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분유 수입량이 국내 원유잉여 요인으로 대두된 가운데 관련단체간 이를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어 정부차원의 교통정리가 시급히 요망되고 있다. 올 들어 수입된 혼합분유는 지난 6월말 현재 1만2천7백23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 6천4백9톤에 비해 무려 1.98배 증가(본지 1647호 5면 기사참조)했다. 원유가 남아돌아 낙농농가들이 도산 직면에 처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롯데제과·빙그레·해태제과·동양제과·매일유업등 식품재벌들이 가격이 낮은 외국산 분유수입에 열을 올린 것이다. 이에 따라 불균형이 초래된 국내 원유수급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2월 28일 1만2천6백23톤였던 전국의 재고분유는 우유소비성수기인 5월 31일 1만3천8백47톤·6월 30일 1만9천7백톤·7월 31일 1만9천6백9톤·8월 10일 1만9천6백76톤 등으로 소진되기는커녕 오히려 쌓이는 추세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 연말 적체될 재고분유는 1만8천톤에 달할 것으로 낙농진흥회와 유가공협회는 추정하고 있다. 이 물량은 연말 재고분유량중 사상 최고로 낙농대란 마저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식품회사들은 혼합분유 수입을 즉각 중단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해줄 것을 관련업체 등에 촉구하고 만약 사과문등 입장표명이 없을 경우 타 농민단체를 비롯 소비자·시민단체 등과 연대, 적절한 대응조치를 강구해 나갈 방침(본지 1648호 5면 기사참조)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에 한국유가공협회는 혼합분유의 수입과 사용은 수입자유화 시대에 국내 원유가격이 이미 국제경쟁력을 상실한데 그 원인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공업체의 경우 작년도 하반기 이후 국내분유의 재고가 적정선 이하로 줄어들면서 분유의 시장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2002년도 수급이 불안정할 것으로 예측되어 원료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국내산은 물론 해외의 수입선을 확보, 이미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만약 계약물량을 수입하지 않을 경우 무역거래 규정상 막대한 손실을 보기 때문에 유가공업체들은 최대한 수입을 늦춰 가면서 부득이 일부 물량에 대해 수입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실 국내 유가공업계는 올 들어 원유수급불균형이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는데도 예년에 보기 드물게 집유와 유대지급을 정상적으로 집행중이다. 특히 유가공업계는 올 상반기중 과잉된 원유 19만톤을 분유로 1만9천톤을 생산하고, 제조원가의 반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판매하여 그에 대한 손실액은 무려 7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유가공업체들은 원유수급불안정에 따른 가격의 급등락 등으로 관련제품 생산에 따른 차질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내산 원료를 최우선으로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한국유가공협회는 이러한 국내 유가공업계의 현실과 시장원리에 다른 기업의 당연한 원료선택권에 대하여 상호 이해와 도움이 되도록 협조해줄 것을 한국낙농육우협회에 촉구했다. 유가공협회는 또 유가공업계를 포함한 국내 분유를 사용하는 실수요업체까지 마치 불법행위를 한 것처럼 표현하여 해당기업의 명예를 훼손하고 수급을 더욱 어렵게 하는 행위는 지양해줄 것을 밝혔다. 만약 부당한 행위로 인하여 유가공업체등이 영업상 불이익이 초래될 경우 그 책임은 낙농육우협회에 있음을 통보했다. 이와 관련 낙농전문가들과 뜻 있는 농가들은 날로 가속화되고 있는 원유수급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농림부가 적극 개입하여 그 문제점을 분석하고, 다소 무리가 뒤따르더라도 관련제도 등을 도입, 해결방안을 모색해야할 것이라고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농림부가 과거나 현재와 같이 낙농문제는 낙농진흥회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안이하게 떠넘긴다면 불안정한 원유수급불균형 과제는 보다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당면한 낙농과제의 해결은 낙농가와 업계가 공동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선의 특단의 대책이 농림부 차원에서 조속히 제시되고 강력히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용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