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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축협의 결산을 생각하며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0.11.25 09: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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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결산철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일선축협 관계자들의 표정이 마냥 어둡기만 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적자를 걱정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울상이다. 조합관계자들의 이같은 걱정은 결산철마다 겪는 ‘연례행사’지만 올해는 예년과는 차원이 다르다.
회생 불가능한 부실조합은 퇴출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돌고 적자낸 조합은 여러 가지 불이익이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에 이들의 걱정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강력한 감사권을 가진 중앙회가 건전결산을 독려하며 내려 보내는 공문도 그들에겐 적지 않은 부
담이다. 부실채권이 없고 재무구조가 건실하다면 이런 고민이 필요없겠지만 이 문제에 자유로운 조합은 몇 안되는게 현실이다.
원칙적으로 부실은 해당조합의 책임이다.
뒷감당은 생각하지 않은채 무모하게 저지른 전시성 고정투자나 규정을 무시하거나 정실에 얽매인 대출 때문에 발생한 부실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할수 없는 것이다. 경영결과에 책임을 지우는 일은 장래의 건전경영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일선축협의 부실에는 꼬집어 조합의 책임이라고 할수 없는 외적인 요인도 있는게 사실이다.
가령 낙농관련 조합의 부실중 상당부분은 원유생산이 과잉이 되어 수급균형이 깨졌을 때 발생한 것이다. 남아도는 원유를 분유로 가공해 재고로 가지고 있다가 발생한 손실이 고스란히 조합의 부실로 작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물론 원유를 받지 않
았으면 그러한 손실이 발생치 않았겠지만 만약 원유를 버렸다면 조합원이 도산했을게 뻔하다. 한가지 더 예를 든다면 양계조합의 경우 정부로부터 노계수매자금을 지원받아 가격이 폭락하는 노계를 수매함으로써 노계시세는 정상화시켰지만 이를 도계해 손해를 보고 판매한 사례도 없지 않다.
이런 사례는 정책차원의 부담을 조합이 진것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정책차원의 배려가 필요하고 옥석(玉石)을 가려 대접해야 한다.
농협의 한 감사요원은 최근 일선축협을 감사하면서 두 번 놀랐다고 했다. 수익실현을 100% 확신할수 없는 경제사업에 수십억원이나 쏟아 넣는 무모함에 놀랐고 또 한가지는
연체채권과 구매미수금이 자신들의 상상을 초월할만큼 많은데 놀랐다는 것이다.
단위농협만 보아온 그의 시각에서 볼 때 일선축협의 ‘부실’은 정말 심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단위농협과 일선축협은 상대해야할 조합원이 다르고 사업내용이 다르다. 전업단위 양축가들의 경우 연간 회전되는 자금이 웬만한 중소기업에 맞먹는다. 이들이 자금을 융통할땐 최소 수천만원 단위고 사료외상값 1∼2억원은 다반사로 있는 일이다.
이들이 지금은 가격이 떨어져 어려우니 사료를 몇 달만 밀어달라고 하면 조합은 부탁을 외면할 수가 없다. 외상한도가 초과되었다고 생명체인 가축을 굶겨서도 안되지만(비록 축주는 굶을지라도)갑자기 사료를 바꿀수도 없는게 축산업의 특성이다. 바로 이런 점이
영세한 경종농가를 상대하는 단위농협과 전업양축가를 상대하는 일선축협의 차이점이기 때문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서는 곤란한 것이다.
수십억원을 쏟아 넣는 경제사업도 마찬가지다. 어찌보면 그들의 그런 ‘무모함’이 오늘의 축협경제사업을 있게한 요인인지도 모른다. 무분별하고 방만한 경영을 비호하려는 것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수익성이 불투명한 경제사업에 겁을 내 상대적으로 안전한
‘돈장사’에만 치중했다면 오늘의 축협이 없었을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부실경영은 막아야 하며 이는 중앙회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러나 축협인들은 단위농협과 같은 같은 잣대로 축협의 부실을 운운하는데 대해서는 할말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