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마늄, 셀렌, 녹차, 허브, 옻, 참숯, 황토, 해조, 황토육각수, 목초활성탄, 문경약돌, 미네랄, 하이, 크린, 생생, 후레쉬 … 등등 현재 유통되고 있는 돼지고기 브랜드들이 내걸고 있는 얼굴들이다. 돼지고기 브랜드는 생산자단체, 육가공업체, 사료회사, 협동조합, 지자체 등 다양한 조직에서 다양한 얼굴을 가진 돼지고기들이 유통되고 있다. 농림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돼지고기 브랜드가 총 1백81개가 등록 또는 등록을 출원 중에 있으며 이들이 사육하고 있는 돼지 사육마리수가 4백87만6천두로 3월 현재 전체 사육두수 8백71만9천두의 55.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내 유통중인 돼지고기의 절반은 브랜드 돼지고기라고 볼 수 있으며 돼지고기 브랜드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다. ■ 국내 브랜드 돼지고기의 현황 국내 돼지고기 브랜드의 시작은 지난 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상농장을 비롯해 도드람 등에서 기존의 냉동 돼지고기와 차별화 시키기 위해 냉장육을 브랜드화한 것이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냉동 돼지고기와 차별화 된 냉장육, 즉 신선육으로의 브랜드가 97년까지는 10여 개 안팎에 불과하던 것이 97년 돼지고기 시장이 개방되면서 수입산 돼지고기와 경쟁하기 위해 98년 이후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93년 처음 브랜드육이 등록된 이후 매년 2∼3개씩 늘어나던 것에 비해 98년부터는 매년 20개 이상씩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주체별로는 중소육가공업체의 브랜드, 협동조합에서 만든 협동조합 브랜드, 지역특성을 살린 지역브랜드, 기능성을 앞세운 기능성 브랜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처럼 현재 돼지고기 브랜드는 춘추전국 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만 브랜드 시장은 아직까지 10여 개 안팎의 대형 브랜드가 주도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우선 현재 브랜드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 대형 브랜드로는 대상농장의 "하이포크", 한국냉장의 "생생포크", 롯데햄·우유의 "후레쉬포크", 농협중앙회 "프로포크", 도드람유통 "도드람포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대형 브랜드들은 주로 대형할인마트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들이 냉장 브랜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협동조합 브랜드로는 서울축협 "해피델리", 대구축협 "팔공산 포크", 논산축협 "장군포크", 부산경남양돈조합 "맑은고기", 대전충남양돈조합 "길포크", 제주양돈축협 "제주포크" 등이 있다. 또 기능성을 내세운 브랜드로는 독립축산 "게르마늄포크", (주)삼호축산 "셀렌포크", 보성녹돈영농조합조합 "녹차먹인돼지", 용인축산기업중앙회 "성산한방포크", 가평축협 "가평옻돈" 등 나름대로의 영역을 지켜가고 있다. ■ 돼지고기 브랜드의 문제점 우선 브랜드 돼지고기간의 차별성이 없다는 것이다. 처음 브랜드를 시작할 당시에는 신선 냉장육이라는 무기로 기존의 냉동육과의 차별화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 이들 브랜드들의 영향으로 인해 지금의 소비자들은 국내산 돼지고기는 얼리지 않은 고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신선육 만으로는 브랜드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든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한국육류수출입협회 식육연구소에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국내 냉장 브랜드돼지고기 대한 조사를 살펴보면 브랜드간의 맛이나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 해 주고 있다. 이 조사에서는 국내 유통중인 냉장 브랜드육에 대한 조사결과에서도 냄새, 풍미, 육색, 다즙성, 연도 등 관능검사에서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해 축산기술연구소에서 지난 97년 전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도 브랜드를 들어보지 못한 소비자가 46.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더욱이 브랜드 돼지고기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품질 고급화 및 차별화가 더욱 절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브랜드화의 전략인 타제품과의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어렵다는 것이며 어떤 부분에서 차별화 전략을 세울 것이냐가 브랜드 업체들의 고민일 것이다. 또 기능성을 앞세운 브랜드의 경우 나름대로 기능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과연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밖에도 국내 돼지고기 유통 구조가 기존의 식육업소 위주에서 대형 유통업체로 전환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상당부분의 돼지고기가 식육업소, 슈퍼마켓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식육업소에서 아직까지 브랜드 돼지고기 유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몇몇 대형 브랜드 업체을 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브랜드 업체들의 중소규모인 점을 감안할 때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마케팅이나 홍보가 부족하다. ■ 브랜드 돼지고기의 전망 브랜드란 동일한 제품을 내걸고 경쟁자와 치열한 싸움을 벌여 타제품과 차별화 함으로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문제는 이 수많은 돼지고기 브랜드들이 타 브랜드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이냐 것이다. 브랜드 관계자들은 현재 냉장 브랜드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대형 브랜드 업체들과 지역을 연고로 하고 있는 지역 브랜드가 주를 이루고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한 돼지고기 브랜드 시장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냉장 돼지고기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어 돼지고기는 냉장육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상황으로 여기에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돼지고기가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기능성 돼지고기 시장의 경우 기능성에 대한 과학적인 실험결과나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브랜드명만 기능성을 강조한다면 자칫 돼지고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브랜드 업체 관계자는 “브랜드의 차별화를 위해 그동안 기능성 돼지고기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왔으나 기능성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하고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가야할 방향이지만 아직까지 기능성 돼지고기 시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브랜드는 얼굴이다. 얼굴을 건다는 그 만큼 품질이나 위생 등 면에서 자신 있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인 코카콜라나 나이키 등은 그 브랜드 가치만 해도 천문학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우리 돼지고기 브랜드 역시 얼굴을 걸고 자신 있게 자랑할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를 기대해야 할 것이다. 이희영 lhyoung@chuksannews.co.kr |