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지금 세계 뉴스는 날씨에 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이에 관한 속보가 쉼 없이 쏟아지고 있다. 북반구는 지난 6월부터 때 이른 찜통더위에 시달리고 있으며 7월에 이어 8월로 넘어오면서도 살인적인 날씨를 보여주고 있다. 기온이 40℃를 넘어서는 것도 이제는 예삿일이 되어버렸다.
고온과 가뭄으로 인해 유럽 국가들의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유럽에서 볼가강 다음으로 긴 다뉴브강은 수위가 급격히 낮아져 강을 통해 물자를 운송하는 내수로 운송이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루마니아와 헝가리에서는 강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는 원전 일부가 가동을 중단했다. 불가리아에서는 강이 메말라 빙하기 때 서식했던 매머드의 뼈가 발견될 정도로 극심한 가뭄 상태에 처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해 주변 국가로 빠르게 번졌다.
미국도 고기압의 정체로 뜨거운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돔 현상으로 인해 40℃를 넘나드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해 검은 연기가 제트기류를 타고 미국 동북부 지역을 덮치는 일도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폭염 특보의 최상위 단계인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되는 등 세계는 지금 기후 재난 상황에 놓였다.
전 세계 이상기온 현상을 초래하는 엘니뇨 현상도 발생해 올해는 날씨 때문에 힘든 한 해를 보내게 될 전망이다. 엘니뇨 현상은 동태평양 적도 해수면 온도가 평상시 대비 0.5℃ 이상 오르게 될 때 발생하며 극단적인 기후 변화를 일으켜 세계 곳곳은 극심한 가뭄과 홍수에 시달리게 된다. 아메리카 대륙의 경우 미국에서는 멕시코만 연안과 남동부 지역에 폭풍과 홍수가 발생하며 미국 중서부 및 캐나다 등 고위도 지역에서는 건조한 날씨가 형성된다. 중미에서는 가뭄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서는 홍수가 발생한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일대는 물론 남아프리카는 가뭄에 시달린다.
엘니뇨 현상은 동태평양 적도 해수면 온도가 평상시 대비 1.5℃ 이상 2℃ 미만이면 ‘강한 엘니뇨’, 2℃ 이상이면 ‘슈퍼 엘니뇨’라고 부르는데 올해는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으며 가을과 겨울 사이에 절정에 달하겠다. 과거 1982·83년, 1997·98년, 2015·16년 총 3차례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으며 올해는 지금까지 겪은 슈퍼 엘니뇨보다 훨씬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엘니뇨 현상은 세계 주요 국가의 농작물 생산에 큰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역사적인 흐름을 살펴봤을 때 그 영향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표하는 세계 식량 가격지수 및 곡물 가격지수를 살펴보더라도 엘니뇨 현상이 발생한 시기에 곡물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엘니뇨 현상이 발생한 기간 중 곡물 가격이 높았던 때는 2009·10년이었으나 이 당시에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위기에 빠졌던 세계 금융이 회복되면서 경기 부양 효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지 날씨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엘니뇨 현상에도 불구하고 주요 농업 생산국에 큰 피해가 없었던 것은 관개 시설 확대, 유전자변형 종자 보급, 농업 기술의 발전, 철저한 농작물 관리 등도 큰 몫을 했다.
반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역사적으로 엘니뇨의 직격탄을 맞아왔다. 인도의 경우 몬순 시즌 강우 부족으로 밀 뿐만 아니라 쌀, 사탕수수 생산이 저조해지며 최근에는 수출이 제한을 받는 경우도 자주 생긴다. 동남아시아도 가뭄 현상이 심해져 쌀을 비롯한 커피, 코코아, 팜 생산 실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진다. 주요 밀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호주도 가뭄으로 인해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밀을 제외하면 주요 사료 자원으로 활용되는 옥수수와 대두 등은 엘니뇨 영향으로부터 다소 벗어나 있다. 엘니뇨보다는 그 반대 현상인 라니냐가 이들 품목의 생산에 악영향을 주는 편이다.
하지만 올해 발생한 슈퍼 엘니뇨는 역사적인 패턴과 달리 이례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존보다 발생 시기가 빨라졌음은 물론 갈수록 강도도 높아져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하겠으며 이와 같은 상태가 2027년 봄까지 이어지겠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와 함께 중동과 흑해에서의 지정학적 위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새로운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전쟁을 벌이면서 자제해왔던 흑해 항만 내 곡물 수출 기지와 상선에 대한 공격을 이제는 스스럼없이 감행해 밀과 옥수수 등 수출이 봉쇄되고 곡물 가격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협공으로 이란을 공격하면서 벌어진 이란 전쟁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시켰으며 비료 원료의 수출길을 막아 비료 가격이 급등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세계 농가들은 옥수수와 밀 등 비료를 많이 투입해야 하는 품목들에 대한 재배를 줄이기 시작했으며 2026·27 시즌 세계 옥수수, 밀 생산량은 크게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장기 시나리오를 통해 전 세계 식량 가격이 최대 16% 급등하고 농업 부문에서 피해 규모만 3,42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치를 내놓고 있다.
지금 세계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우리 사료 산업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겠다. 사료 원료 가격은 여러 가지 이슈로 인해 선물 시장에서 급등락을 펼치고 있으나 현물 시장에서는 상승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3~4개월 앞서서 선도구매로 들여오고 있는 옥수수, 밀, 대두박 등 사료 원료 가격도 차츰 오르고 있어 향후의 가격 급등 가능성에 대비하는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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