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길 기자 2025.05.08 10:04:40
[축산신문 기자]
무침 주사 적용…접종 부담↓동물복지↑
이상육 발생 줄이고 면역 효과도 높여
구제역 백신 국산화 기치…수입 의존 줄여
K-백신 자립 기반 다지고 수출시장 개척
구제역은 세계적으로 우제류 산업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가축전염병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서도 1종 관리대상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 대규모 구제역 발생 이후 모든 소, 돼지, 염소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 추가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왔다.
현재 국내에서는 O형과 A형 항원을 포함한 2가 혼합 불활화 백신이 주로 사용되며, 수입 백신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 백신들은 항원을 오일 기반 면역보조제에 혼합해 근육 내 주사하는 방식으로 접종된다.
관련, 돼지에서는 접종부위 이상반응(이상육) 발생, 소에서는 백신 접종 후 일시적인 식욕 저하와 체온 상승, 착유량 감소 등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백신 접종을 기피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 방역체계 유지에 위협 요인으로 제기된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하는 방안 중 하나로 피내접종이 제시되고 있다.
피내접종(intradermal vaccination)은 기존 근육접종과 면역학적 메커니즘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가진다. 피부 진피층에는 면역 세포가 다량 분포해서 강력하고 신속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동일 항원량 대비 더 빠르고 높은 항체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세포성 면역 활성에도 유리하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한다.
더불어 무침접종기(needle-free injector)를 이용할 경우, 주사바늘에 의한 조직 손상, 세균 오염, 작업자 사고를 방지할 수 있어 접종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돼지 PRRS 백신 등이, 국내에서는 써코바이러스 백신 등이 피내접종 기술을 적용해 상용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구제역백신 역시 이와 같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접종 기술의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구제역백신연구센터는 지난 2019년부터 피내접종 기반 구제역백신 개발을 본격화했다.
그 결과, 국내 발생주(O형 보은주, A형 연천주) 기반 불활화 항원에 이상육 발생의 원인 중 하나인 오일량을 대폭 축소한 피내접종용 구제역 백신이 개발됐다.
개발된 백신은 무침접종기(수입 2종, 국산 2종)를 이용한 야외 돼지 시험 결과에서 항체가 높게 형성되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아울러 백신 접종부위 이상반응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소에 대한 피내접종 효능 시험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검역본부의 2024년 자체 시험에서 피내접종용 백신 접종 후 장기간 항체가 유지됐다. 특히 2025년 젖소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피내접종 백신군이 착유량 변화없이 정상 수준을 유지했다.
피내접종용 구제역백신은 단순한 접종 방법의 변화를 넘어 축산 현장 문제의 획기적 개선을 의미한다.
농장에서는 백신 접종에 따른 노동력 부담이 경감되고, 무침접종 시스템을 통한 대량 접종 자동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이상육 발생 감소는 도축 및 유통 과정의 경제적 손실을 줄이며 소비자 신뢰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접종 스트레스 감소에 따라 동물복지가 향상되고, 생산성 저하 없이 질병 방어가 가능해져 전체 농장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국산 백신의 품목허가 및 상용화가 이뤄질 경우, 수입 백신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동물백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구제역 뿐 아니라 다양한 가축질병 백신에도 피내접종 기술이 확장 적용될 수 있으며, 이는 한국 축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동시에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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