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도에 들어와서 한우산업은 그 존립자체가 위태로울 정도로 매우 불안스럽다. 마치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처럼 속수무책으로 와르르 무너져 버릴 것만 같다. 특히 완전 수입개방이라는 불안심리가 급격한 사육두수의 감소를 더욱 부추기게 되었고, 이는 쇠고기 값의 상승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한우쇠고기의 소비감소로 이어져왔다. 이러한 국내 시장의 혼란을 틈타, 쇠고기 수출국들은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품질 좋은 냉장육을 값싸게 들여와서 우리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지난해 말 이후에는 국내쇠고기 값이 크게 상승하면서 한우쇠고기를 먹던 소비자중에서 수입육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더욱이 최근 쇠고기 판매업소에서 한우육과 수입육을 동시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된 것도 현재 상황에서는 수입육의 판매 신장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국내쇠고기 자급율은 30%선대까지 떨어져 있고, 한우산업이 붕괴될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른다. 개방화시대를 맞아 그 동안 우리는 한우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거세를 통한 고급육 생산을 유도하는 등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해왔다. 그럼에도 이처럼 수입육과의 경쟁에서 한우쇠고기가 비교우위에 있지 못한 것은 품질과 가격면에서 소비자가 만족하는 쇠고기를 생산하지 못한데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한우 쇠고기가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지 못 하면 한우산업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 때늦은 감이 있으나, 지금부터라도 우리 한우 쇠고기가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을 우리 모두가 생각해 보기로 하자. <사진1>1. 소비자는 어떤 쇠고기를 선택하는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쇠고기를 선택할 때 시각적인 품질(맛)과 가격을 우선적으로 비교하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한우와 수입육을 비교할 때 한우가 맛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소비자는 한우고기만을 선택하지 않고 오히려 수입육의 선택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소비자가 한우고기를 선택했을 때 얻는 만족감에 비해 가격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즉 맛은 수입육과 크게 차이가 없고 가격은 한우고기가 너무 비싸다는 것일 것이다. 이것은 소비자가 느끼는 한우고기 전체에 대한 가격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한우고기 값이 무조건 비싸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고 품질의 한우고기가 소비자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그 품질에 상당하는 가격을 더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또한 소비자 중에는 최상의 품질이 보증되는 한우고기라면 가격을 현재보다 더 주고라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가 많이 있다. 현재 브랜드화된 한우육 중에는 소비자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아 일반 한우육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결국 소비자는 품질과 가격을 고려하여 선택하기 때문에 품질이 좋은 것은 비싸게, 품질이 좀 떨어지는 것은 싸게, 한우고기의 품질에 따른 가격의 차이가 확실하게 이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2. 한우의 품질에 따른 가격을 차별화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현재 소비자가 한우 고기를 구매할 때 어떤 것이 맛있고, 품질이 좋은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하지 않은데 문제가 있다. 사실 이것은 한우 고기에 대한 홍보 부족에서 온 것이다. 또한 많은 소비자는 한우 고기를 먹으면서 이것이 진짜 한우 고기일까 하는 의심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한우 고기의 유통질서로 볼 때 당연하다고 본다. 한우 고기에 대한 신뢰성이 상실되고 있는 것이다. 품질에 대해서도 지육의 육질등급에 의해 단순히 특상급이나 상등급, 중등급 정도로 구분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다양하다. 우선 한우 고기여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육질등급도 정확하게 구분 표시되어야하며, 안전성 보증까지 요구되고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한우고기가 아닌 차별화 된 ○○한우 고기라는 브랜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차별화 된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고, 한우 고기의 품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가격의 차별화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최고품질의 한우 고기라해도 얼굴 없는 한우고기로는 그 품질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받기 어렵고, 그 품질에 맞는 가격을 평가받지 못한다. 이것은 예컨대 우리가 입는 옷의 경우 눈으로 보기에는 서로 비슷비슷해 품질을 구별하기가 어렵지만 소비자는 그 옷의 브랜드를 신뢰하고 비싼 옷을 구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진2>3. 이름만의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하다. 얼굴 있는 브랜육은 고품질육 생산에서 시작된다. 소비자들이 바라는 브랜드의 첫째 조건은 품질의 균일화이다. 즉 어느 때 먹더라도 일정한 맛과 육질이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공산품이 아닌 축산물이기 때문에 항상 같을 수는 없겠지만, 먹을 때마다 맛의 차이가 크게 나서는 곤란하다. 바로 얼굴 있는 브랜드육은 그 브랜드육이 가진 특징에 따른 맛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균일한 품질의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선행 조건이 갖추어져야한다. 우선 우수한 유전 자질을 가진 밑소 확보가 중요하며, 특정 브랜드육 생산에 맞는 사양체계를 확립하고, 사료와 사료급여 방법을 통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보존성 있는 쇠고기를 생산하도록 노력해야한다. 이러한 고기라야 장기간 숙성이 가능하고, 숙성을 통하여 맛좋은 쇠고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안정적으로 공급되어 소비자가 원할 때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규모이상의 충분한 사육두수를 확보하고, 일정한 출하월령에서 년 중 일정한 품질의 브랜드육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셋째는 위생상의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호르몬이나 항생물질 등이 잔류되어있거나 기타 유해물질이 오염되어 있거나, 각종질병에 감염되어 있지 않아야 한다. 또한 적어도 얼굴있는 브랜드육이라면 HACCP를 적용한 사육 관리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는 가격이 품질에 알맞아야하며 안정적이어야 한다. 품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가격변동폭이 너무 크면 소비자는 곧바로 외면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소비자가 상품에 만족하지 않을 때는 반품할 수 있는 리콜제도의 도입도 필요할 것이다. 다섯째는 유통구조상의 개선이 있어야 한다. 특히 소매점의 경우 냉장육을 취급할 수 있는 환경(시설과 사람)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현재 구조로는 소매점에서의 품질과 신선도 유지가 어려운 상태다. 결국 소매점에서는 품질의 차별화를 하기 어렵고, 이는 한우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4. 한우의 생산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문제들이 있을까? 한우산업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한우고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사육두수의 확보다. 사육두수의 확보는 번식기반의 안정과 직결된다. 지난 98년 이후 암소도축의 성행으로 번식기반이 붕괴되면서 한때 2백80만여 두에 달하던 사육두수가 최근에는 절반인 1백40만두이하로 감소되었다. 이것은 그 동안의 무분별한 암소도축이 큰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암소 도축비율이 40%대로 떨어지고, 번식농가들이 다산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는 하나, 암소도축도 선택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할 것이고, 특히 우량암소의 경우는 암소본연의 임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외에도 한우두수의 조기확보를 위해서는 우량 한우 정액의 수정란을 젖소에 이식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우암소의 번식률도 문제다. 최근 많이 향상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전체적으로 보면, 65%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번식률을 10%정도 향상시킬 경우 현재 가임 암소가 60만두인 것으로 계산할 때 년간 송아지는 6만두정도가 더 생산될 수 있게 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번식암소에 인공수정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량 송아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5. 한우 생산자 단체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현재 한우생산자를 대표할 수 있는 단체는 전국한우협회가 유일하다. 이 협회는 99년도에 창립된 이래 정부에 한우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등 이 분야 활동은 착실히 수행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협회의 할 일은 정책제시 뿐 아니라 한우에 관한 홍보, 교육, 연구개발 등등 많다. 이러한 협회의 기능이 아직은 활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한우에 대한 모든 것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홍보활동이다. 지금이 바로 협회가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회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또한 한우 생산자의 경제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한우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의 구성과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통하여 생산자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할 수 있게 해야한다. 이미 2001년도에 설립된 대구·경북 및 전북의 광역 한우협동조합이 그 성공 케이스이다. 이러한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우농가 스스로의 자립의지와 적극적인 참여의식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와 같이 협회와 조합의 활성화가 곧 국내 한우산업의 안정화를 이루는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개방화시대를 맞아 수입육과의 경쟁에서 한우고기가 소비자들로부터 우선적으로 선택받기 위해서는 한우고기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우의 브랜드화를 통해 소비자들이 한우고기의 품질과 가격에 맞게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한우농가들은 한우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품질 좋은 한우고기를 생산하고 생산비를 보다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한우고기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전체 사육두수의 확보가 시급하며 이를 위해 일정기간 조기 암소도축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우산업의 정책에 있어서는 한우농가들이 안정적으로 한우사육을 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한우산업 정책을 마련하고 이의 일관성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 그 동안의 한우정책은 1∼2년을 넘기지 못하고 바뀌는 등으로 인해 한우농가들이 한우 정책을 불신하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우산업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한우산업 정책과 한우농가들의 노력, 생산자조직의 활동, 학계의 연구 등이 서로 연계되어 노력할 때만이 한우산업이 보다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