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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계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김 정 주 건국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2.10.10 14: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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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산업은 생물체가 가지고 있는 기능과 정보를 활용하여 인간이 필요로 하는 각종 유용물질을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바이오 산업의 핵심은 생명공학기술로, 여기에는 산업적으로 유용한 제품을 제조하거나 그 제조공정을 개선하기 위하여 생체나 생체 유래물질 또는 생물학적 시스템을 활용하는 일련의 기술이 포함된다.
전통적인 생명공학기술은 수세기전부터 우연한 기회에 오랜 경험을 통해 습득하여, 미생물을 이용한 주류나 발효제품 등 가공식품의 생산, 가축 및 작물의 육종 등에 활용되어 왔다. 따라서 포괄적으로는 이러한 기존의 전통적인 농업이나 축산업 등도 이러한 생명공학의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으나 20세기에 들어서 유전공학의 눈부신 발달로 인해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데 획기적인 인식의 변화를 겪으면서 생물체의 형질을 인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개변시키는 유전자 조작기술이 현대적인 생명공학 개념의 중심이 되었다.

이러한 현대적인 개념의 바이오 산업은 1953년 DNA 이중나선구조가 밝혀진 이래로 70년대에는 유전자 조작기술, 세포배양 및 융합기술 등의 기초기술이 개발되었고, 80년대 초 당뇨병 치료를 목적으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하여 사람의 인슐린 유전자를 대장균에 삽입해서 주사용 인슐린을 대량생산하는 기술이 상업화된 것을 필두로 90년대를 거쳐 성장호르몬, 조혈인자(EPO) 등 주로 고부가가치의 의약품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크게 발전해 왔다.

2000년대에 와서는 인류문명사의 한 획을 장식한 인간 게놈 지도의 완성으로 인해 바이오 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인간을 포함한 각각의 생물체의 방대한 유전자 정보의 홍수 속에서 대량의 유전자 정보를 신속히 분석하여 그 기능을 밝히고, 활용방법을 개발하는 기술이 향후 바이오 산업의 요체가 될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DNA칩(DNA microarray),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 기능체유전학(Functional genomics) 및 단백질체학(Proteomics)등의 대량의 생물학적 정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신개념의 기술분야가 급속히 대두되고 있는데, 이러한 새로운 생명공학기술은 정보통신 및 디지털 기술과 함께 21세기 첨단산업의 근간을 형성하면서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이 초래하는 식량문제, 에너지난, 환경오염 문제 해결 등, 인간생활의 전 분야를 망라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핵심기술로 활용될 것이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바이오 산업은 이미 생물의약, 농업 및 식량, 바이오 화학, 환경 및 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폭넓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현재에는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생물의약 분야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세계적으로 연 평균 15% 이상 증가하면서, 반도체 등의 첨단산업군 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장이 전망되는 미래 유망산업인 만큼, 바이오 산업이 초기단계를 벗어나 성숙기에 접어들면 그 중심축이 점차 농업, 식량 및 환경 분야로 이동하여 각 분야가 균형있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이오 산업의 세계시장은 미국이 55%이상을 차지하면서 주도적인 위치에 있고 그 뒤를 유럽과 일본이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는 상황인데, 국내 바이오 산업의 발전현황은 그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모두 미국 등 선진국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어서 현재로써는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에 불과하고 기술수준 또한 선진국의 60%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생물 발효기술, 유전자 재조합기술 등 기초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고 있지만 산업화까지 연결시키는 엔지니어링 기술은 큰 격차를 보이며, 특히 신물질 탐색기술, 유전체 정보분석 및 생물정보학 분야는 초보수준에 머물러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 산업은 연평균 32%이상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로 이는 세계시장의 연 평균 성장률 전망치의 2배를 상회하는 수치이므로 이러한 기술수준의 격차는 빠르게 감소할 전망이다.

한편, 정부의 강력한 바이오 산업 육성의지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계의 활발한 투자는 국내 바이오 산업의 도약에 탄탄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1년을 "생명공학의 해"로 선포하고 정부 각 부처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하여 바이오 산업을 21세기 국가 주력 성장산업으로 육성하므로써 2006년까지 세계 10위권의 바이오 산업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계획을 수립하였고, 제약 및 화학기업을 중심으로 한 일련의 대기업들도 근래 바이오 산업을 역점사업으로 선정하고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향후 3∼5년간 수천억에서 수조원의 자금을 바이오 산업 및 바이오 벤처기업에 투자할 방침을 세운바 있다.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듯이, 중국을 위시한 동남 아시아 각국이 자국의 풍부한 노동력에 선진국으로부터 도입한 자본을 결합하여 제조업에 기반을 둔 우리의 기간산업을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으므로 기존의 산업에서의 경쟁력 저하는 불을 보듯 명확한 상황이다.
앞으로 지식 및 기술 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인 바이오 산업에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모처럼 조성된 상승 분위기를 가시적인 성장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으려면 체계적이고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바이오 산업의 원천은 생명공학기술인 만큼 기술을 창출할 수 있는 대학 및 정부출연 연구소의 연구여건 제고 및 인력 확충은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인데, 다행인 것은 최근 10년 사이 생명공학분야에 집중되고 있는 자금과 연구인원을 통한 양질의 연구성과는 우리 바이오 산업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기술과 연구성과가 실제 산업화로 이어지는 경로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 만큼, 기초기술과 엔지니어링 기술의 균형있는 발전을 꾀해야 할 것이다. 또한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연구성과를 답습하여 단지 선진제품을 국산화 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고유의 아이템을 개발하여 특화 및 집중투자 하는 지혜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현재 단기적인 부가가치 측면에서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생물의약품 산업 중심에서 벗어나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농업, 식량 및 환경분야의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경쟁력을 갖추는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다.

정부 각 부처의 바이오 산업 육성 노력에 부응하여 농림부에서도 최근 "바이오그린 21"사업을 출범하여 세계수준의 농업생명산업 육성을 목표로 의욕적인 지원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다른 분야에 비해 연구비 지원수준이나 관련인력의 이해도 측면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생명공학 기술이 바이오 산업으로 전이되어 상업화하기까지는 막대한 자본이 소요되는 만큼, 풍부한 공적자금을 육성하여 장기적인 지원을 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대학, 대기업, 정부, 벤처 캐피탈 등의 유기적인 제휴를 통한 산·학·연 공조체제가 그 어떤 분야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현재의 바이오 산업은 약 20년간의 짧은 역사 속에서 실로 눈부신 성과를 일구어 냈다. 이렇듯 예측 불가능한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바이오 산업의 성과물이 우리의 뜻대로 인간의 복지향상에 이바지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역사상 어떠한 신기술도 그러한 우려에서 자유롭지는 못했으며, 우리는 또한 그러한 걸림돌을 슬기롭게 헤쳐 나왔다. 따라서 21세기 인류문명의 엄연한 한 축이 된 바이오 산업의 태동기를 맞이하여 발빠르게 대처하는 것이야말로 향후 국가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