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돼지값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돼지를 쉽게 줄일 수 없습니다. 올 하반기만 넘기면 또 호황이 뻔하거든요. 그러니까 농장 운영 체계상 불황이 예상된다고 해서 한꺼번에 규모를 줄일 수 없습니다. 또 호황이 예상이 된다고 해서 한꺼번에 규모를 늘릴수도 없습니다"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요즘, 양돈현장에서는 양돈현안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그것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찾아간 양돈장, 충남 보령시 고잠동에서 4천두규모의 양돈업을 하고 있는 고잠농장의 이기철사장은 최근 몇 년사이 반복되는 양돈 경기 사이클과 이에 대응하는 양돈농가의 입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흔히 돼지 사육두수가 너무 많아 불황이 예상되면 모돈 감축 등을 주장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반박이기도 하다. 이사장은 "이제 치열한 살아남기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며 양돈농가들의 원가 경쟁, 생산성 향상 경쟁, 품질 경쟁이 곧 최근의 반복되는 양돈경기 사이클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돼지 생산비가 15만원대라고 말하고 있지만 농장에서 느끼는 생산비는 최소한 16만원은 돼야한다"고 말하는 이사장은 "아직도 18만원, 19만원, 심지어 20만원대가 되어도 수지를 맞추지 못하는 농가가 있다"며 앞으로 그런 농가들은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섣부린 불황대책은 오히려 양돈농가의 경영체질을 더욱 나쁘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그렇다면 이사장은 반복되는 불황 사이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이사장의 대답은 간단하다. 불황 때 손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호황 때 이익을 최대한 늘린다는 것이다. 우선 불황 때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는 원가 절감을 강조한다. 이사장은 원가 절감을 위해 경영비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를 선택하는데 있어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사료가 없는가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어떤 사료가 어떻다는 것을 밝힐수는 없지만 이미 몇 개 업체의 사료를 비교 사양시험을 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원가절감을 하면서도 생산성에도 큰 차이가 없는 사료를 선택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하나 관심을 끌고 있는, 호황 때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법은 어떻게 하면 호황 때에 맞춰 돼지 사육을 최대화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방법은 다름아닌 내년 봄에 돼지를 많이 생산해서 출하할 수 있도록 6∼8월에 수정율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6∼8월에는 수정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장은 이기간동안 모돈 관리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돼지가 사료를 먹지 않으면 숟가락으로 떠먹이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장은 올 하반기 불황이 예상된다고 해도 내년 봄을 생각하며 불황에 순응한다는 자세다. 여기서 이사장은 "제가 양돈을 포기하면 대한민국에서 양돈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이사장 자신이 그야말로 땀흘려 경쟁력을 쌓아왔음을 강조했다. 이사장은 지난 85년에 처음 돼지 4마리를 사육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돼지 사육에 정성을 다하고, 남이 놀 때 놀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 만큼 이사장이 양돈업에 대한 남다른 경쟁력을 자신하는데 대해 수긍이 간다. 하지만 그런 이사장도 분뇨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며, 정부 또는 지방 자치단체 차원의 대책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이사장이 요구하는 분뇨대책은 가축의 분(糞)은 농가에서 얼마든지 처리가 가능한데 뇨(尿)의 처리가 문제라는 것이다. 어떻게든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하에 지방 자치단체에서 뇨공동처리 시설을 설치 운영해줬으면 하는 것이 이사장의 간절한 소망이다. <장지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