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 통합때 약속은 공약(空約)인가 농협이 사료자회사의 임원진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일련의 헤프닝은 협동조합이라면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될 일이란 점에서 단순히 보아넘길 사태가 아닐수 없다. ‘예사롭지 않은’헤프닝의 전말은 대강 이렇다. 농협은 자회사출범을 1주일가량 앞두고 전무 1명을 제외한 임원진선임을 완료, 당사자들에게 통보했다. 철저한 보안속에 이뤄진 일이지만 임원진에 축협조합장 5명, 농협조합장 4명이란 사실이 알려지자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4일 축협조합장이기도 한 중앙회이사·시도협의회장 연석간담회는 중앙회성토장으로 변했고 강한 반발에 직면한 중앙회는 부랴부랴 충남, 전남, 경남조합장 각 1명씩을 추가 선임하기로 약속을 했고 이 약속은 29일 첫이사회에 8명의 축협조합장이 참석함으로써 지켜졌다. 이를 두고 농협은 축협조합장 3명을 추가 선임한만큼 단순한 헤프닝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번 헤프닝이 예사롭지 않게 비쳐지는 이유는 사료자회사 임원진에 왜 농협조합장을 대거 선임했는지, 또 협의회와 같은 의견수렴기구를 한번도 거치지 않은채 중앙회 수뇌부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 축협조합장들은 이를‘축산기능 전문성희석 및 일선축협 흔들기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농협내 타자회사 임원에 축협조합장이 배제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조합장들의 이같은 인식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또 일부지역에서 임원으로 선임된 조합장과 그렇지 않은 조합장간에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조성되는등 결과적으로는 ‘흔들기’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수 있다. 이에 대해 한 축협조합장은 “농협이 축협조합장을 추가 선임한 것은 고객달래기 차원이며 실제로는 축산기능의 인적 전문성을 희석시켜 사료부문에 대한 지배기능을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향후 농협내에서의 축산기능 고사(枯死)는 시간문제일뿐이라고 걱정했다. 자회사 임원선임을 둘러싼 일련의 일들은 축협조합장들로서는 결과적으로 축산업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당초의 약속이 그야말로 공약(空約)일 뿐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일은 백번을 양보해 단순한 실수로 간주한다 해도 거대조직 농협은 권위주의적인 하향식 문화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수가 없는 것이다. 조합의 중요한 이해가 걸린 사안을 여론수렴조차 거치지 않고 ‘뚝딱’결정하고 이를 사후 통보하는 행태는 협동조합문화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