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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동물원, 과연 행복한 보금자리인가?

이 명 헌 수의학박사(전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

  • 등록 2026.09.30 13:07:39

[축산신문]

 

국민늑대 ‘늑구’가 우리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지도 벌써 반년이가까워 온다.
지난 4월 8일 대전광역시 공영동물원 오월드에서 두 살배기 수컷 늑대가 사육장 울타리 하부 흙더미를 파헤치고 탈출했다는 소식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사고초기 인명피해 가능성, 심리적 불안감 조성, 교통혼란 등 일상생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 대다수의 애정어린 관심과 응원이 이어졌고 이에 힘입어 동물원을 떠난지 9일만에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었다.
생환 이후 ‘늑구’는 특별 사육장에서 의료진과 사육사의 극진한 돌봄 덕분으로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야생늑대의 굴착본능에 충실했던 짧은 일탈은 결국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자유탈출을 꿈꾸는 국내 전시동물 수는 6만개체에 육박하고 있다.
근대식 동물원의 효시인 창경원이 개장한지 불과 2년만인 1911년 사육중인 원숭이가 우리를 빠져나와 전각 지붕위를 돌아다니며 소동을 일으켜 사살되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볼 때 동물원 설립 초기부터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 이후 대중의 관심을 크게 모았던 1976년 창경원 침팬지 탈출 사건을 필두로 2005년 어린이대공원 코끼리, 2013년 서울대공원 호랑이, 2023년 어린이대공원 얼룩말 세로, 2024년 성남시 생태체험장 타조 타돌이에 이르기까지 야생동물의 탈주본능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동물원 사고사례를 분석해 보면 동물을 야생성이 내재된 능동적 저항 주체로 인식하지 않고 단순한 전시물로 취급하는 후진적 사육 시스템이 탈출메커니즘을 지속적으로 고착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귀결된다.
특히 얼룩말 세로나 타조 타돌이 사례처럼 사회적 무리생활을 필수적으로 영위해야 하는 개체가 조실부모하거나 짝을 잃었을 때 발생하는 정서적 붕괴는 먹이 거부, 정형행동을 넘어 시설물을 파괴하는 강력한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밖에도 격리문 미잠금, 출입시설 시건장치 개방 등 관리 부주의나 자연재해에 의한 철책훼손, 동물의 도약능력을 과소평가한 오픈형 천장구조 등 시설미흡도 보완과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다. 궁극적으로 보면 동물원 탈출사고는 야생동물의 본성을 무시한 인간의 무지와 오만이 빚어낸 명백한 인재임을 숨길 수 없다.
늑구 탈출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전국 공영동물원 협의체'를 공식 출범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시설·인력·운영 전반에 대한 보완조치와 함께 관리체계 고도화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당초 2028년 12월까지 유예되었던 동물원 허가제 이행 시한을 내년 말까지로 앞당기는 등 강력한 법 집행의지를 표방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전국 121개 동물원 중 90% 이상이 허가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조기이행을 독려하는 동시에 제도적, 기술적 지원도 병행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실내 사설 동물원이나 동물 카페들은 여전히 휴게음식점, 일반음식점, 통신판매업 등으로 우회 등록하여 국가 감시망을 회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관련 법규정은 기본적인 필수사항만을 다루고 있고 내용도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동물원이 과거의 단순 전시 기능에서 벗어나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야생동물의 전문적 구조·보호 기능과 생물다양성 보전 교육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공성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관련 전문가들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관람객의 일방적 유희가 아닌 동물의 야생성 보존과 리와일딩에 초점을 맞추어 철창, 콘크리트 가벽, 조잡한 목재 울타리를 철거하고, 자연 서식지의 생태 환경을 그대로 재현하는 생태 몰입형 관람 구조로 전환하자는게 핵심이다.
아울러 동물에게 다양한 자극과 행동 선택권을 제공하여 자연스러운 행동(종 고유행동)을 유도함으로써 제한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무기력을 해소하는 동시에 생물 다양성 보존 교육가치도 구현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종 맞춤형 행동풍부화 프로그램 운영도 필수적으로 권장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보다 성숙하고 선진화된 동물원 운영 패러다임 도입과 함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어 보인다. 현대를 살아가는 문명인들이 오만 불손한 전지적인간시점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3인칭 관찰자로 돌아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품어준다면 동물원은 다시 행복한 보금자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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