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강원 양양축산양돈단지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2.09.27 00:00:00

기사프린트

<사진1>태풍 ‘루사’가 할퀴고 간 축산현장.
지난 23일, 3주일만에 다시 찾은 양양축산양돈단지(회장 김광우·강원 양양 손양면)에는 아직도 수마의 상흔이 곳곳에 남아 있었지만 따뜻한 가을 햇살처럼 활기가 살아나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지난달 31일 새벽 3시부터 24시간 상상치 못했던 태풍으로 인한 집중호우에 무너지고 쓸려내려간 직후인 지난 2일 취재 당시보다 여유있는 모습으로 단지 곳곳에선 장비를 동원한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비상대책본부가 마련된 사무실에 들어서자 비상대책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임진우 총무가 활기띤 모습으로 복구작업계획을 챙겨보고 있었다. 시련은 있었지만 결코 좌절하진 않겠다는 의지가 본부 가득히 넘치는 듯.
임본부장은 “양양축협과 양양군청·손양면사무소등에서 지속적으로 장비를 지원해줘 그나마 복구작업이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추석전에 파주축협 탄현지역 양축농가들의 집중적인 지원으로 단지가 하루가 다르게 정리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탄현지역 양축농가들은 일반 자원봉사자들이 손도 못대던 부폐된 돼지처리작업등에 자기일처럼 나서 단지식구들이 모두 감동을 받았다는 설명.
양양축산양돈단지는 지난 99년 10농가가 68억여원을 들여 조성한 2만두 규모의 단지이다. 이 단지가 이번 수해로 입은 피해는 모돈·자돈·육성돈을 포함해 3천여두. 폭우가 그쳤을 때 집계됐던 1천8백두에서 1천2백두 가량이 더 폐사됐다. 하루가 지날 때 마다 늘어나더니 지금도 하루 3∼4두씩 폐사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돈사피해만도 토사와 급류에 의한 반파 및 완파가 6동, 축분발효시설 4동중 1동은 아예 완파된 실정이다. 자돈사 한동은 지반이 꺼져 반파됐지만 아예 뜯어내고 다시 신축해야 할 정도.
“지금까지 퍼낸 토사만도 15톤 트럭으로 1천여대분이 넘을 것”이라는 임본부장은 앞으로 돈사주변 흙더미만 치워도 1천여대 이상이 더 나올 것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더욱이 돈사마다 처리하지 못한 분뇨가 가득하고 분만사에서 하루같이 모돈이 낳는 새끼들이 절반이상 폐사되는 실정이여서 피해액은 정상화되는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가뜩이나 돈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시점에서 비육돈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도 제자리 성장만 거듭하고 있는 것도 걱정이라고.
이같은 상황에서도 임본부장을 비롯한 단지내 농장주들과 직원들은 매일 저녁 회의를 갖고 다음날 복구작업 계획과 외부요청 사항등을 점검하는등 재기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다음달 7∼8일경이면 끝날 것으로 보이는 토사 정리작업후 날씨가 추워지는 10월안에는 돈사정비를 끝내고 사양관리에 집중적으로 나서 경영정상화를 일구겠다는 계획이다.
이날도 단지식구들은 손양면사무소에서 지원된 굴삭기 3대와 덤프트럭 6대등 장비를 동원해 토관이 막히거나 깨진 배수로를 정비하고 토사를 치우면서 아직도 침하중이 도로지반을 다지는등 바쁜하루를 보냈다.
임본부장도 이틀에 한번꼴로 유관기관을 찾아 단지에서 시급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며 다행히 장비지원이 끊기지 않아 안심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이날도 임본부장은 오후에 찾아온 이강렬 손양면장에게 복구현황을 소개하며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폐사된 돼지를 처리하고 또 한편에서는 분뇨수거차량으로 심한 돈사부터 분뇨를 빼내면서도 단지식구들은 “모레면 일제 소독의 날 아니냐”며 방역도 챙기는 철저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다른 피해농가보다는 낫다”며 “IMF·구제역도 겪어 냈는데 수마를 이기지 못할 리가 없다”며 서로를 겪려하고 위안하며 부농의 꿈을 다시 키우는 양양축산양돈단지 식구들. 결코 좌절은 않겠다는 의지로 최고의 양돈단지를 목표로 재기의 발걸움에 힘을 싣고 있었다.



===인터뷰===
임진우 비상대책본부장

<사진2>“특별재해대책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아직까지 피부에 닿는 혜택을 전혀 없습니다.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경영자금지원과 돈분처리입니다.”
임진우 비상대책본부장은 양돈단지 정상화의 책임을 지고 뛰고 있지만 쉬운 일은 어디에도 없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당장 정상적인 출하가 불가능함에 따라 자금회전이 전혀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담보한계를 넘어서고 있어 2농가가 사료공급이 원활하기 못하고 있고 복구에도 현찰이 필요한데 손에 쥔 것은 없다는 것.
“정부나 농협중앙회가 각종 금융지원대책을 내놓지만 이미 양돈단지를 시작하면서 꽉찬 담보와 보증인 때문에 대출신청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임본부장은 “자금동원 여력이 없어 시설복구를 하더라도 도산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것이 농가들일 것이라며 정부의 보다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출이자를 연장해줘도 6개월안에 경영정상화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다시금 농가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이미 받았던 융자금을 저리로 전환해주고 연장기간도 대폭 늘려애 실효성 높은 지원조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설이 복구되면 모돈부터 갱신해야 한다”는 임본부장은 중앙정부에서 힘들면 지자체에서라도 모돈갱신비 보조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을 숨기지 않았다. 또한 그동안 해양투기를 해왔던 돈분처리를 수해이후 제대로 하지 못해 돈사마다 넘쳐나고 질병까지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원활한 해양투기에 지원이 절실하다고.
그러면서도 임본부장은 “수해는 천재지변이고 그로인한 어려움 또한 남의 탓이 아닌 내탓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내가 선택한 양돈인의 길인 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을 단지 식구들 모두가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재기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이왕하는 지원이라면 현실적인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임본부장의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