나아가 탄소 감축 성과가 우수한 농가에 ‘환경 배당금’을 지급하는 모델 역시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 핵심은 감축 노력이 곧바로 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다양한 수익모델 개발 노력하는 해외
해외에서는 이미 한발 앞서, 탄소 감축을 ‘비용’이 아니라 ‘수익’으로 전환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럽 최고의 농업대학 중 하나인 네덜란드의 와게닝겐대학교는 농가 단위에서 탄소 발자국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이를 보상할 수 있는 ‘결과 기반(result-based)’ 정량 시스템을 구축했다.
EU 인증 체계에 대비한 이런 노력들은 아직 경종, 토양 중심의 측정에 우선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머지않은 시기 각 내용이 유기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당장은 참고하기 어렵지만 농가가 감축한 탄소를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이 필요한 기업들에게 판매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관련 사례로는 캘리포니아의 캡앤트레이드(Cap-and-Trade) 제도에서 운영되는 가축 메탄 분해기(Digester) 프로토콜 시스템을 들 수 있다.
해당 시스템은 메탄 발생을 저감시키고, 그 저감량을 정량화할 수 있는 설비이다. 농가에서는 분해기 시스템을 활용해 전후 메탄 배출량 차이를 측정한다. 분해기를 설치하기 전보다 줄어든 메탄은 ‘탄소 크레딧’으로 인정하고, 해당 크레딧을 배출권이 필요한 기업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탄소회계와 성과보상과 같은 제도는 해외에서도 이제 막 자리 잡아가는 단계다. 우리에게는 아직 낯설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선제적으로 대응할 여지가 있다. 이미 2050 탄소중립이라는 목표가 설정된 만큼, 산업에 대한 압박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은 농가에게 부담이 아니라 기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노력하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제안함으로써 농가가 감축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축산업은 ‘환경 오염원’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탄소중립을 이끄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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