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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5개년 계획 속 농장동물 복지의 아쉬움

기자  2025.05.08 11: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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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김 충 현 교수
호서대 동물보건복지학과

 

학기 초, 학생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시대 변화를 체감했다. 당연하게 고깃집, 그것도 무한리필 식당을 선택했으나 학생들의 표정에서는 기대보다 불편함이 읽혔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건강이나 동물복지 등 자신만의 가치관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MZ세대에게 '무한리필 고기집'은 더 이상 매력적인 회식 장소가 아니었을 수 있었다. 이는 단순한 세대 차이를 넘어, 우리 축산업이 직면한 근본적인 변화의 신호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동물복지 5개년 계획은 기대와 함께 아쉬움을 남긴다. 계획에서는 ‘반려’동물 언급(184회)이 ‘농장’동물(47회), ‘실험’동물(45회)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는 현재 정책적 관심이 반려동물 산업 육성에 치우쳐 있음을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동물복지 개념과 사회운동의 시작점이 열악한 농장동물의 환경 개선이었음을 고려할 때, 이번 농장동물 5개년 계획은 농장동물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과 속도감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반려동물 또한 ‘산업적 대상', ‘이용 수단'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는다.
동물을 단순히 경제적 효용 가치와 단백질 공급원으로만 평가하는 태도는 동물이 살아있는 동안 겪는 고통과 불편함을 쉽게 간과하게 만든다.
실제로 최근 전남 해남의 한우 농가에서 발생한 사양관리 부실로 인한 영양결핍성 집단 폐사는 이러한 왜곡된 인식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농가에서는 적절한 영양 공급과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한우가 영양 결핍으로 고통받다가 결국 폐사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단순한 관리 소홀을 넘어, 동물을 생명체로서 존중하지 않고 단지 산업 수단으로만 여기는 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하는 사례다. 이러한 현실은 동물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와 인식이 축산업 전반에 걸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특히, 환경 보호와 동물복지에 민감한 MZ세대 소비자들은 이런 문제를 직감적으로 인지하며, 그 결과 축산물 소비에 대한 거부감과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동물복지 문제는 단순한 윤리적 논쟁을 넘어, 축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소비자 신뢰 확보에 직결된 중대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축산물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편함이 소비자들의 식습관 변화에 미세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약 15만 명 수준에서 2022년 약 250만 명으로 무려 16배 이상 급증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채식이 소수의 식생활 방식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채식을 선택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환경보호(31%)와 동물보호(20%)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자신의 식탁을 통해 윤리적이고 환경적인 가치를 실현하려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건강만을 고려했던 과거의 채식과는 다른, 보다 폭넓은 사회적 인식이 반영된 결과이다.
또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비건 인증 식품은 2019년 90개에서 2021년 286개로 151%나 증가했으며, 이제는 대형 마트뿐만 아니라 우리 집 앞 편의점 냉장고에서도 식물성 대체육이나 비건 간편식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비건 또는 대체육 제품이 전문가나 특정 소비층만을 위한 니치 마켓을 넘어,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점점 더 친숙하고 접근 가능한 선택지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감 있는 변화이다.
이러한 가시적인 변화의 물결은 우리 축산업에게 “과연 미래 세대의 식탁에서 축산물이 지금과 같은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근본적이고도 매우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해외의 육류 소비 감소 추세 또한 우리에게 경고등을 울린다. 스페인은 2022년 전체 육류 구매량이 전년 대비 12.7% 감소했으며, 독일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2년 52kg으로 198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국은 국가 식량 전략에서 2032년까지 육류 소비 30% 감축을 권고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위원회는 35% 감축을 제안하였다.
채식주의, 비건 등 다양한 식습관 변화로 인한 육류 소비 감소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며, 이는 국내 축산업에게도 미래의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거라 예측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영국은 축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동물복지 개선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영국 정부는 ‘Animal Health and Welfare Pathway'를 통해 가축 농가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것을 명시하며, 농가들이 동물 건강 및 복지 기준을 충족하는 데 필요한 재정적 부담을 일부 완화하려는 노력을 하고있다. 이는 단순히 규제만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복지 향상과 농가의 경제적 지속 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이다.
지속 가능한 축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생산자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가치 소비' 문화를 향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를 효과적으로 형성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방향성과 실행 속도가 정부 계획에 보다 명확히 제시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동물복지 축산물이 지닌 가치와 윤리적 의미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명확히 전달하여 올바른 가치 소비 문화를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산자들에게는 동물복지형 농장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 초기 투자 비용 보조, 운영 비용 절감 기술 개발 등 실질적인 지원, 그리고 안정적인 제도 정착 방안을 포함하는 정책적 지원 방안 마련이 긴요하다.
특히 반려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동물복지 인식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젊은 세대의 변화를 고려할 때, 우리 축산업이 환경 및 동물복지와 관련된 소비자들의 불편한 인식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려는 전략이 담보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동물복지와 지속 가능한 축산은 MZ세대가 소비의 주체가 되는 미래 대한민국 축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나아가야 할 필수적인 방향이다. 단순히 생산 효율성만을 우선시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동물을 감각을 지닌 소중한 생명체로 존중하는 과학적 이해와 윤리적 책임에 기반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축산 농가, 연구 기관,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열린 자세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학적인 근거와 현장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깊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모두가 함께 실행 가능하며 가치를 공유하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갇혀 있는 모든 동물에게 공평한 복지를, 축산농가에서는 자녀에게 떳떳하게 물려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소비자에게는 육류 소비에 대한 윤리적 불편함이 없는 따뜻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