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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 본 구제역 현안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2.07.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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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한 돼지 콜레라도 채 마무리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5월 2일 경기도 안성에서의 구제역 발생으로 농림부 등 방역당국은 한마디로 가축질병과의 전쟁 그 자체였다.
특히 김동태 농림부 장관과 서규용 차관을 비롯 안종운 차관보, 서성배 축산국장, 김옥경 검역원장 등 당국자들은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한 채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불사했다.
더욱이 이들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구제역 방역대책회의를 시작으로 하루를 열고 또 하루를 마감하는 일정을 지금도 반복하면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지난 6월 23일 경기도 안성 신흥농장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음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제 구제역은 물러간게 아니냐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밝히고 있다.
그동안 구제역이 한건 한건 발생할 때마다 살처분 유지냐 예방접종이냐를 놓고 격론을 벌인 결과 결국 살처분 유지로 결론을 내렸다.
이같은 배경에는 사실 5월 19일 이후 3∼14일 간격으로 1건씩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다 5월 2일 처음 발생이후 총 발생건수 16건중 13건이 최초발생농장으로부터 반경 10km이내에서 집중 발생하고 있어 확산으로 보기에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판단 때문이다.
살처분 정책을 유지하기까지에는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안성 일죽GP농장에서의 구제역이 발생하자 농림부 고위층에서는 이제 더 이상 예방접종을 미룰 수 없다고 보고, 이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려 했으나 생산자단체 대표는 물론이고 김순재 교수 등 구제역 전문가들이 이를 적극 반대함으로써 살처분 정책을 고수하게 됐다.
이처럼 살처분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국내 축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한마디로 예방접종과 비교할 때 경제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방접종 시에는 이동제한기간이 최소 2주 이상 연장되고, 백신접종축 수매에 따른 결손 증가 등으로 소요비용이 무려 2배이상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년 투입비용이 5백90억원인데 비해 예방접종을 실시한 지난 2000년에는 1천5백28억원이 소요됐다.
여기에다 소비자가 혹시 예방접종한 가축에서 생산된 육류와 우유의 구매를 회피할 경우에는 수매손실이 더 발생할 수도 있어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다 구제역 청정국 인증 준비기간이 최소 9개월 이상 더 늘어나기 때문에 수출 손실까지 감안하면 살처분 정책이 훨씬 저렴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살처분이 예방접종보다 더 나은 이유는 이 뿐만 아니다. 예방접종을 할 경우 예방접종 즉시 면역효과가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 돼지콜레라나 닭뉴캣슬병 등은 예방접종 즉시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면역 효과가 바로 발생하는데 반해 구제역은 예방접종 후 항체형성에 일정한 시일이 경과되어야 하므로 접종축 자체가 전파의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고, 이미 보균한 가축에서 발병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 실예로 지난 2001년 4월부터 2002년 2월까지 구제역이 발생한 우루과이의 경우 예방접종후 구제역 발생건수가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전체 발생건수 2천57건중 69%인 1천3백건이 예방접종기간인 5월 5일부터 6월 7일, 그리고 6월 15일부터 7월 22일 중에 집중 발생한 것.
더욱이 돼지는 항체형성에 장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신속한 살처분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에는 구제역이 소에 발생했으며, 소는 예방접종에 의한 항체형성에 7일정도만 소요됨에 따라 백신의 방역효과가 높았다는 것.
그러나 올해는 공교롭게도 구제역이 주로 돼지에 발생함에 따라 돼지는 항체형성에 14∼21일 정도 소요되므로 예방접종 실시중 접종지역에 구제역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커 신속한 살처분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돼지는 소에 비해 사육밀도가 높고 호흡을 통해 약 3천배나 많은 바이러스를 배출, 단기간에 공기를 통해 확산시킬 우려가 높아 신속한 살처분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영국은 EU집행위의 긴급예방접종 승인을 얻었으나 수출재개지연, 사후관리 등에 대한 논란으로 살처분 정책고수한 결과 청정지위를 2002년 1월에 회복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살처분이 예방접종보다 좋은 이유는 또 있다. 예방접종을 하게 되면 농장출입에 따른 전파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예방접종을 비록 링백신으로 하더라도 동일한 접종인력이 반복적으로 이동하면서 농장에 직접 출입해야 하므로 사람에 의한 전파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
더욱이 가축 밀집 사육지역에서 단기간에 접종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일부 농가가 농장출입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중대한 차질이 우려됨에 따라 역시 백신보다는 살처분이 보다 완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예방접종을 하게 되면 예방접종축의 사후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예방접종 후 접종가축은 별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표식문제, 수매·도태, 접종축 이동에 대한 통제 등 사후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르는데다 예방접종으로 인한 유산·화농·발육지연 등의 부작용에 따른 농가민원이 예상되기 때문. 실제로 전 우제류 생산자단체 즉, 양돈·한우·낙농육우·양록협회가 예방접종에 반대하는 살처분 정책을 건의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살처분 정책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매우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김순재 건국대 교수와 박봉균 서울대 교수는 지난 5월 10일∼5월 19일까지 피크에 이르렀다가 산발적으로 1∼2건 발생하면서 끝나가는 양상을 띄고 있는 점을 중시, 지금까지의 차단방역이 성공적이므로 발생농장 및 인근 우제류 가축 살처분 정책 지속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고수해왔다.
특히 제70차 국제수역사무국 총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역시 금년에 발생한 구제역에 대한 신속한 방역조치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문가 가운데 OIE 과학기술분과위 책임자인 J.E.Pearson과 구제역 및 기타 질병위원회 위원장인 G.Thompson은 금년 우리나라 사례를 돼지구제역 방역의 성공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김영란 yrkim@chuksa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