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제값 받은적 없는데 소비자 피해 주범인냥 호도”
‘슈퍼을’ 보호 법적 장치 전무…농가 피해 귀결 우려
국내 돼지고기 가공업계에 대해 올해 3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에 이어 최근 검찰 기소까지 이뤄졌다. 이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면서 수년간 담합,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다.
하지만 돼지고기 제품의 원가가 공개돼 있는 국내 유통구조하에서 대형유통점에 대해 ‘슈퍼을’일 수 밖에 없는 육가공업체를 보호할 마땅할 법률적 장치는 전무한데다, 부당이득 또한 좀처럼 생각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보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개정된 공정거래법 '저촉'?
검찰은 이마트에 대한 돼지고기(일반육, 브랜드육) 납품 과정에서 6개 가공업체들이 견적가격을 합의하거나, 견적 가격 정보를 매주 상호 교환하는 등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인해 지난 2021년 12월부터는 가격 정보 교환 행위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사후(납품) 이후 견적 가격 정보에 대한 교환 행위까지 문제를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들은 이에대해 “개정된 법률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며 법률적 논란의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조직적인 담합, 특히 ‘부당이득’은 가당치 않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는 국내 돼지고기 유통구조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마트 존재감 절대적
실제로 냉장 돼지고기를 제때에 팔지 못해 냉동으로 전환하는 순간 육가공업계는 큰 폭의 손실이 불가피할 뿐 만 아니라 보관료 까지 감수해야만 한다.
이로인해 돼지고기 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유통점, 그것도 동종업계의 골리앗인 이마트와는 자연히 ‘슈퍼갑’ 과 ‘슈퍼을’의 관계가 형성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더구나 도매시장을 통해 전국의 돼지가격이 결정, 원료돈 구매가격까지 공개되는 상황이다 보니 육가공업계 입장에선 이마트를 상대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부당이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검찰이 문제삼은 시기(2021년 12~2023년 11월)가 코로나 사태 속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식 시장이 크게 위축, 가정용 수요에 돼지고기 판매가 집중되고 대형유통점에 대한 육가공업계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양측의 관계가 그 어느때 보다 선명했던 시기였다는 점은 이러한 주장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슈퍼갑, 출혈경쟁 예상 못했나
해당 육가공업체 관계자는 “이마트에 대해서는 한번도 제값을 받아본 적이 없다. 하물며 시황이 좋을 때도 마찬가지”라며 “담합 혐의를 받고 있는 사업체 상당수가 협동조합이다. 영업 담당자 입장에서는 돌아오는 이익도 없는데 왜 위험을 감수하겠나, 법률적 상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직원으로서 조금이라도 적자를 줄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이마트의 돼지고기 구매방식 변경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육가공업체 관계자는 “기존의 제품 매입 관행으로 인해 경쟁사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이마트는 물량과 가격을 결합시킨 비공개 최저가 견적 입찰 방식을 도입했다”며 “이전까지만 해도 돼지고기 제품의 원가 정도는 인정되는 분위기였지만 새로운 납품 방식 이후 그나마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과연 이마트가 예상하지 못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슈퍼을' 최악의 납품방식
실제로 이마트의 비공개 최저가 견적입찰방식은 상대방이 얼마를 제출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입찰 참여 업체들 마다 서로 납품가격을 깎아 내려야만 하는 ‘치킨게임’이 불가피하다.
이마트라는 대형유통망을 잃을 경우 대규모 재고를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슈퍼을’ 육가공업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납품 방식인 셈이다.
공정위나 검찰이 해당 육가공업체들의 ‘담합 행위’가 시작된 시기로 지목한 2017년(법률적 담합 행위는 2021년 12월)도 이마트의 새로운 매입 방식이 도입된 시기와 일치한다.
대형마트가 내세운 자율적인 갑질 방지 대책이, 육가공업계 입장에선 오히려 합법으로 포장된 ‘슈퍼 갑질’로 변질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위, 약속 안지켜”
그러나 공정위와 검찰은 적자가 줄거나 시장 가격과의 갭이 줄어든 것도 ‘부당이익’으로 간주, 과징금 부과와 기소까지 이어지게 됐다.
해당 육가공업체 관계자는 “당초 공정위는 육가공업계의 현실을 참작, 사후 견적 정보 교환은 문제삼지 않기로 했을 뿐 만 아니라 과징금만으로 담합 관련 사안을 마무리 짓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며 “이에 큰 이의없이 공정위 결정을 받아들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떠한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여기에 소비자들을 자극하는 듯한 공정위와 검찰의 발표 내용은 해당 육가공업체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는 원인이 됐다.
검찰은 2017년부터 6년에 걸쳐 1조2천억원의 물량에 대한 담합이 이뤄졌고, 이로인해 20% 이상 삼겹살 가격이 올랐다고 발표했다.
해당 육가공업체들은 “법률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는 2021년 11월 이전 물량까지 담합 행위로 몰아가는 등 전형적인 물량 부풀리기”라며 “무엇보다 관련 통계를 억지 대입, 마치 담합으로 인해 삼겹살 가격이 오른 것처럼 호도함으로써 소비자 신뢰에 돌이키기 힘든 타격을 입게 됐다”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슈퍼을 보호는 못할망정…”
반면 슈퍼갑과 슈퍼을의 구조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폐해에 대해서는 관심 조차 없는 현실에 큰 괴리감을 호소하고 있다.
해당 육가공업체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치 않을 경우 바로 압박이 들어오기도 했다. 드러내놓고 반발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며 “이 뿐이 아니다. 육가공업계는 제값을 못받더라도 대형유통점들은 할인 시기가 아니면 늘 수익률을 유지한다. 싸게 매입해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 부담이 왜 늘었는지 정확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판매선 다변화 등 자구책도
이에따라 해당 업체를 비롯한 육가공업계에서는 대형유통점들로부터 최소한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법률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비단 육가공업계 뿐 만이 아니다.
육가공업계에 대한 비현실적인 압박이 최종적으로는 농가와 양돈산업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육가공업계 내부적인 자성의 목소리도 나고 있다. .
소비자들의 권리에 모든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리스크에 대한 사전 대응체계 강화와 함께 대형유통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판매선 다변화, 영업방식 전환 등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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